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중 가장 풍성한 농경사회의 축제’에서 ‘빨간 날’, ‘송편 먹는 날’ 정도로 의미가 축소된 감도 있지만 아직도 추석은 오랜만에 일가친척이 한 자리에 모이는 민족의 대표 명절. 2012년 한가위에 팔도강산의 각 가정은 뭘 하며 하루를 보냈을까. <단비뉴스>가 각지의 표정을 모았다. 명절엔 역시 ‘고스톱’이 대세 추석 당일인 지난달 30일, 회사원 손준(31•경기도 김포)씨 집에 모인 친척들은 한 상 가득 잘 차린 점심을 느긋하게 즐긴 뒤 방바닥에 군용담요를 깔았다. ‘판’을 벌인 것이다. 올해 처음 명절 화투판에 뛰어 든 손
미국 중서부와 흑해 연안의 가뭄 여파로 연말쯤 국내 사료 가격이 사상 최고가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축산농가는 국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사료 가격이 폭등했던 2008년 상황이 재현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축산농가에서 사용하는 배합사료 가격은 2011년 초 이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8년 닭·돼지·소 사료의 가중평균가격은 25㎏ 기준 1만37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011년 2월 1만1475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올해 7월 현재 1만3375원으로 최고가에 근접했다. 사료업계 관계
FTA 위기 속 농식품산업 “아이 입맛부터 사로잡아라”첫날 일정은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는 대산농촌문화재단에서 오교철 재단이사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이어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이 ‘FTA 시대, 우리 농업•농촌이 사는 길’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현재 우리 농촌은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있습니다. 이윤만 추구하는 천민자본주의가 만연해 농촌을 더욱 등한시하고 병들게 합니다. 그 와중에 현 정권은 외국에만 나가면 FTA를 추진하려 합니다.”김 전 장관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한-중FTA다. 그는 “중국의 저품질, 저가격 농산물이 국내에 들어오
"농촌이 안정된 노후생활을 하다가 여생을 마칠 수 있는 곳이라는 믿음을 우리 국민이 가져야 됩니다… 농촌을 도회지 사람도 가 보고 싶고, 또 나아가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2005년 3월 농림부 농촌종합개발사업계획 보고를 받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는 농촌을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농민이 이익을 크게 못 보고, 젊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대통령직에서 퇴임하고 고향 봉하마
“나랑 놀 사람 없수?”지난 11일 오전 11시 무렵. 충북 제천시 모산동의 의림지 놀이동산에는 인형자판기에서 나오는 어린아이 목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있었다. 전날 밤 10시까지 관광객들이 밀려들어 밥 먹을 새도 없이 바빴다는 놀이동산 대표 김준경(38)씨는 어린이용 미니 기차를 정비하며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주말에는 아르바이트 학생 10여 명이 필요하지만, 오늘 같은 평일엔 저와 형님, 어머니, 이렇게 세 명으로 충분합니다.”맞은 편 ‘의림지 테마파크’의 주인 신동근(25)씨도 어린이들이 즐겨 타는 오색기차의 먼지를 천천히 닦아
'나는 개똥벌레, 어쩔 수 없네.손을 잡고 싶지만 모두 떠나가네.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나를 위해 한 번만 손을 잡아주렴.’ 신형원이 부른 ‘개똥벌레’ 노랫말의 일부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곤충에 왜 이런 흉측한 별명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본명을 불러준다면 ‘반딧불이’. 빛을 깜빡이는 이유는 암·수가 교배를 위해 서로 위치를 확인하려는 것이란다. 교배는 6월에 이루어져 지금이 반딧불을 볼 수 있는 시기다.새벽 1시 무렵, 밤안개 자욱한 충북 옥천군 동이면 안터마을 뒷길을 걸었다. 모를 낸 논의 흙과 풀 내음이 코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는 국제사회가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 첫 공식회의였다. 이를 계기로 6월 5일은 ‘세계환경의 날’이 됐고, 유엔환경계획(UNEP)은 매년 주제를 선정해 대륙별로 돌아가며 한 나라가 행사를 주관한다. 올해 ‘세계환경의 날’ 주최국은 브라질, 주제는 ‘녹색경제: 당신도 함께인가요?(Green Economy : Does it include you?)’. 세계적으로 녹색성장 논의를 주도해 온 선진국들이 그 성과를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
1801년 발생한 황사영 백서사건과 천주교 박해의 현장이었고, 1855년 국내 최초 신학교 ‘성 요셉 신학당’이 세워졌던 배론성지. 충북 제천시 봉양읍 구학리 배론성지 길목에서 좁다란 개울을 건너자 황토색 흙벽과 낮은 지붕이 정겨운 느낌을 주는 식당 ‘또랑길’이 보인다. ‘또랑’은 물이 졸졸 흐르는 작은 개울, 도랑을 일컫는 사투리인데, 식당 옆으로 시냇물이 흐르고 뒤편엔 야트막한 산과 절벽이 고즈넉이 서 있어 이름과 풍광이 썩 잘 어울린다. 묵직한 나무문을 밀고 들어서자 천장에서 바닥까지 옹골찬 나무와 황토벽이 조화를 이룬 널찍한
한 주 내내 삭막한 도시에 살다 보면 휴일만이라도 맑은 공기 마시며 흙 한 줌 쥐어보고 싶은 마음 간절해진다. 황금연휴를 맞아 너도나도 끌고 나온 차들이 전국 도로를 가득 메웠다고 한다. 성질 급한 뒤차의 경적소리를 참아가며 매캐한 매연 뿜어내는 앞차 꽁무니만 쳐다보느라 한숨깨나 쉬었을 터이다. ‘그냥 집에나 있을 걸……’ 노들 섬에 ‘비밀 텃밭’이 있다 연휴가 시작된 토요일인 26일 오후, 한강대교도 도심을 벗어나려는 차량 행렬로 꽉 막혀 있었다. 그러나 멀리 가지 않아도 좋다. 도심 속에도 흙 내음 풍기는 연둣빛 텃밭이 펼쳐진
제천시내에서 버스로 한 시간, 덕산면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시장 쪽으로 100m나 갔을까? 시골에서는 보기 어려운 카페가 하나 눈에 들어온다. 바로 ‘누리마을 빵카페’. 덕산마을을 둘러싼 풍경과 잘 어울리면서도 어딘가 이국적 분위기가 살짝 풍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25평 남짓한 실내를 꽉 채우고 있는 건 빵 굽는 냄새와 커피 향. 아기자기한 커튼이 처져있고 천정에는 조명등이 일렬로 늘어서서 실내를 비추고 있어 마치 작은 공연장에 들어온 느낌이다. “어서
흙 살리는 농업이 농민과 도시민 살린다20여 년에 걸친 '조용한 혁명' 흙살림 운동은 충북 괴산에서 시작됐다. 1991년 미생물연구회를 시작으로 흙 냄새를 맡은 지 스무 해를 막 넘긴 흙살림. 그들은 친환경 유기농업을 통해 농민과 소비자는 물론이고, 농산물, 흙과 그 속 미생물까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새 세상을 만들었다. 대구농고와 서울농대를 졸업한 뒤 1984년 괴산에 내려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태근(55) 흙살림 대표는 “흙을 살리는 농업이 우리나라 농촌과 농민, 도시민을 살리는 대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대부분 도시에서
원주시 판부면 신촌리에 사는 김옥란(80) 할머니는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4시에 집을 나섰다. 산두릅과 곰취, 껍질 벗긴 감자와 시래기나물 등을 한 짐 가득 싸서 할머니가 향한 곳은 원주천 둔치 ‘농업인 새벽시장’이다. 어제 갓 딴 봄나물들이 좌판 위에 가지런히 놓여 푸르른 생기를 머금은 채 이른 손님들을 기다린다.“여기 처음 문 열고나서 계속 나왔지. 20년 다 됐지, 아마. 영감이랑 코딱지만하게 농사짓는 거랑, 집 앞 텃밭에서 기르는 놈들 들고 나오는 거야. 봄철에는 동네 뒷산에서 나물도 좀 캐오고. 가끔 5일장에도 가지고 나가
“왜 농민은 항상 가난할까요?” 올 초 치솟는 사료 값에 일부 한우농가에서는 소가 굶어 죽고 만 원짜리 송아지가 등장할 정도로 산지 소 값은 폭락했지만 소비자 가격에 변동은 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과일과 채소 값에 장바구니 부담은 커지지만 농가소득이 늘었다는 소식은 어디서도 듣지 못했다.로컬푸드연구회 회장 윤병선 건국대 교수(53)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농업농촌문제세미나] 특강에서 현대 자본주의 체제를 가능하게 한 경제기반인 농업이 오늘날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데에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의 죽어나는
해마다 ‘국장’으로 모셔지는 유일한 왕“조선시대 왕 27명 중에서 유일하게 국장(國葬)을 지내지 못한 분이 바로 단종 임금입니다.”단종문화제 마지막 날인 29일. 강원도 영월 장릉 정자각 앞에서 조선시대 국장의 마지막 제사인 ‘천전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앞서 박선규 영월군수는 단종과 영월의 애절한 인연을 상기시켰다. 단종은 열 두 살에 왕이 됐다가 3년 만에 수양대군에게 찬탈되고 신하들의 복위운동으로 노산군으로 강봉된 뒤 영월 청령포에 유배된다. 청령포는 앞은 휘돌아가는 강, 뒤는 깍아지른 절벽이어서 섬이나 다름 없는 곳이다
김기창•김기만, 이왈종 등 대가들 작품 선보여 흐드러지게 피고 떨어지는 동백꽃 나무 아래, 파란지붕을 그늘 삼아 한 사내가 다리를 꼬고 누워 책을 읽는다.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 돌담 한 구석에는 장독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집 나서는 아낙을 사내 대신 누런 개가 배웅한다. 그네들의 추억을 동백나무 곳곳에 숨겨놓은 이왈종 화백의 그림 <제주생활의 중도>가 지역민들을 만나러 지난달 26일 ‘화려한 외출’을 했다.오는 18일까지 충북 제천시 세명대학교 민송기념관에서 열리는 전시회 ‘畵, 화려한 외출’은 개교 21주년을 맞은 세명대와 제
지난번에 내린 빗물을 모아둔 양동이 안이 새카맣다. 강원도 삼척시 오분동에 사는 김문자(58)씨는 걸레를 빨거나 농기구 헹구는 허드렛물로 쓰기 위해 처마 홈통 아래에 플라스틱 양동이를 받쳐둔다.“이 집에 4년 살았는데, 비 올 때마다 항상 그래서… 우리야 이게 뭔지 모르죠.” 진진태(79)씨는 집 뒤편 닭장의 지붕 위를 가리켰다. 기와나 슬레이트 지붕의 울퉁불퉁한 굴곡이 평평해질 정도로 두껍게 쌓인 이물질이 딱딱하게 굳어있다. 진씨가 호미로 기왓장을 여러 번 두드리자 그제서야 이물질 조각들이 떨어져 나온다.인근 마을의 지붕은 거의
"하늘이 이제 슬퍼하는구나. 2009년에는 비 한방울 안내리더니..." 곁에 서 있던 누군가가 한숨 쉬듯 내뱉었다. 21일 낮 2시 평택역 앞, 전국에서 모인 2000여 명의 금속노조 조합원, 사회단체 관계자, 시민들은 쏟아질 듯 내리는 비와 강풍에도 아랑곳않고 서 있었다. 지난달 30일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한 쌍용차 해고노동자 22번째 희생자 이모(36)씨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일부는 하늘을 찌를만큼 높은 장 깃발을 받치고 서 있었고, 또 일부는 머리에 검은색 띠를 둘렀다. 상복차림의 노조원들은 22개의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