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창•김기만, 이왈종 등 대가들 작품 선보여 흐드러지게 피고 떨어지는 동백꽃 나무 아래, 파란지붕을 그늘 삼아 한 사내가 다리를 꼬고 누워 책을 읽는다.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 돌담 한 구석에는 장독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집 나서는 아낙을 사내 대신 누런 개가 배웅한다. 그네들의 추억을 동백나무 곳곳에 숨겨놓은 이왈종 화백의 그림 <제주생활의 중도>가 지역민들을 만나러 지난달 26일 ‘화려한 외출’을 했다.오는 18일까지 충북 제천시 세명대학교 민송기념관에서 열리는 전시회 ‘畵, 화려한 외출’은 개교 21주년을 맞은 세명대와 제
1973년 '나랏일' 반대 못했고보상금과 개발에 눈멀어 우리의 삶 앗아 가는 것도 몰라2만명 넘던 읍 인구가 이젠 1만명도 안돼만약 원전 아니었다면 어업·관광업 더 발전했을 것30년간 국익 위해 참았지만 이젠 잘사는 것 떠나 생존해야 "원전은 마약과 같았다. 보상금과 개발에 눈이 멀어 우리의 삶을 잃어가는 것도 몰랐다. 이젠 깨어나려 한다."강주훈(58)씨는 11대를 이어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살고 있다. 그는 고리원전을 짓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당시 한전) 직원들이 마을을 찾은 73년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군사정권 시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월 발생한 고리1호기 블랙아웃(완전정전) 사고 은폐를 주도한 문병위 전 고리 제1발전소장과 실무팀장 2명을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고발했다고 4일 밝혔다. 안전위는 또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도 관리감독 소홀 책임을 물어 고발했다.이들은 사고 당시 방사선비상발령을 내리지 않고 안전위에 해당 사실을 보고하지 않아 원자력안전법 등을 위반한 혐의다. 원자력안전법상 보고 의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안전위는 이와 별도로 한수원에 최고 5,000만원의 과태료와 과
한옥순(65)씨는 20년 전 남편 이남우(70)씨와 함께 경남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로 이사왔다. 부산계성여상에서 회계교사로 일하던 이씨가 동맥경화증으로 뇌수술을 받게 되자 요양을 위해 산 좋고 물 좋은 동네로 집을 옮긴 것이다. 평밭마을은 밀양시내에서 차를 타고 15분가량 들어가야 하는 산골이다. 한씨 부부는 ‘평밭산장’이라는 간판을 달고 손님 50~60명 정도를 받을 수 있는 닭백숙 집을 열었다. 장사를 끝내면 동네 주민과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거나 마을회장 집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평화로운 나날이었다고 한다. 한씨네
지난 1월 농민 이치우(74)씨가 ‘송전탑 건설 중단’을 외치며 분신해 숨진 경남 밀양에 17일 저녁 1200여 명의 남녀노소가 모여 ‘원전 없는 세상’을 외쳤다.이날 밀양 영남루 앞 야외공연장에는 오후 4시부터 대형버스와 승합차 등 수십 대의 차량이 속속 도착했다. 어린이책 시민연대, 초록교육연대, 녹색당, 진보신당 등의 단체참가자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온 개인 등 각양각색의 ‘탈핵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드문드문 빗방울이 내리는 흐린 날씨와 쌀쌀한 바람에도 야외공연장의 열기는 점점 높아졌다. '송
66개국 5만여 외국인 거주 ••• 한국 관광객도 북적"주말에는 태국, 베트남 사람뿐 아니라 한국인이 많이 찾아와요."경기도 안산 다문화마을에서 4년 전부터 태국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보수완 짠야(32)씨. 그녀는 3년 전부터 인도네시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나라 음식점들이 생기면서 한국인과 외국인 방문이 늘었다고 말했다. 안산은 흔히 각종 범죄의 무대가 되는, '외국인이 많은 무서운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5월, 지식경제부가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다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안의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는 작업이 8일에도 계속된 가운데 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시민단체와 반대하는 주민, 활동가들이 각각 집회를 열고 대립했다. 이날 오후 1시쯤부터 서귀포시 강정천 옆 체육공원에서는 보수운동가인 서경석 목사가 주도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 촉구 전국대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는 애국시민단체총연합회, 한국시민단체연합회, 해병전우회 등 외지에서 온 400여 명과 제주 지역에서 참여한 300여 명 등 총 700여 명이 모여 조속한 해군기지 건설을 촉구했다. 어버이연합회의
화산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바다를 만나 굳어져 생긴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의 너럭바위, 구럼비. 약 3만년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길이 1.2킬로미터의 이 구럼비 바위가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폭파되고 있다. 구럼비는 국내 유일의 바위 습지지대로 생태학적 가치가 매우 높고, 구럼비 인근의 범섬 일대는 세계적인 연산호 군락지로 2002년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런 천혜의 자연유산을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파괴해야 하는가를 놓고 환경운동가 및 마을주민, 그리고 공사주체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미
‘쾅!’7일 오전 11시 20분쯤 제주도 강정마을의 용암너럭바위 지대인 구럼비 해안에 폭음이 울려 퍼졌다. 제주해군기지 시공사인 삼성건설과 대림건설이 기지건설 부지 일대에서 구럼비를 부수기 위한 화약 발파 공사를 강행한 것이다.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전경버스로 길을 막아선 경찰병력과 대치하다 20여 명이 연행됐다. 새벽부터 긴장감....경찰력으로 봉쇄 후 여섯 차례 발파 강정마을에는 이날 새벽 3시쯤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해군과 전경들이 강정마을에 들어와 발파 공사를 위한 폭약 운반 작업을 시작하자 마
지난달 23일 부산시 진구의 한 편입전문 학원. 강의실로 향하는 계단 벽면에 ‘합격 수기’ 포스터가 빼곡히 붙어있다.“편입이 인생을 바꾸다 -송00씨, 동국대 경제학과 편입, 현재 A증권 근무”“정체된 젊음 대신 도전을 택하다 –황00씨, 건국대 기계공학과 편입, 현재 B중공업 근무”도전과 좌절, 노력과 성공의 우여곡절을 담은 수기는 대학 편입에 성공한 사람을 마치 영웅처럼 보이게 했다. 내용의 상당부분은 서울소재 대학에 편입한 후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었다는 것. 청년(15세~29세)실업률이 8%로 전체실업률(3.5%)의 두 배를
1408년 10월, 명나라 수도 남경(南京)에서 한 외지인이 죽었다. 그의 이름은 마하라쟈 카르나(麻那惹加那). 발니(勃泥)국왕으로 남경 도착 두 달 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당시 황제인 영락제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조회를 3일 동안 중단하고 남경 남쪽 오구산 기슭에 묻어주었다.1958년 5월, 남경의 공무원들이 문화재를 조사하기 위해 남경성 안덕문을 찾았다. 별 기대 없이 근처 마을을 돌아다니던 이들은 한 농민의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오구산에 돌로 만든 까마귀와 거북(石乌龟)들이 누워 있어요.”농민들과 함께 오구산을 찾은
산기슭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호수를 눈에 담고 걷는 길, 청풍호 자드락길이 활짝 열렸다.충북 제천시가 총 사업비 12억 4,000만원을 들여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조성한 자드락길은 청풍면 교리 만남의 광장에서 시작, 수산면 상천리-옥순대교-괴곡리-다불리-지골리를 거쳐 다시 옥순대교에 이르는 총 58km의 등산로다. 준공식은 올해 3월로 예정됐지만 일반에게는 이미 공개됐다. 자드락길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이란 뜻의 순 우리말. 청풍호 자드락길은 ‘작은동산길’ ‘정방사길’ ‘얼음골 생태길’ ‘약초길’
강과 호수, 운하가 많은 중국의 장강(長江) 이남 지역에는 ‘물이 어우러진 마을’이란 뜻의 수향(水鄕)으로 불리는 곳이 꽤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수향은 장쑤성(江蘇省)에 있는 쑤저우(蘇州)다. ‘하늘에는 천당이,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天上天堂, 地下蘇杭)’라는 말이 있을 정도여서, 중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여행지가 됐다. 하지만 상업도시라 꽤 번잡하기 때문에 ‘동방의 베네치아(이탈리아의 수변도시)’란 소문을 믿고 쑤저우를 방문한 관광객들은 더러 실망하기도 한다.수 천 개 중국 수향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장쑤성
김종길의 시 ‘설날 아침에’가 떠오르는 음력 새해 첫날, 각 가정엔 일가친척이 모여 조상에게 차례(茶禮)를 올린다. 임진년이 시작된 23일 아침, 전국의 각 가정에서 정성껏 차린 차례상은 지역의 특산물과 가문의 전통에 따라 같은 듯 다른 모습이었다. <단비뉴스>는 전국 주요지역의 차례상이 어떤 특색을 보이는지 실제 상차림을 비교했다.전라도 “홍어가 빠지면 섭섭하죠” 곡창지대와 해안이 넓어 먹을 거리가 풍성하고 음식문화도 발달한 전라도에서는 차례상에 다채로운 음식이 오르지만 그 중에서도 빠지지 않는 게 홍어다. 홍어는 양념무침, 홍탁
“물로도 씻을 수 없는 새카만 먼지가 숨길 막았다” 제천은 원래 청풍명월의 고장이었다. 송학산 자락과 평창강 지류가 만나는 아름다운 땅에서 팔십 넘게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김종을(85•제천시 송학면 장곡리)씨는 2010년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주민건강역학조사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 중등증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중등증은 중증 아래지만 더 진행되면 매우 위험해지는 단계다.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라 불리는 이 폐질환은 사망률이 국내에서 7번째, 세계적으로는 4번째로 높고 마땅한
"아픈 거 빨리 낳길 바래..."인터넷 공간에서 화제가 됐던 유머 '구(ex)남친' 시리즈의 일부다. 늦은 밤, 이별한 남자들이 옛 연인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 내용을 정리해놓은 이 시리즈는 절절한 이야기들이 군데군데 틀린 맞춤법으로 적혀 있어 보는 이를 폭소케 한다. 맞춤법 오류는 명확한 의사 전달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긴다. 상대방의 맞춤법 실수에 호감이 사라졌다거나,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경험담도 자주 들려온다. 기업 인사담당자들도 기본적인 맞춤법이 틀린 이력서는 치명적인 감점 요인이 된다고 밝힌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인 농업이 새로이 각광을 받고 있다. 농촌은 '떠나야 할 곳', 농업은 '사양산업'이란 말도 이제 옛말이다.공대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3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던 이성희(31ㆍ충남 서천)씨는 반복되는 일상에 회의를 느껴 귀농을 결심했다. 버섯을 재배하기로 마음먹고 여러 농장을 다니며 재배 기술과 농장경영 방법을 익혔다. 100평으로 시작한 농장은 5년 만에 1800평 규모로 커졌다. 작년 매출은 4억원을 넘었다. 그의 동생 이희영(28)씨도 3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했다. 형과 함께 농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