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매일 새벽 3시가 되면 캄캄한 세명대학교 캠퍼스를 홀로 밝히는 사람이 있다. 신문배달원 김덕용(59) 씨다. 김 씨는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에 신문 꾸러미를 배달한다. 신문을 묶은 종이에는 ‘저널리즘’이라고 적혀 있다.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원생들은 그가 배달한 신문을 읽으며 세상과 만난다. 김 씨에게도 종이 신문은 ‘인생의 동반자’다. 37년 동안 신문을 배달했다. 종이 신문이 사라져 가는 시대를 맞은 그는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2022년 5월 21일
지난달 4일 경상북도 울진군 두천리 한 야산에서 불이 났다. 산은 바짝 메말라 있었다. 이번 봄에 앞선 지난해 말과 올해 초는 1973년 이래 강수량이 가장 적은 겨울이었다. 불은 산을 따라 삽시간에 번졌다. 산불은 경북 북부를 거쳐 강원도 삼척으로 번지며 동해안 일대를 불태웠다. 산림 2만523헥타아르(ha)가 불탔다.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ha)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피해 면적이었다. 주택 322동과 농기계 1천899대도 불탔다. 산 아래 살던 사람들은 집을 잃어, 이재민 328세대가 발생했다. 정부가 집계한 피
2022년 4월 5일, 새 생명을 심는 식목일을 맞아 <단비뉴스>가 누리집을 새로 단장했다. 2010년 창간 이후 약 11년 만이다. <단비뉴스>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하 세저리) 원생들이 꾸려나가는 청년 독립 언론이다. 언론인의 꿈을 키우는 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다지는 곳이기도 하다. <단비뉴스>는 지난 11년 동안 1만여 건의 기사와 영상을 보도했다.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같은 뉴스와 영상을 독자가 더욱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이제 누리집을 개편했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은 1년에 책을 1권도 읽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1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만 13세 이상 인구 중 지난 1년 동안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은 45.6%에 불과하다. 2011년의 61.8%에 비해 크게 줄었는데, 이는 영상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유튜브(Youtube)의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유튜브가 사람들을 책으로 이끌기도 한다. 10일 기준 23만여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겨울서점>의 김겨울(30) 씨도 그런 역할을 하는 유튜
지난 4일 찾아간 ‘처음책방’은 개업 준비로 부산했다. 충청북도 제천시 세명대학교 후문 근처에 자리 잡은 책방 곳곳에는 아직 책장에 자리 잡지 못한 수백 권의 책이 쌓여 있었다. 각종 단행본의 초판본, 수많은 잡지의 창간호 등이었다. ‘처음책방’이라는 이름도 거기에서 나왔다. 처음 세상에 나온 종이 출판물만 모아둔 책방이라는 뜻이다. 책방 주인은 김기태(59) 세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다. 대학시절 문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이후인 1988년부터 삼성출판사에서 잡지와 책을 편집하는 출판
어둠이 고요히 내려앉은 충북 제천시 의림지. 빙판이 된 저수지 위에 몸매가 매끈한 족제비를 닮은 동물이 작은 물고기를 씹어먹는다. 얼음물에 흠뻑 젖었지만 윤기가 흐르는 털, 강아지처럼 동그란 머리, 작고 귀여운 눈과 귀, 길고 도톰한 꼬리까지. 바로 수달이다. 조심성 많은 녀석이 배가 많이 고팠는지,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배 채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물고기를 마저 넘기자마자 다시 얼음구멍에 뛰어든다. 정확히 1분 만에 더 큰 고기를 물고 올라온다. 어른 손바닥만 한 먹이를 잠수에 걸린 시간보다도 빨리 해치운다. 야생 수달이 왕
“음악 듣는 게 좋아서, 낙서하는 게 참 좋아서, 쟨 공부가 제일 쉬워서, 그냥 다 좋아서 하던 일이었어.”2019년 6월 발표된 가수 구만(25·본명 김규만)의 데뷔곡 '챈스'(Chance)의 첫 노랫말이다. 싱글 앨범의 표지에는 폴라로이드 사진 속 앳된 소년이 미소를 짓고 있다. 느리고 잔잔한 박자에 맞춰 블루스풍의 반주가 깔린다. ‘참 좋아서’는 싱어송라이터(가수 겸 작곡가) 구만이 음악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데뷔 1년도 되지 않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덮쳤다. 꽁꽁 얼어붙은 공연가에서 구만은 노래할 기회를 찾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간호사 등 의료인력 부족과 취약한 공공의료시스템 문제가 중대한 사회 현안으로 떠올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9월 파업을 예고했다가 ‘의료진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정부 약속을 믿고 철회하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널스툰’(간호사+만화)을 그리는 신현아(30) 간호사는 시간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는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느끼는 고충을 몇 컷의 그림으로 표현한다. ‘오늘의 간호사’(@today_nurse) 계정에 연재되는 널스툰은 2년여 만에 4300
10평 남짓한 거실에 성인 남성 다섯이 섰다. 한 명이 앞줄에 서고, 두 걸음 뒤에 선 네 명은 줄을 맞췄다. 앞장선 한 명이 “알라 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조용히 읊조린 뒤 엎드려 기도했다. 뒤이어 네 사람은 소리를 내지 않고 똑같이 절했다. 모두 같은 방향을 향했다. 대략 10분간 같은 방식으로 기도를 몇 차례 반복했다. ‘이맘’의 작은 목소리, 그리고 두꺼운 패딩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이맘은 이슬람교에서 예배를 이끄는 지도자다. 이들은 하루에 다섯 번씩 메카를 향해 절하는 무슬림이다.
“나는 경이로운 존재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들, 신문에서 자신의 비참을 드러내어도 좋다고 허락해준 사람들은 모두 이 세상의 거대한 비참과 불의에 저항하는 기적 같은 존재들이다. 내가 쓴 글들은 모두 그들에 대한 존경과 감탄에서 나온 것들이다. 나는 그들이 부디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싸우는 사람이 사라졌다는 건 세상의 차별과 고통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이 곧 망할 거라는 징조이기 때문이다.”홍은전(42) 작가는 지난해 출판한 책 <그냥, 사람>의 ‘들어가는 글’에 이렇게 썼다. 201
“흔히 ‘문간방’이라고 할 때는 대문 곁에 있는 방 한 칸을 의미하는데, 집 밖과 집 안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공간을 말해요. ‘청년문간’이 청년들이 세상에 나가서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다가 피곤하고 지치면 와서 좀 쉬고, 그러다가 또다시 세상에 나가는 그런 문간방 같은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서울시 정릉동 정릉시장 골목에는 주머니가 얇은 청년들이 단돈 3천 원에 따끈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글라셋선교수도회 이문수 가브리엘(47) 신부가 운영하는 ‘청년밥상문간’이다. 2017년에 문을 연 청년밥상문간은 지난 6월
지난 5월 내내, 제천시 덕산면에 위치한 어느 마을의 방 한 칸은 밤새 불 켜져 있었다. 박유미(29) 씨는 어두운 방에서 벌레가 마구 돌아다닐 것을 걱정했다. 빛이 있으면 벌레가 들어와도 움직이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도시에 살던 박씨는 벌레의 습성에 대해 아는 바가 적었다. 한동안 천장 등을 환히 켜고 잠들었다. 농촌 생활 넉 달이 지난 9월, 불빛은 전보다 희미해졌다. 박 씨는 이제 천장 등은 끄고 책상 위 전등만 켜고 잔다. 그는 지난 5월부터 제천시 덕산면 월악산 자락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청년마을’에서 생애 첫 농촌 생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고전(古典)을 ‘모두가 읽었기를 원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읽으려 하지 않는 것(Something that everybody wants to have read and nobody wants to read)’이라고 정의했다. 가치 있는 책이라는 걸 알지만, 어렵고 지루할 것이란 생각에 선뜻 집어 들지 않는 모습을 꼬집었다고 할 수 있다. 고전을 공부하는 모임 ‘파이데이아’ 청주지부를 운영하는 임성재(67) 공동지도자는 이런 편견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시민들과 함께 꾸준히 고전을 읽으며 ‘지루하고 어려운 이야
자연 생태계를 있는 그대로 보존할 것인가, 개발해서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것인가. 산업화 이후 세계 곳곳에서 되풀이된 이 논쟁이 이번엔 지리산에서 불붙었다. 경남 하동군 윤상기 군수가 ‘지리산에 산악열차를 만들어 하동 100년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며 2018년 ‘하동알프스 프로젝트’를 재선 공약으로 내세운 후,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원회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5월 31일 반대위 대표 박남준(65) 시인을 경남 하동군 악양면 동매마을에 있는 자택 심원재(心遠齋)로 찾아가 만나고, 5일 최지한(4
아프가니스탄 재건 과정에서 우리 정부를 도운 현지인들이 ‘미러클’ 작전으로 한국에 오자 환호가 쏟아졌지만, 난민과 이주민을 대하는 국민들의 태도는 전반적으로 냉랭한 게 현실이다.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자’고 제안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욕설 전화가 쏟아진 것이 상징적인 사례다. 최근 대구에서는 지역 주민들 반대로 이슬람사원 건설공사가 중단됐다. 주민들은 이슬람사원이 들어서면 마을이 ‘슬럼(빈곤우범지역)화’하고 치안이 불안해진다며 막아섰다. 대구지역에서 인권운동을 해 온 서창호(48) 활동가는 이런 주민들을 상대로 ‘무슬림을 이웃으
통계청 기준으로 약 740만 명, 노동계 기준으로 약 1000만 명이나 되는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에 비해 부당한 해고를 많이 겪는다. 이들 중 일부는 부당해고에 맞서 단식, 고공농성 등 목숨을 건 투쟁을 한다. 서울 신길동에 있는 ‘비정규직노동자쉼터 꿀잠’은 이런 비정규직노동자와 그들을 돕는 활동가를 위한 쉼터다. 2017년 설립된 꿀잠에는 그동안 어떤 사람들이 어떤 사연을 갖고 머물렀을까. 이곳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김소연(52) 운영위원장을 지난 6월 18일 꿀잠에서 만나고, 지난 21일 문자로 추가 인터뷰했다.
초등학생 대상 학원강사로 일하다 결혼한 그는 딸이 지적장애와 시각장애를 동반한 뇌병변 1급 판정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평범한 주부였다. 장애가 있는 딸을 키우면서, ‘세상은 안 되는 일투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활동가가 됐다. 사단법인 한국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중애모)에서 560여 회원과 함께 ‘안 되는 일 되게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이정욱(55) 회장을 지난 6월 10일 서울 성산동 중애모 사무실에서 만나고, 지난 12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했다.중복 장애인의 불편과 고통에 무심한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