기후위기와 동물권에 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채식을 선택하는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KVU) 이원복 대표는 이런 흐름이 본격화하기 훨씬 전부터 자발적으로 동물성 식단을 거부한 32년 차 비건(완전 채식주의자)이다. 그는 지난해 6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 1회 채식 급식’을 촉구하는 등 채식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운동을 이끌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4월부터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월 2회 ‘그린급식의 날’을 운영하고, 대구‧충남‧충북에서도 지난 3월부터 월 1회 채식 급식을 도입하는
20세기 초 유럽의 멀티미디어 작가 라즐로 모홀리-나기는 “미래의 문맹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제 누구나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쏟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영상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왜곡되거나 조작된 영상과 이른바 ‘가짜 뉴스’가 개인의 인권과 사생활을 침해하고 사회 혼란을 부추기기도 한다. 나준영(52)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올바른 영상취재·제작 기준을 만들고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달 14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가설무대에서 열린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장애인과 활동가, 관객 등 3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준형(30) 프로듀서(PD)의 다큐멘터리 ‘너의 이웃이 되고 싶어’가 상영됐다. 발달장애인 시설에서 퇴소한 이원형(24) 씨를 주인공으로 한 영상이었다. 씨비에스(CBS)의 뉴미디어 채널 <씨리얼>에서 일하는 박 PD는 이어진 ‘감독과의 만남(GV)’ 시간에 관객의 질문을 받고 “원형 씨가 뮤지컬(지킬과 하이드)에 나오는 ‘지금 이 순간’을 부르며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한 장면을 담지 못해 아쉽다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과 20대 짝꿍들의 학교생활’ ‘카카오톡 대화로 나누는 말 없는 토크쇼’. 권성민(36) 프로듀서(PD)가 연출한 예능 프로그램들의 개요다. ‘보기 드문 착한 예능’이라고 평가받은 문화방송(MBC)의 <가시나들>과 ‘획기적 포맷(형식)’이라는 평을 받으며 인기몰이 중인 카카오TV <톡이나 할까>를 만든 사람. 매체의 경계를 넘어 도전하며, 따뜻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권 PD를 지난달 19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고 13일 이메일로 추가 인터뷰했다. 세로 화면에 ‘글로 주고받는 대화’가 새로움 선사 권
(주)에코말리온의 우태식(31)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봉사활동을 하던 중 “쓰레기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구나”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신대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한 그는 친구들과 환경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고, 졸업 후 직장생활을 거쳐 자원순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를 창업했다. 에코말리온이 내놓은 첫 제품은 페트병 뚜껑에 연결된 플라스틱 고리(링)를 자르는 ‘링컷’이다. 거북이 모양의 링컷 안쪽에 칼날이 달려있어 페트병 고리를 쉽게 자를 수 있다. 학창 시절의 문제의식을 창업으로 연결한 우 대표를 지난달 28일 경기도 부천시
지난달 11일 오전,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강선리 마을에서 산길로 차를 조금 달리자 나무로 지은 3미터(m) 높이 10평 남짓한 갈색 농막 앞에 ‘친환경 농장 양양로뎀농원’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토끼풀이 수북한 농장 안쪽에서 검은 고무호스를 들고 밭에 물을 주던 농부가 방문객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28년간 서울 중앙대에서 교수로 일하다 정년을 3년 앞둔 2016년 명예퇴직하고 농장 주인이 된 윤석원(68) 대표다. 그는 중앙대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시피주립대에서 농업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농농농(농업·농촌·농민)’을 외치는 교수
지난 1월 ‘월경상점’을 연 안지혜(35) 대표는 ‘가게 문 옆에 의자를 하나 둬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연인과 함께 온 남성들이 문 옆에 쭈뼛쭈뼛 서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달 지난 요즘은 남성들이 데이트 코스처럼 여자친구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남성들이 (월경을) 나랑 관계없는 일이 아니라, 연인을 위해 내가 알아야 하는 일이라고 인식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그는 말했다. 국내 최초로 여성 생리용품 전문점을 낸 안 대표를 지난달 15일 서울 대방동 월경상점에서 만나고, 지난 1일 전
충북 제천시의 유일한 인문학 독립서점 ‘안녕, 책’이 작년 5월 31일 문을 연 후 개점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제천시 덕산면에 그림책·만화책 전문 독립서점이 있지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종합해 다루는 독립서점은 제천에서 ‘안녕, 책’이 유일하다. 제천시 봉양읍 미당리 작은 마을에서 ‘안녕, 책’을 운영하는 이경신(41) 대표를 만나 지역 독립서점의 가치를 물었다. 3월 17일부터 4월 9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녕, 책’은 어떤 곳인가요?누구나 와서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즐
“좋아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는 게 좋아요. 거기에 중독성이 있어서 하는 것도 있고요.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면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해서 좋은 점도 있어요.”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40) 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음악이야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 어느 날 친구가 온라인으로 음악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피시(PC)통신 동호회를 소개해줬는데, 집에서 PC통신을 할 수 없어 그 친구에게 부탁해 글을 올렸다. 그렇게 글쓰기를 시작해서 인터넷 여기저기에 음악이
“아프리카 탄자니아는 ‘턱’ 막혔던 숨을 ‘탁’ 트이게 해줬어요. 그곳에서 다시 카메라를 들 수 있었고, 필름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 알게 됐어요. 아프리카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밥 먹는 것, 자는 것, 입는 것, 모든 걸 감사하게 됐어요. 만약 그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 있다면, 또 그 일을 누군가 꼭 해야만 한다면, 제가 하고 싶어요.”영화를 짝사랑한 소녀가 있었다. 좋아하는 영화를 여러 번 보고, 영화에 관한 글을 쓰고, 영화판에 들어갔다. 하지만 영화는 그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았다. 상업영화판에서 상처를 입었고, 도망치듯
유튜브 채널 중 유독 목가적인 풍경이 눈에 띄는 <오느른(onulun)>. 들깨향이 나는 듯한 논두렁, 갓 절인 배추에 양념을 펴 바르는 동네 주민들, 그 옆에서 김치를 얻어먹는 젊은 여성이 눈에 들어온다. 문화방송(MBC)의 뉴미디어 제작부서인 디지털 크리에이티브센터 엠드로메다 스튜디오팀 소속 최별(33) 프로듀서(PD)다. 그는 지난해 4월 전북 김제시 부량면 옥정리에 내려가 ‘115년 된 폐가’를 4500만 원에 샀다. 신도시도, 재개발도 아무 상관없는 시골동네, 낡은 집. 그는 거기서 뚝딱뚝딱 집을 고쳐 귀촌생활을 시작했고,
히즈빈스는 장애인 직업인을 양성하는 사회적기업 ㈜향기내는사람들의 커피 브랜드다. 히즈빈스의 전체 직원 100명 중 60여 명은 장애인이다. 이들은 모두 전문교육을 받은 바리스타로, 서울·포항 등 전국 16개 매장에서 일한다. 히즈빈스의 장애인 사원은 대부분 정신장애, 발달장애 등 정신적 장애를 지닌 이들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2020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 고용률은 15개 장애유형 중 9.9%로 최하위이고, 취업하더라도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 반면 히즈빈스 장애인 사원은 대다수가 정규직이다. 3개월 이상 직
고등학교 3학년생이 수능을 2주 앞두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세상에 대한 환멸과 미래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 차 있던’ 그는 호주로 날아가 아홉 달간 청소를 하며 돈을 모았다. 그 돈으로 호주 체류일 포함 702일 동안 24개 나라를 돌아다녔다. 페이스북에 <수능 대신 세계일주> 페이지를 개설하고 낯선 곳에서 겪은 일들을 꾸준히 기록했다. 만 열여덟에 한국을 떠난 청년은 스물이 되어 돌아왔고, 이듬해인 2016년 페북 페이지와 같은 이름의 책을 냈다. 책은 입소문을 타며 2019년 3쇄를 찍었다.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이 70%를 넘
“기본소득에는 여러 가지 성격들이 있죠. 예를 들면 소득재분배의 성격도 가지고 있고, 어떤 분들에게는 증세를 위한 수단의 성격도 가지고 있고, 탄소세와 연동된 탄소세 기본소득 같은 경우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성격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그래서 저는 기본소득이 되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지난해 1월 ‘평균연령 27세의 정당’으로 탄생한 기본소득당의 용혜인(30) 의원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그는 기본소득이 ‘굉장히 간단한 아이디어이면서도 새로운 사회를 설계하는 데 효과적’이
카메라 앞에서 늘 맸던 넥타이를 풀고, 단정하게 매만졌던 머리도 조금 흐트러진 대로 놔둔 모습. 지난해 11월 7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만난 홍태균(31) 찬스웨이브 대표는 뉴스를 전하던 아나운서에서 ‘눈코 뜰 새 없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경영자로 완벽히 변신해 있었다. 그의 회사가 개발한 공공정책 정보 종합서비스 ‘찬스링크’는 15일 일반 서비스를 시작한다. “제가 포항 MBC에서 하루 종일 뉴스를 진행해도 (모든 뉴스를) 다 듣고 있지 않거든요. 남들이 힘든 상황에서 정말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농인(소리를 못 듣는 사람)은 알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입니다. 비장애인과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생기는 한계죠. 정보의 폭을 넓혀야 농인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의 폭도 넓어집니다. 저는 그 폭을 넓혀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지난해 8~9월부터 지상파 3사(KBS‧MBC‧SBS) 메인뉴스에 수어통역이 도입된 것을 계기로 한국방송(KBS) 뉴스나인(9시뉴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동호(41) 수어통역사의 말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메인뉴스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코로나19 생방송 브리핑 등에도 수어통역을 하
“떠나고 싶어 떠난 것이 아니었어요. 고향에선 살아갈 길이 없어 밀려나듯 연해주로 건너갔는데, 흘러 흘러 수 만리 먼 카자흐스탄까지 쫓겨난 거지요. 할아버지가 그렇게도 그리워한 조국에 돌아오려는데 그게 떠나기보다 더 힘들어요.” 카자흐스탄에서 방문취업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고려인 3세 김 스베틀라나(Kim Svetlana∙55) 씨는 지난 10월 30일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고국에 사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 2019년 2월 한국에 들어와 경북 경주시 성건동 고려인 마을에 있는 ‘경북고려인통합지원센터’에서 통역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