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차림 여성들 모자이크가 고대 올림픽 여성 시범경기 ‘헤라이아’를 묘사한 것일 수 있다는 추정의 근거는 시상식 장면입니다. 아랫줄 왼쪽 세 명의 모습을 보면 이해돼요. 맨 왼쪽 여성을 볼까요. 황금빛 드레스를 입었죠. 운동선수가 아니라 심판이거나 행사 주관자임을 한눈에 알 수 있네요. 드레스 위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표현한 대목이 선정성을 부추기죠. 한쪽 젖가슴을 시원스레 보여주면서요. 요즘 여배우들이 영화제 시상식장에 참석하는 모습을 잠시 떠올려 보시죠. 아름다운 맵시를 한껏 뽐내며 환호 속에 입장하는데... 깐느 영화
고풍스러운 역사를 빠져나오자 광장에는 청년들이 가득했다. 봄바람 부는 역 앞 쉼터는 여대생들의 첫 인증장소다. 사진의 배경은 거대한 한옥 세 채가 나란히 있는 전주역. 전국의 역들이 투명 유리에 둘러싸여 현대화하고 있지만, 정작 관광객들이 눈길을 주는 건 예스러운 역이다. 광장 주위를 둘러싼 ‘Jeonju, Film Festival'이라 쓰인 깃발들이 청춘들을 환영하는 춤을 춘다. 17돌을 맞은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열리는 곳. 영화의 도시 전주다. “지도 한 장 챙겨요.” 영화제가 진행되는 고사동에 가냐고 묻자 한 버스기사가
백지이거나 괴물이었다.2012년 1월 1일 아침, 잠에서 깨어 눈을 떴다.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팔과 다리 등 몸체는 대충 갖춰졌는데 얼굴이 없었다. 눈과 코와 입과 귀의 형상이 하나로 잡히지 않았다. ‘너는 어떻게 생긴 거니. 아니 도대체 어떻게 생길 거니.’ 잠자리에 누워 천장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아무리 상상을 해보아도 텅 빈 백지만이 어른거렸다.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그림을 그리다 보면 조잡한 괴물의 얼굴만이 컴퓨터 그래픽의 합성결과처럼 나타났다가 소멸했다. 희망차야 할 2012년의 새해 첫날, 막막함과 불안함이 가슴을
목까지 차오른 호기심을 누르며 카살레 빌라 안으로 들어가 비키니 모자이크를 자세히 뜯어볼게요. 요즘 연립주택이나 저층 아파트를 흔히 빌라라고 부르는데요. 로마시대 빌라는 그게 아니고요. 라티푼디움(Latifundium). 그러니까 귀족이 갖고 있는 광대한 토지의 농장 저택을 가리킵니다. 중세의 영주들 성이나 미국 LA 서쪽 60km 지점 말리부 해안의 호화 주택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겠죠. 카살레 빌라는 4세기 초 건축됐어요. 빌라 내부 침실 가운데 한곳의 바닥을 '비키니' 모자이크가 장식하고 있는 거예요.
조선 시대부터 대낮에 글솜씨를 겨룬다 하여 그 이름이 붙었다는 백일장(白日場). 글쓰기 문화의 퇴조와 함께 대회가 사라져 가고 있는 요즘 충북 제천 세명대학교에서 백일장이 재연됐다. 원래 어린 학동이나 젊은 유생들의 시적 재능을 겨루는 대회였으나, 이번 백일장에서는 운문과 산문으로 나눠 중학생부와 고등학생부뿐 아니라 대학∙일반부까지 개설돼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전국에서 세명대로 몰려들었다. 군산에서 온 노인부터 중학생까지 참가 열기세명대 설립자인 민송 권영우 박사의 10주기를 기념해 열린 이 대회
<유혹하는 에디터>는 나의 첫 책이다. 2007년 봄에 쓰기로 결심해 2년 만인 2009년 9월에 출간했다. 책 집필을 추동한 힘은 2004년부터 시작한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의 편집 실무 강의였다. 그곳에서 수강생으로 만난 언론·출판 분야 현업 종사자들의 고충을 들으면서 사회 초년병 시절의 지독했던 외로움을 떠올렸다. 작은 신문사에서 ‘나 홀로 편집기자’로 첫발을 뗀 나에겐, 편집의 기본원리와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매뉴얼도 없었다. 그 어려움은 역설적으로 기회였다. 누구의 방식도 아닌 나만의 방식을 익혔기에 책까지 쓰
참사의 시각에 떠난 답사여행시청역 3번 출구 앞, 이른 새벽부터 20여 명이 모여 버스를 기다린다. 옷차림으로는 여행객이지만, 표정은 밝지 않다. 엄마와 함께 온 이성준(12)군은 “엄마가 시간이 지나면 세월호가 점점 잊혀질 거라 해 기억에 남기려고 답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답사단 버스가 안산으로 출발하자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김 교수는 기록학자이자 사단법인 국가기록연구원 원장이다. 그는 공공기록법과 대통령기록법 제정을 주도했고 일상과 사회현상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2년. 달라진 것 없이 시간만 속절없이 흘렀다. 여전히 세월호는 바닷속에 있고, 304명의 죽음은 버려져 있다. 세월호 참사 일 년여의 기록을 담은 <바다에서 온 편지>가 지난해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상영된 후 다시 일 년이 지났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은 무엇인가.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는 4·16연대 미디어위원회가 기획, 제작한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이하 <망각과 기억>)이 상영됐다.참사를 주체적으로 기억하려는 시도세월호 참사 이
제천 시내가 선거 열기로 물들었다. 공식 선거유세가 허용된 지난달 31일부터, 제천 중앙시장 한복판에 있는 신화당약국 맞은편에서는 각 당의 선거유세가 펼쳐졌다. 그때마다 거리는 정당 옷을 차려입은 선본원들에 의해 색색으로 변했다. <단비뉴스>에서는 선거유세 기간에 제천 시내를 찾은 스무 명의 시민들을 인터뷰했다. 시민들의 마음을 물들인 후보는 과연 누구일까? 후보자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요 생업이 바빴던 탓일까. 적지 않은 제천 시민들이 총선 정보를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인터뷰한 20명의 시민 중 11명은 지역구 후
3번째 도전이다. 제천·단양지역 국민의당 후보로 나온 김대부(54) 후보는 14, 15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 경험을 가지고 있다. 처음 출마했을 때 그의 나이는 서른이었다. 젊고 깨끗한 정치인를 꿈꾸며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단양 군수에도 출마했지만 또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세상 공부’를 했다는 김 후보는 재작년 귀국 해 지역 어르신들께 꾸준히 눈도장을 찍어왔다. 자신의 정치목표를 ‘깨끗한 정치, 국민에게 인정받는 정치’라 밝힌 그는, 이를 우리 세대에 꼭 이루겠다고 했다.
“평화, 정의, 평등, 인권... 제가 항상 고민하는 가치입니다.”더불어민주당 이후삼 후보(전 충남도지사 정무비서관‧46)에게 정치란 삶의 길 그 자체였다. 80년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과 광주항쟁은 그가 대학생 때 처음 목격한 국가 권력의 민낯이었다. 당시 국가가 국민을 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는 자연스럽게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정치가 바로 서야 국민이 행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살아가게 된 첫 계기다.그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정치계에 입문하게 된다. 이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과 안희정 충남지사와 함께하면서
‘깨끗한’ 공무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새누리당 권석창 후보(49)의 ‘공직선거경력’란은 깨끗하다. 1990년 34회 행정고시 합격 이후 작년 9월까지 2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해온 권 후보에게 이번 선거는 정치권을 향해 내딛는 첫 걸음이다. 전임 지역구 의원인 같은 당 소속 송광호 전 의원은 제천·단양 지역에서 내리 4선을 했다. 그러나 비리 혐의로 당선 무효가 확정되면서 재출마가 불가능해졌다. 4선 의원의 비리는 주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줬다. 이런 주민들에게 오랜 기간 공직을 지켜온 권 후보의 ‘깨끗한 경력’은 매력적
제천·단양은 노인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다. 일자리가 없어 단양을 떠난 인구도 30년 새 6만 명에 이른다. 시멘트 산업은 오랫동안 지역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시멘트 분진에 따른 주민 건강 문제로 논란이 되어 왔다. 세명대 하남 이전도 제천의 ‘뜨거운 감자’다. 총선 후보들은 지역 주요 이슈 4가지를 어떻게 생각할까? 새누리당 권석창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후삼 후보, 국민의당 김대부 후보의 공약을 <단비뉴스>가 카드뉴스로 정리했다.
베나리(VENARI)=사냥라바리(LAVARI)=목욕루데레(LUDERE)=경기리데레(RIDERE)=쾌락호끄 에스트 비베레(HOC EST VIVERE)=이것이 사는 것이다.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로마 도시 팀가드(Timgad) 유적지에 적혀 있던 말입니다. 라틴어 단어들이 낯설지만, 언뜻 봐도 살아볼 만한 인생으로 보이죠. 사냥 다니고, 목욕으로 피로를 풀며 지인들과 교유하고, 검투 경기나 전차 경주 관람으로 스트레스를 날리고, 저녁이면 심포지엄에서 포도주를 즐기며 쾌락에 탐닉하는 삶.로마 공화제를
할까 말까.그 갈림길에 설 때가 있다.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해? 말아? 그럴 때마다 나는 집 거실 서가에 꽂힌 책 한 권을 꺼내 든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전 명지대 교수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쌤앤파커스, 2009)이다. 내가 볼펜으로 표시해놓은 대목은 다음과 같다.“살아있는 이상, 우리는 반드시 후회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어차피 후회해야만 하는 것이라면 가능한 한 짧게 하는 게 좋다. 그래야 심리적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짧게 후회하려면 ‘행동’해야 한다. 확 저질러버리는 편이, 고민하며 주저하다가 포기
“엄청 두들겨 맞았다며?”편집국장인 박찬수 선배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구절절 답하기도 뭐해서 말끝을 흐렸다. “아, 네….” 회사내 선배그룹으로 구성된 부서에서 진행했던 토요판 설명회의 싸늘한 풍경을 전해들은 모양이었다. 그날 자리에는 신문콘텐츠를 총괄하고 조율하는 편집인과 토요판 아이디어를 함께 의논해온 편집국 지면개편TFT(특별팀) 위원장이 참석했던 터였다. 설명회 하루 뒤 편집국장은 국장실로 토요판 준비팀장인 나를 불렀다. 이미 그날 발언록은 문서로 작성하여 국장에게 보고한 상태였다. “기죽지 말
“하나만 물어봅시다. 언론이 이런 걸 보도하는 겁니까?”“이런 사건을 보도하지 않으면 그게 언론입니까?”지난달 24일 국내 개봉한 영화 <스포트라이트>에 나오는 대사다. 지역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의혹을 쫓던 <보스턴 글로브>지의 마이크 레젠데스(마크 러팔로 분)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법원 증거물을 신청하기 위해 판사를 만난다. 이들이 나눈 대화는 영화가 내리고 있는 언론의 정의를 드러낸다. 영화는 2002년 <보스턴 글로브>가 보도해 다음 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미국, 가톨릭,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