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앳된 18살 고등학생 신분으로 은성 PSD에 ‘실습생’으로 들어갔다. 가사에 보탬을 주기 위해서였다. 공고로 진학한 이유도 돈을 벌기 위해서였으니까.인력이 부족해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일주일에 6일 일에 매달렸다. 한숨 돌릴 틈도 모자랐다. 휴식 시간은 고작 하루 40분. 식사 시간도 30분이 채 안됐다.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컵라면이나 도시락으로 급하게 때우는 날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 연차를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친구들이 같이 졸업여행 가자고 제안했을 때, 갈 수가 없었다. 눈물을 머금어야 했
소머리 걸린 기념관 입구2013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린 국제예술페스티벌. 새로운 문화세상을 연 두 명의 혁신적인 예술가를 집중 조명했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리고 한명은 누구일까... 20세기를 대표한 미디어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이었다. 백남준은 1932년 서울 종로구에서 태어났다. 국내에 머물지 않고, 일본을 거쳐 독일, 미국 등 세계 각지로 활동무대를 넓혔다. 피아노 부수기, 머리로 붓글씨 쓰기 등 충격적인 행위 예술은 놀라움에서 찬사로 이어졌다. ‘TV 부처’, ‘TV 물고기’, ‘굿모닝 미스터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바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고 싶지만 멀리 떠나기 부담스러울 때 서울의 고궁이 떠오른다. 콘크리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기와지붕 고궁의 고즈넉한 풍경을 연상하는 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다. 이젠 전설이 돼 가는 과거와 소통하는 재미는 덤이다. 서울의 4대궁(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과 종묘를 렌즈에 담아낸 박종우 작가의 ‘궁을 걷다, 숨을 쉬다’ 전시는 그래서 이름만으로도 도시민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전시회가 펼쳐진 서울 시민청 소리갤러리를 둘러봤다.
이방인의 초행길을 반기려는 걸까? 내내 어둡던 하늘이 잠깐 맑게 갠 15일 오후 충북 제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전국 각지에서 온 예비언론인 35명이 모였다. 1박2일로 진행되는 ‘제13기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언론인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장현은(22∙한동대 언론정보문화)씨는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고, 한설이(24∙서울여대 언론홍보)씨는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고 말했다. 이유는 달랐지만 설렘과 기대로 반짝이는 눈빛은 비슷했다.“진보언론도 무기력한 괴물”이봉수 저널리즘스쿨
서울의 최신 IT, 디지털미디어, 문화콘텐츠 산업 동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마포구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에 14일 문을 연 서울시 디지털 산업역량 집약 단지 ‘에스플렉스센터(S-PLEXCENTER)’다. ‘에스플렉스’라는 이름은 서울(SEOUL), 복합건물(Complex), 센터(Center) 세 단어의 합성어다. 개관식 후 펼쳐진 현장 투어에 다녀왔다. 에스플렉스센터 21층 ‘스마티움’과 17층 ‘시너지움’ 두 건물에스플렉스센터는 지상 21층 규모의 ‘스마티움’과 지상 17층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한강에 대한 사연과 추억은 한두 장면쯤 갖고 있지 않을까. 노년층이라면 한강은 피난 행렬의 생존이 걸린 탈출 장소, 중장년이라면 빙판 위에서 썰매를 즐기던 얼음판, 청년층이라면 둔치공원의 데이트 코스... 현재 한강은 직장인들이 출퇴근길에 보는 일상 속 풍경, 가족들이 여유를 만끽하는 휴식, 연인들이 오붓하게 야경을 즐기는 장소다. 예나 지금이나 한강에는 삶의 희노애락이 녹아들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추억의 사진첩 같은 한강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다시 품는다. 서울 시민청 갤러리에서 8일부터 열린 ‘도시사진전-한
로마요새가 한가운데 솟아 위용을 한껏 살려 주는 고풍스런 도시 가지안테프(Gaziantep). 가지안테프 박물관에는 빼어나게 아름다운 모자이크들이 탐방객을 기다려요. 작품성은 물론 다양한 소재 측면에서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을 만큼 흥미만점이에요. 유적지 제우그마(Zeugma)에서 발굴해온 작품들인데요. 제우그마는 B.C 300년 알렉산더의 휘하 셀레우코스 장군(셀레우코스 1세)이 유프라테스 강가에 세운 도시죠. 처음에 '셀레우코스-유프라테스'라고 이름 붙였어요. 강 건너편에는 자매도시를 짓고 이름을 '아파미아'라고 불렀고요. 셀레
2천 년 전 온조가 백제를 세운 서울. 천만 시민이 바쁜 삶을 꾸려가는 서울은 그만큼 두터운 역사의 무게가 얹혀있다. 백제의 왕성인 풍납토성에서 석촌동 백제고분군, 고구려와 백제군이 맞붙던 아차산성의 고대 유적부터... 박해받는 신도들을 치료하던 서양인 신부의 인술이 어린 개화기, 커피와 샌드위치를 즐기던 식민지 지식인 이야기까지... 서울의 역사 지층에 고스란히 자국을 남겼다. 서울시는 청년기업 ‘안녕서울(대표 윤인주)’과 함께 서울의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하는 ‘걷다보니 서울여행-서울역도보투어’를 오는 10월까지 매주 네 차례씩
“보도사진은 관심을 촉발하고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것을 알리기 위해 존재한다. 길게 보면 세상이 한때 얼마나 위대하고, 잔인하고, 행복하고 참담했는지, 그리고 불공정했는지를 시각적으로 상기시킨다.” -다미르 사골- 한순간을 기록한 사진이 있다. 사진가는 현장에서 입체적으로 상황을 보았지만, 우리는 찰나의 기록을 평면으로 접한다. 사진가가 보고 말하고자 했던 실재(리얼리티)를 우리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사진가는 현장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기 위해 끈기 있게 기다리며 구도를 잡고, 치열한 정신으로 담아낸 한 장의 사진을 보여준다.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불평등과 빈부격차, 환경파괴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습니다. 이윤의 극대화가 최고의 가치인 시장경제와 달리 사람의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경제활동입니다.” (2016 서울 사회적 경제 기념 주간 팸플릿 중)서울 한복판에 모처럼 ‘사람의 가치’가 꽃폈다. 서울시가 27일부터 30일까지 청계광장에 마련한 ‘일상에서 만나는 사회적 경제’ 체험 부스와 전시 무대가 그 꽃밭이다. 사회적 기업이 직거래 장터를 열어 소비자와 사회적 경제 주체들 간 만남을 주선하니 꽃과 나비의
어색한가?어색함을 견디기란 쉽지 않다. 자연스럽지 않을 때다. 질서에 어긋나 보일 때다. 질서란 무엇인가. 오랫동안의 약속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으레 그렇게 하는 게 옳은 것으로 묵인되어온 방식이다. 어느 날 다르게 하면 어색하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이상하다”는 손가락질이 쏟아진다. 원래 자리와 방식으로 돌아가면 마음이 편하다. 비난도 사그라진다. 미련하게 어색함의 강을 계속 헤엄치면 어떻게 되는가. 조심! 강 한 가운데서 물귀신이 될 수 있다^^. 강을 무사히 건너 신천지의 뭍에 오르면 어색함은 참신함으로 바뀐다.
도시의 거리마다 대형 유통매장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재래시장들은 ‘깔끔하고 편리한 마트’에 손님을 점점 뺏기고 있다. 국내외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매장에 이윤이 집중되고, 지역 상권은 무너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2014년 재래시장을 살리는 ‘신시장 모델 선도시장 육성사업’을 시작했다. 낡고 불편한 동네 시장을 정감 있고 신나는 소통의 장으로 되살리자는 취지다.25일 오후 2시부터 저녁 9시까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원시장에서 열린 ‘신원시장 달빛축제’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오후부터 밤까지 달빛과 시장을 즐
넓은 도로를 차량에 빼앗긴 시민들에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을 돌려주자는 움직임이 전 세계 대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다. 왕복 4차선 도로를 2차선으로 완전히 줄인 영국 런던의 박물관거리는 ‘최고의 도시혁신’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일본 도쿄의 긴자 지역도 매 주말 가장 붐비는 길에 차량을 통제하고 파라솔 등을 설치해 시민과 관광객이 쉬어갈 수 있도록 한다. 미국 뉴욕 한복판의 타임스스퀘어 역시 찻길 줄이기를 통해 ‘보행자와 차의 공존’을 시도하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에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
지난 12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구의역 사고 해결을 위한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이사의 사회로 3시간 넘게 이어진 행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은수미 전 국회의원,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진억 희망연대노조 국장 등 10명의 전문가 패널이 참석했다. 100여명이 넘는 시민들도 회의실을 가득 메워 이번 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전달했다. 현장과 시민을 중심으로 대책 논의해야전문가 패널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비정규직 고용 문제와 안전 분야의 외주
무대를 나폴리로 옮겨요. 나폴리(Napoli)는 네아(Nea) 폴리스(Polis)의 그리스어가 줄어든 말이죠. B.C 7세기 그리스인들이 본토에서 이탈리아 반도로 이주해 개척한 도시예요. 영국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해 개척한 뉴욕(New York). 영국에 있는 요크(York)를 본뜬 ‘새로운 요크’이듯이 그리스인들이 개척한 ‘새로운 도시(네아 폴리스)’라는 의미지요. 세계 3대 미항으로 손꼽히는 나폴리에는 국립박물관이 자리합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예술에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해소해주기 안성맞춤이에요. 근처 폼페이에서 발굴한 유물을
두려웠다. 살금살금 그날이 다가왔다.2012년 1월 28일은 토요판 첫 호를 내기로 한 날이었다. 새해가 밝은 뒤 1면 디자인 포맷과 커버스토리 아이템 등 중요한 매듭을 지을 수 있었다. 필자를 정하지 못한 몇 가지 칼럼과 지면 조정 등 엉켜있던 실마리들도 하나둘씩 풀었다. 일 주일여를 남겨놓고는 아주 작은 빈칸들의 알맹이도 채웠다. 토요판팀 기자들은 취재를 끝내고 기사를 작성해 나갔다. 편집국 내 다른 부서 기자들과 외부 필자들의 원고도 들어왔다. 편집자는 제목을 뽑고, 사진기자는 촬영한 사진들을 추렸으며, 디자이너는 그 재료들을
초록을 지나니 또 초록이다. 전라북도 무주군 구천동으로 향하는 길, 구불구불 돌아가는 시골길 주변은 푸른빛 물오른 숲이 무성하다. 산을 넘을수록 인적이 드물다. 차창을 내리니 산에서 내려오는 차갑고 맑은 공기가 정신을 깨운다. 도착한 야영장에는 텐트, 돗자리, 먹을거리 등을 챙겨 야영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대집회장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언뜻 번잡한 도시를 떠나 깊은 산 속으로 캠핑을 떠난 관광객들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목적은 캠핑이 아니라 밤새 숲 속에서 영화를 보는 것. 지난해 처음 시작해 호평을 받은 무주산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