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스스로 책임지려는 노인이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노인 5명 중 1명은 스스로 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양의무에 대해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는 2010년 18.4%에서 2014년 23.8%로 7.4% 증가했다. 반대로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는 견해는 2010년 38.3%에서 2014년 34.1%로 4.1%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하정화 교수는 “과거 자식을 부양하던 노인이 일자리를 잃고 가정 내에서의 역할이 축소되자 스스로 ‘가족들에게 부담이
서울 전자‧전기 산업의 메카 세운상가가 새 옷을 갈아입는다. 1971년 준공된 주상복합단지 세운상가는 ‘우주선도 만들어낸다’는 소문이 돌 만큼 능력 있는 장인들이 자리 잡은 터전이다. 1990년대 이후 재개발 논란 속에 방치되며 퇴락해가던 세운상가. 서울시가 지난해 2월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세운상가 살리기에 돌입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스타트업 기업들을 지원하고, 세운상가 활성화 아이디어 사업 공모전을 펼치며 도시재생사업에 나서 활력을 되찾았다.2월 27일부터 3월 2일까지 세운상가에서는 그동안 재생사업 성과를 발표하는
김소란, 김순악, 박영심, 문옥주, 배봉기, 김복동, 김옥주, 송신도, 박옥련, 하상숙. 80여 년 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죽음보다 아픈 세월을 모질게 견뎌내야 했던 여성들이다. 부끄럽게도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던 역사의 일부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와 함께 <문서와 사진, 증언으로 보는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이하 <‘위안부’ 이야기>)>를 펴냈다. 앞서 언급한 ‘위안부’ 피해자 10명의 증언과 사료를 토대로 ‘위안부’ 문제를 구조적으로 파헤친 성과다. 끌려갈 때
천호동 상권은 2005년 전후로 발전했다. 먹자골목・로데오거리・아울렛거리와 백화점・마트, 골목가게와 시장이 공존한다. 천호동에선 신장개업한 점포와 폐업을 준비하는 점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천호동의 한 부동산 업자는 “무리하게 빚을 내 점포를 열다 폐업하는 자영업자도 부지기수”라고 말한다. 경쟁도 심하다. 더 많은 손님을 잡고 높아지는 임대료를 부담하기 위해 상인들은 장시간 노동을 택했다.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보다는 가족을 동원한다.천호역 현대백화점 뒤편으로 가보면 3층 정도 되는 상가가 길게 뻗어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뇌물죄 적용에 한 발 더 다가선 상황이다. 국민의 관심이 탄핵안 인용 이후의 고민으로 옮아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요구가 거세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국회로 분산하는 것을 골자로 개헌논의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하지만, 권력구조만 바꾸는 개헌은 권력을 대통령에서 국회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 또한 만만치 않다.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8
‘우리의 선택은 언제나 확실한가?’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은 21세기 ‘메이비(Maybe) 세대’는 묻는다. 이에 19세기 말 구스타프 클림트는 그림으로 답을 준다. “Nuda Veritas”(<누다 베리타스>, 벌거벗은 진실)클림트가 1897년 기존 화풍에서 벗어나 ‘비엔나 분리파(分離派, Sezession)’의 대표 주자가 된 35살 때, 그는 아직은 젊다는 소리를 듣는 청년이었다. 그런 클림트가 이끈 분리파를 한 마디로 설명하긴 어렵다. 하지만,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분리파의 대표 문구를 보면
사랑을 짐으로 여기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취업 준비에 모든 걸 쏟느라 타인과 관계 맺을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단다. 1970~80년대에 청년 시절을 보내며 사랑을 해온 부모 세대는 오늘날 자식세대를 어떻게 바라볼까?두 세대가 한자리에 모여 청년의 사랑을 주제로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눠봤다. 그들은 지금 사랑하고 있을까? <참석자>김주희(28·여·가명) : 8개월 차 공무원 시험 준비생, 마지막 연애는 2년 전조수현(28·여·가명) : 6년 차 임용고시 준비생, 3개월 전 이별박필규(59·남·가명) : 공무원 정년퇴직, 3남매를 둔
공무원 학원이 몰려있는 노량진에서 진지하게 연애하는 얘들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있겠죠. 걔 중에는 진지하다고 생각하면서 만나겠지만, '인스턴트러브'라고 하잖아요. 그런 거죠. 육체적 사랑이라고만 말하기는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시험 때까지만 서로 도와주자는 거죠. 서로 심적으로 의지가 되잖아요. 그 외로운 감정을 사랑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진짜 사랑일 수도 있지만 외로워서 만난다는 쪽이 더 맞는 것 같아요.위태로운 외줄 타기 연애 노량진에 온 건 2008년 겨울 무렵이에요. 23살
한국에서 ‘식구(食口)’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2014 국민 건강 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3417명 중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는 사람은 44.7%로 절반이 채 안 됐다. 이는 2005년 조사 결과인 62.9%보다 18.2% 포인트 가량 줄어든 수치다.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고 대답한 사람도 64.9%로 3명 중 2명에 불과했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사람의 비율은 2005년 76.1%에서 2008년 68.6%, 2012년 65.7%로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반면, ‘혼밥족(族)’은 늘
#1.김 모(남·80) 씨는 28년간 부동산 임대 관리업을 하다가 재작년에 일을 그만뒀다. 지난해 이맘때 아내가 골수암으로 사망하면서 처음으로 탑골공원을 찾았다. 일주일에 다섯 번가량 탑골공원에 오는 김 씨는 임시공휴일에도 아침 9시부터 공원에 있었다. 큰아들 내외와 두 손녀가 김 씨 소유의 서울 서초구 40평대 빌라에서 함께 살고 있지만, 집에서 쉬는 가족들 눈치가 보여 밖으로 나왔다.비가 오는 공원은 평소보다 한산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김 씨는 공원 근처 식당에서 홀로 콩국수를 먹었다. 가끔 외롭기도 하지만 다들 그렇게 사는 거
글을 읽으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나 어법을 통해 글쓴이가 보인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사용하는 선과 붓의 터치, 색채, 양감과 질감으로 화가가 누구인지 그려진다. 화풍으로 결정된다. 논리적 전개 구조와 단어 선택이 빚는 문체가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의 사고방식을 반영한다면 전시 목적과 화풍은 화가의 세상 참여 방식을 담는다. 한편 글을 읽어 한 작가를 만나는 것처럼 그림 작품을 보며 화가에게 다가선다. 두 명의 화가를 만나러 떠나보자. 20세기를 화려하게 연 신 예술 아르 누보(Art Nouveau)와 그 뒤를 이은 1920-30년대
이방인의 ‘세저리’(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별칭) 방문을 따뜻이 맞으려는 걸까? 새해 벽두인데도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1월 6일 오후 충북 제천 세명대 캠퍼스로 50명의 청년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3분의 2쯤은 서울에서 왔지만 멀리 일본 지바시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다가 캠프 날짜에 맞춰 조기 귀국한 열렬 참가자 이창우(30·부경대 대학원 졸) 씨도 끼어있었다.먼 데서 굳이 캠프에 참가한 이유를 묻자, 이 씨는 “진학하고 싶은 저널리즘스쿨의 분위기를 미리 파악하고 싶었다”며 “사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뒤늦게 언론고시에 뛰어들
연중 가장 춥다는 소한 추위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였다. 시민들의 옷차림도 이전 집회 때보다 가벼워 보였다. 반대로 시민 표정에는 어둠이 짙게 배었다. 참사 1000일을 맞았지만, 아직 선체는 물론 진실마저 캄캄한 바닷속에서 떠오를 줄 몰라서일까. 지난 7일, 광화문 광장의 2017년 새해 첫 촛불집회는 세월호에 책임 있는 권력과 위선은 내려오고 진실은 떠오르게 하자는 시민들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후 5시행사 시작 전부터 세월호 천막이 자리한 광화문 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세종문화회관
지난 2일, 국회 환경미화원 직접고용 기념 신년행사가 열렸다. 그동안 외부 용역으로 홀대받던 환경미화원들이 국회사무처 소속 직원이 된 뜻깊은 날이다. 국회 직원이 된 미화원들은 이제 교통비와 명절상여금 등의 권리도 누린다.이틀 뒤, 4일. 또 하나의 국회 입성 기념식이 펼쳐졌다. 국회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행사다. 이제 국회 안팎을 떠돌던 길고양이들은 버젓이 ‘국회 고양이’로 이름을 올린다. 여의도 국회 후생관 앞 잔디밭에 문을 연 국회 길고양이 급식소에 다녀왔다. 국회의원들 대거 참석한 무게
문형표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특검에 구속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에 찬성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다. 물론 특검은 그 부당한 지시의 정점에 청와대,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있을 것으로 보고 칼끝을 겨눈다. 아울러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그 내용을 알고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을 지시한 것으로, 관련자 진술과 증거를 토대로 퍼즐을 맞춰간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조만간 특검 수사로 밝혀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은 잘못된
외환위기 이후 20여년. 1인당 연평균 소득 증가율 6%에 육박하는 고도성장을 이뤘던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시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권력형 비리에 분노해 생업을 뒤로한 채 매주 광장을 찾는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바라보는 한국 국민은 왜 행복하지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고 국회가 개헌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하면서 한국 정치는 전환의 기회를 맞았다. 정치만이 아니다. 경제 역시 새로운 전환의 길을 모색할 시점이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초청으로 서대문구
카리브 해를 연상시키는 드레드락(레게 머리)에 푸른 눈과 더부룩한 검정 수염, 여기에 옥색으로 빛나는 한복. 언뜻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부조화의 조화가 환한 웃음꽃 속에 피어난다. 검은 갓 아래 금빛 드레드락 머리 모양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프랑스 학생 마크. 방학을 이용해 두 달간 한국을 여행 중이다. 한국에서 만난 친구를 통해 ‘한복축제‘ 얘기를 듣고 찾았다. 한국어도 영어도 서툴렀지만, 한복을 통해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장벽을 걷어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단박에 한국문화의 중심에 섰다.“한국에 와서 많은 이벤트에 가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