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7일 오전 서울 을지로7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 광장.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 검은색 우비를 입은 남녀 청소년 5명이 서 있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활동가인 이들은 30여 명의 취재진을 앞에 두고 기자회견을 시작했습니다. 기자회견의 주제는 ‘청소년들이 DDP 앞에 썩은 당근 217kg을 쏟아부은 이유는?’이었습니다. 이들의 뒤편엔 문재인 당시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 한정애 환경부 장관 등의 사진이 들어간 종이 조형물이 있었습니다. ‘기후위기는 최악인데 왜 입만 움직여?’ 등이 적힌 팻말도 놓여있었
“지구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플랜 비(B)’는 없습니다.”2021년 5월 12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2021 한국포럼’에서 반기문 전 유엔(UN)사무총장이 말했습니다. 그는 “신은 항상 용서하고,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포럼은 ‘지구의 미래, 한국의 미래’를 주제로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가 주최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현장 참석 인원을 100명으로 제한한 가운데 유튜브로 생중계됐습니다.
지난달 27일 오전 10시쯤 서울 성동구 왕십리 서울숲 인근 복합문화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26개 농부팀이 10여 개 대형 천막 아래 설치한 가판대가 붐비기 시작했다. 짙은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40대 여성 등 남녀노소 100여 명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가판대를 오가며 마늘종, 부추, 토마토 등 다양한 작물을 요리조리 살폈다. 서울 한복판에 왁자하게 펼쳐진 장터, 이곳은 ‘마르쉐앳’(marché@)의 지구농부시장이다.프랑스어로 ‘장터, 시장’이라는 뜻의 마르쉐에 장소라는 의미의 at(@)을 붙인 마르쉐앳은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는 오염물질을 완전히 걸러내지 못합니다. 알프스에서 한 번 걸러진 물 샘플을 조사했을 때, 70%가 규제 기준 이상으로 방사성 물질에 오염돼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 거르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일본 정부가 오염물질 양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물이 많은 다른 방사성 물질이나 유기물, 금속, 그리고 연료봉이 녹으며 의해 생성된 독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지난 10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사흘째 열린 제5회 세계녹색당(글로벌그린즈) 총회
“빠르면 6월, 늦으면 8월쯤에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하는데, 방류되고 나면 수산물 판매가 급감할 거예요. 사람들이 안전하지 않은 수산물이라고 먹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이 도시는 (주민들이) 다 떠나서 유령의 도시에 가깝게 될 거예요.”지난 4월 20일 오후 경남 통영시 용남면 화삼리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지욱철(58) 씨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화삼어촌계장을 맡은 어부이자 통경거제환경운동연합 이사장이기도 한 지 씨는 “마을 사람 대다수가 어업에 종사하고 있어, 수산물 소비가 줄면 다들 어촌을 떠날 것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에이펙(APEC)로 벡스코에서 열린 ‘제1회 부산 기후산업 국제박람회’는 기후위기 대응을 기술혁신과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기업들의 의지가 집약된 행사였다.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중앙부처와 부산광역시,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에는 카카오, 현대자동차 등 5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탄소중립에 기여할 기술개발 현주소를 보여 주었다.기후위기 대응을 기술혁신과 성장의 기회로 벡스코의 1·2전시장 중 청정에너지관·에너지효율관·탄소중립관·미래모빌리티관이 마련된 1전시장에서 먼
미세하게 찰랑거리는 물 위에 검은 옷을 입은 여성이 아슬아슬하게 얼굴만 내놓고 떠 있다. 장면이 바뀌자, 하얀 옷을 입은 5명의 무용수가 푸르스름하고 투명한 비닐 아래에서 절규하듯 온몸을 움직인다. 이어 한 여성 무용수가 바닥을 향해 구부린 다른 무용수들의 등을 밟고 올라선다. 구원을 바라듯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그의 표정엔 두려움과 간절함이 가득하다. 위태롭게 서서 손을 뻗던 그는 결국 뒤로 넘어진다. 물에 떠 있던 여성은 점점 가라앉더니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화면이 전환되자 흰옷을 입은 무용수도 죽은 듯 바닥에 쓰러져 있다.
[단비 소리뉴스] '기후우울' 떨치고 '어벤져스'로 나서다벚꽃이 거리를 눈부시게 수놓았던 2021년 4월 초, 이시현 씨는 친구들과 서울 영등포구 양화동 선유도공원으로 꽃구경을 갔습니다. 친구들은 사진을 찍기 바빴지만, 이 씨는 웃을 수 없었습니다. 기후변화 탓으로 벚꽃이 열흘이나 일찍 피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며칠 후에는 야경을 보러 서울 성동구 응봉동의 응봉산에 올랐습니다. 아름다운 풍경 뒤로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자동차들과 빛 공해를 일으키는 조명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친구들은 야경을 만끽하며 이야기꽃을 피
충북 제천시 강저로 9안길. 지도 앱에서는 위치가 검색되지 않아, 도로명 표지판을 보고 어렵사리 찾아간 들판 한가운데 소형 트럭 크기의 달팽이 모양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그 뒤로 철제 셔터가 달린 차고형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꽃팽이’라는 이름의 조형물이 수문장처럼 지키는 건물이 ‘전창환 조형연구소’였다. 폐스티로폼으로 만든 조형 작품으로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전창환(55) 작가를 지난달 4일 이곳에서 만났다.제천 의림지 역사박물관에서 ‘1.5℃의 눈물’ 전시회작업실 내부에는 4월 11일부터 6월 25일까지 제천시 모산동 의림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산림 훼손, 공장식 축산, 원자력 폐기물, 그린뉴딜.... 윤정열(33) 작가의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사포(SAPO)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기후위기와 환경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삽화가)다. 심각한 주제를 다루지만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그의 그림은 기후행동파 시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윤 작가를 만났다.풍자와 해학 가득한 기후위기 고발 만화윤 작가는 어린 시절 전문 산악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자주
지난달 17일 경북 경산시 조영동 영남대 세포배양연구소. 초저온 유지를 위한 액체질소(LN2)탱크와 겔(gel)분석프로그램기, 전자현미경 등이 곳곳에 놓인 연구실에서 연구원 10여 명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스포이드(액체투입기)로 닭의 근육 줄기세포 등을 염색한 뒤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세포배양연구소장인 최인호 교수의 안내로 현미경을 들여다보니, 보라색 국수 다발 같은 근육 줄기세포들이 4~5초 만에 한 번씩 꿈틀대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최 교수는 “종(種)마다 세포가 다르게 생겼고, 끊임없이 움직인다”고 설명했
“다른 카페는 안 받던데, 왜 여기만 300원을 더 받아요?”지난달 3일 세종시 소담동 세종시청 앞의 한 프랜차이즈(영업권사업) 카페. 무선이어폰을 낀 채로 키오스크(무인주문대)에서 음료를 고르던 20대 남성이 계산대를 향해 물었다.“우리 매장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고 있어서요. 다 마신 컵을 가져오시면 보증금은 돌려드리고 있습니다.”점주의 설명에 손님은 반환 방법 등 몇 가지를 더 묻더니 결국 주문을 하지 않고 나갔다. 이날 세종시청 부근 16곳의 각기 다른 프랜차이즈 매장을 돌아본 결과, 점주와 소비자 상당수가 일회용 컵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국내 과학자들이 일본을 편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해양 방류 대신 육상 저장 등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안을 모색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후쿠시마 오염수에 재처리핵연료(MOX)에서 나오는 치명적 핵종들이 포함되어 있다며 방사성 물질을 거르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운영에 주변국이 인정하는 제3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원자력 관련 민간 전문가 단체인 ‘원자력 안전과 미래’ ‘핵과 에너지의 안전과 환경을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은 21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가 일상의 안전과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시대, 한국 사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열린 ‘지구의 날 기념 기후위기 대응 전문가 초청 심포지엄’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정부, 기업, 개인이 해야 할 일과 ‘기후테크’ 등 기술적 대응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지구의 날은 4월 22일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세계 자연보호운동가들이 제정했다. 이날 행사는 법무법인 원과 사단법인 선(인권·환경운동 단체)이 공동 주최했으며 발표자와 청중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14일 오후 2시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앞에서 ‘4.14 기후정의파업, 함께 살기 위해 멈춰’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4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서울, 제주, 광주, 부산 등 전국에서 모였다. 신공항건설반대·삼척화력발전반대·산악열차반대 등 분야별 대책위원회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350여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기후정의 실현’ ‘사회 공공성 강화’ 등을 외치며 탄소중립위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청사 앞까지 2.2킬로미터(km)를 행진했다.‘민주적·생태적이며 공공성 보장하는 대책’
지난 100여 년 동안 지구 전체 평균 기온이 10년마다 0.07도(℃)씩 오른 반면 한국은 0.2도씩 올라, 기온 상승폭이 지구 평균의 3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30년 동안 한국 주변 해역의 수온은 평균 0.21도가 올라, 상승폭이 지구 평균인 0.12도의 2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적으로 탄소배출량을 빠르게 줄이지 못할 경우 폭염, 열대야, 산불, 전염병 등이 급증하고 흉작으로 인한 농수축산물 가격 상승과 에너지난 등 사회·경제적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평가하는 공청회가 열렸다. 국회기후변화포럼이 주최한 이 공청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지난달 21일 정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안이 산업계의 혁신을 저해하고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지난해 3월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수립하는 법정 계획으로,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문별·연도별 감축 목표와 수단 등을 제시한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계획안은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