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찬란한 빛기둥이 내려왔다. 그 빛을 따라 검은 머리 펄럭이는 여인이 단풍나무 씨앗처럼 나선형을 그리며 바다로 떨어졌다. 그때 기러기 떼가 날아올라 날갯짓으로 그녀를 받혀 거북이 등딱지 위로 내린다. 그녀는 ‘하늘여인’(Skywoman)이다. 천상계에서 지내다 생명 나무가 뿌리째 뽑히면서 생긴 구멍을 보지 못하고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그녀는 쌍둥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바다 심저에 있는 진흙을 건져오면 대지가 생긴다는 전설이 있었다. 수달과 비버, 철갑상어가 잠수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 11일 옥천에 다녀왔습니다. <옥천신문>에는 우리 스쿨 졸업생이 셋이나 일하고 있습니다. 오한흥 옥천신문사 대표의 농막 옆 계곡에 발 담그고 농사 지은 감자와 고기를 구워 먹으며 잠시나마 시골 사는 맛을 즐겼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머리 위로 은하수가 흐르는 장관도 목격했습니다.더 부러운 것은 사적 모임인데도 그 신문을 후원하는 사람 여럿이 함께했다는 사실입니다. 용산참사 원인 규명을 위해 매주 현장에서 기도회를 연 김인국 신부, 전국언론노련 전 위원장인 신학림 <뉴스타파> 전문위원, 언론에 관심이 많은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
처참하게 부서진다. 거대한 조각은 멀어졌다 다시 만나 서로를 짓이기며 솟아오른다. 육중한 것은 지하로 침전해 영원에 수렴하고 가벼운 것은 산맥과 만나 마천루를 이룬다. 지구물리학자 투조 윌슨은 1965년 세계 최초로 판 구조론인 윌슨 주기를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2~3억 년을 주기로 지구를 덮고 있는 거대한 판이 갈라졌다 합치기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그보다 먼저 알프레드 베게네가 1915년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의 해안선 형태와 생물 화석의 유사성을 들어 대륙이동설을 주장했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했다. 그러다 2차 세
캘리포니아 어원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지만 가장 힘 있는 주장은 스페인 판타지 소설 <에스플란디아의 여전사들>(Las Segias de Esplandian)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작가 가르샤 오르도네즈 데 몬탈보(Garcia Ordonez de Montalvo)가 1510년 쓴 작품으로 소설 속 캘리포니아는 무슬림계 여왕 캘라파(Calafa)가 흑인 여전사 아마존을 거느리고 통치하는 금남의 땅이었다.소설 속 캘리포니아는 기후가 따듯하고 과일과 야채 등 먹을거리가 풍부했다. 보석은 지천으로 널려 있어 군인은 창과 칼에 아무렇게나 보석
대형 마트 프라이팬 매대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저렴한 행사상품 때문이다. “진짜 싸다” “코팅 좋아 보여” 몇 마디가 오간 뒤 다른 제품과 비교해보지도 않고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들에게 신중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PFOA free’ ‘과불화화합물 미검출’ 같은 표현이 광고에 담겼는지 확인해야 한다.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 ‘과불화옥탄산(PFOA, 또는 C-8)’이 우리 일상에 침투하고 있다. 인류와 지구의 안녕을 해치는 독성물질이다. 이를 물리치기 위한 전쟁에 뛰어든 사람이 미국 태프트 로펌 변호사 롭 빌럿이다. 열망이 모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의 특별취재팀이 뉴스통신진흥회(이사장 강기석)의 제2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는 1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단비뉴스> 김지연(27) PD와 이정헌(27), 최유진(27), 홍석희(29) 기자의 ‘비닐하우스·컨테이너 속에 갇힌 외국인 노동자 주거권’ 기사를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11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상패와 상금 1천만 원을 받게 된다. 비닐하우
‘현명한 자는 술로 이성을 마비시키는 사람’“나는 치통을 예방하기 위해 매일 밤 스카치위스키를 마신다. 이제까지 치통을 앓아본 적이 없다. 게다가 그럴 의향도 없다.”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알아주는 주당이었다. 그는 심지어 "현명한 사람은 두 부류가 있으니 하나는 자살하는 사람이오, 또 하나는 술로 이성을 마비시키는 사람"이라 했다. 가히 과격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매일 밤 그가 치아를 위해 위스키를 마시는 마음도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술을 거나하게 걸치고 구수해진 입안을 어찌 싸구려 치약으로 마무리하겠는가? 나도 가끔 아
17일 오후 서울 제기동 역사문제연구소 5층 관지헌에서 ‘‘대학이란 무엇인가’ 질문 넘어서기’라는 주제로 집담회가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정준영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 유정 서경대 인성교양대학 교수, 김태호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교수, 이묘우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주임교수, 이우창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박사과정생이 참여해 ‘대학의 미래’를 화두로 발제와 지정토론을 맡았고, 줌(zoom) 화상회의를 통한 온라인 비대면 16명, 오프라인 16명의 각계 지식인들이 참여해 자유토론을 했다. 천정환 성균관대, 강명숙 배재대
다국적 청년 8명의 ‘영혼들에게 건네는 작별인사’ “전 세계 사람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알리고, 아름다운 영혼을 떠나보내는 유가족을 음악으로 위로하고자 3년 전부터 세월호 추모 프로젝트를 해왔어요. 작년에 세월호 수색이 마무리됐고 (올해) 6주기를 맞아 프로젝트도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각국의 작곡가들을 모았습니다.”미국, 독일, 핀란드, 벨기에, 한국 등 5개국 작곡가 7명과 첼로 연주자 1명이 세월호 추모앨범 <영혼에게 건네는 작별인사>를 제작해 지난달 7일 유튜브 등에 공개했다. 제작 총괄을 맡은 윤지수(활동명 제시 윤)
이번 온천 탐방지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차로 북쪽으로 3시간, 330km 떨어진 샌루이스오비스포카운티(San Luis Obispo County) 휴양마을 패소로블스(Paso Robles)다. 스페인어로 ‘파소로블레스’라고도 부른다.인간과 자연, 관계에서 이름 짓다패소로블스는 스페인어로 ‘오크나무 길(The Pass of the Oaks)’이란 뜻이다. 오크나무는 코끼리처럼 몸통이 두껍고 가지는 구불구불 꺾여 하늘로 향한다. 엄지손가락 만한 이파리가 풍성해 멀리서 보면 커다란 버섯 같다. 이 땅의 주인이던 아메리카 원주민 살리난(Sali
지난해 5월 개봉한 영화 <악인전>은 ‘센캐(센 캐릭터)’의 향연을 보여준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괴물 형사 역을 실감나게 해내 톱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 마동석이 이번엔 조폭 두목으로 변신했다. <범죄도시>를 재미있게 본 관객 중에는 마동석 주연이라는 소식에 <악인전>을 ‘믿고 본다’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극장을 나온 관객들 반응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네이버 평점엔 ‘빠르지만, 허점이 많은 전개’ ‘배우의 오버 연기가 오글거림’ 등의 혹평도 있었다. 10점 만점에 4점, 심지어 1점을 준 네티즌도 있다. 이 영화의 어떤 점이
스스로 밥 벌어먹게 될 때 비로소 어른이 됐다고 말합니다. 내 생계를 내가 책임진다는 뜻이죠. 밥벌이가 돈을 번다는 뜻만 있는 건 아닙니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저서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에서 밥벌이에서는 돈 버는 일보다 “스스로 밥을 하고 먹고 치우고, 삼시 세끼를 스스로 운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밥 한 끼에 담긴 깊은 뜻을 음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밥벌이의 자존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몸 한끼, 맘 한끼> 열 번째 시간에는 마지막 수업을 기념하는 작은 파티를 엽니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에 하는 위로나 조언이 도리어 상처를 줄 때가 있습니다. ‘너는 틀렸으니 내 말대로 바뀌어야 해’ 같은 생각이 내포한 말은 듣기 싫은 잔소리가 될 수밖에 없어요. 윤대현 작가는 그의 저서 <잠깐 머리 좀 식히고 오겠습니다>에서 위로 혹은 조언이란 명분으로 폭력적일 수 있는 강한 메시지를 들으면 “심리적 독립성이 훼손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상대에게 필요한, 딱 알맞은 것을 주고 싶을 때 우리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말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몸 한끼, 맘 한
스누피 그림이 단서다. 캘리포니아 중남부 자연 온천을 샅샅이 뒤지겠다는 각오로 온갖 자료를 인터넷에서 뒤지다 어느 온천 정보가 튀어나왔다. 이건 아내가 건진 거다. LA 한인 라디오 방송국 홈페이지 애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사연이었는데, 캘리포니아 컨카운티 컨강 하류에 한인 노부부가 운영하는 온천이 있다는 것이었다. 고향집 같은 분위기에 물도 끝내준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장소 설명이 없었다. 구글 지도에 점 하나 찍혀 있을 뿐이었다. 그리곤 온천 입구에 스누피 그림이 그려 있다고 설명했다. ’스누피라… 거참.’ 이번에는 내
‘가족같이 일할 직원 구합니다.’한국 사람들은 3D업종에 이민자를 고용하면서 ‘가족’이라는 이름을 애용한다. 고용노동법에 정의된 최저임금과 4대 보험을 지키지 않는 고용주는 단골 뉴스 아이템이다. 지난해 12월 광주 CBS는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의 눈물 – 코리안 드림은 없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처우를 고발한 내용이다. 이들은 씻을 공간도 없는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숙소에서 생활했다. 세 끼를 라면으로 때우거나, 소금 간을 친 생선으로 식사를 해결할 때가 많았다. 최저임금 8,350원은커녕, 시간
‘여름 야청빛 저녁이면, 들길을 가거라,밀 잎에 찔리고 잔풀을 밟으며,몽상가, 나는 내 발에 그 차가움을 느끼게 하네.바람은 나의 헐벗은 머리를 씻겨 주겠지.말도 않고, 생각도 않으리.그러나 무한한 사랑은 내 넋 속에 피어오르리니,나는 가리라, 멀리, 저 멀리, 보헤미안처럼,여인과 함께하듯 행복하게, 자연 속으로.’아르튀르 랭보의 시 ‘감각’이다. 검고 푸른 밤의 시각, 발 아래, 머리 위의 촉감, 공허 속의 충만함, 타자를 향한 그리움과 홀로서기. 산행을 하며 고작 허벅지 통증을 살피기 급급한 나로서는 도저히 범접하기 어려운 오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레이크타 호는 세상 모든 푸름을 가둬놓은 듯했다. 안 왔으면 안 왔지 한 번 올 곳은 아니었다. 우리는 다음 일정을 위해 아침 일찍 호수를 떠나야 했다. 다음 목적지는 호수에서 남쪽으로 84km 떨어진 칼슨리버 온천(Carson River Hot Springs)이다. 행정구역상 캘리포니아주 마크리빌(Markleeville)에 있지만, 구글 지도는 우리를 시계 방향으로 빙 돌아 네바다주로 간 뒤 395번 하이웨이를 타고 내려가라고 안내했다. 네바다주로 접어들자 우리를 처음 반긴 건 캘리포니아주보다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