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은 제주4·3에 관심도 없어제주4·3평화재단이 발표한 '제주4·3 인지도 및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68.1%가 '4·3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5·18광주민주화운동(99%), 노근리양민학살사건(75.7%)보다 낮은 수치다. 그러나 응답자 중 50.2%가 제주4·3에 '관심 없다'고 했다. 이는 '관심 있다'고 응답한 16.2%보다 3배 더 높았다.제주4·3의 진상을 알리기 위한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신문·방송 등 언론매체'가 51.4%로 가장 높았으며 ‘학교 수업’이 12.8%로 뒤를 이었다. 이는 제주4·3
헌정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으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 농정의 기본 틀을 바꾸겠다고 약속했지만 내년 개헌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변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지난 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食ㆍ農ㆍ村의 통합과 혁신’을 주제로 ‘2017 대안농정 대토론회’가 열렸다. 올해 7회째를 맞는 토론회는 농업정책 책임자와 전문가, 현장활동가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행사의 핵심 프로그램인 토크쇼에는 4명의 자치단체장이 나와 ‘지역농정과 자치분권⋅균형발전’을 주제로 토론을 했다.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이
부석사 일주문 가는 도로는 화엄 세계로 올라가는 길이다. 가을이면 양쪽으로 빨간 사과가 열린 과수원이 펼쳐지고 노란색으로 물든 은행나무 길을 오르다 보면 화엄 도량 부석사 경내로 들어선다.빨간 사과와 노란 은행잎의 시선 쟁탈전오르막 직선도로가 따분해 보일까 봐 배려해둔 걸까? 길에는 쓸지 않은 은행잎이 수북이 쌓여 걷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빨간 사과와 노란 은행잎이 서로 시선을 빼앗으려 경쟁한다. 오르막길을 걷는 이들의 발걸음은 사진 욕심에 더욱 더디다. 그러나 극락세계에 먼저 갔다 온 이들의 내려가는 발걸음은 가볍고 얼굴은 부처의
정서적 반대와 현실적 체념의 이율배반일요일 오전 성주 읍내 천주교 성당. 마당에 30여 명의 신도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웃에 차를 나눠주는 배 모(59·금융업)씨에게 사드에 대해 물었다. 망설임 없는 답이 쏟아졌다. “사드 철회해야 합니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무시했어요. 성주포대 배치되는 거랑 소성리에 오는 것은 같은 성주 땅에서 조금 멀리 보냈을 뿐이에요. 전쟁이 터지면 성주에 난리 나는 것은 같습니다.” 인구가 많은 군청 소재지 읍내에서 인구가 적은 소성리로 옮긴 것뿐
지난 21일 토요일 오전, 김천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자 ‘사드배치 결사반대’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왕복 2차선 도로 양옆은 플래카드로 가득 찼다. 빼곡한 플래카드 너머로 수확기 황금 들녘이 가을바람에 출렁였다. 9월 7일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임시배치가 단행되던 날. 소성리 주민과 경찰 8천여 명이 밤새워 대치하던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 않을 만큼 평화롭고 고즈넉한 분위기다. 갈등의 현장 소성리 보건진료소 앞에 도착하자 2명의
조선시대 양반들이 현대 외국인을 보면 '상놈'이라고 부를까? 안동은 양반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서민의 민속문화 역시 가장 잘 보존해온 곳이 안동이다. 하회탈춤은 '상놈'이 양반을 풍자하는 놀이인데 5백년간 전승됐다. 안동은 상류 문화와 하류 문화를 함께 이어온 고장이다.중국·베트남·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외국인 110여명과 한국어 교사 10명이 3일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다. 이들은 충북 제천 세명대학교 '한국어연수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이다. 하회 세계탈박물관, 하회별신굿마당, 하회마을 등을
고소한 계란빵 냄새가 진동하는 서울 양재동 aT센터 2층 전시장.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2017 계란 페스티벌’이 지난 1일 개막식에 이어 각종 행사와 전시를 하고 있다. 6회째인 계란 페스티벌은 국내산 계란의 우수성을 알리고 계란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다양한 체험관도 마련되어 있으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소비자 안심시켜 제대로 홍보해야죠”올여름 계란업계는 살충제 파동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추락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자 계란 페스티벌 산업전에 참가한 업체들은 관
부산광역시 남구 문현동은 북쪽으로 황령산, 남쪽으로 우룡산이 있다. 문현교차로에서 대연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지게골’이라 부르는데 이 지점을 지나는 지하철 2호선 역 이름도 ‘지게골역’이다. ‘지게’는 옛날 가옥에서 마루와 방 사이의 문이나 부엌의 바깥문을 말한다. 이 일대 지형이 양쪽 산에 에워 싸여 마치 방으로 들어가는 문처럼 생겼다고 지게골로 불러온 것이다. 지게골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 문현동(門峴洞)이다. ’쌈, 마이웨이’ 남일빌라는 부산에 있다지난 여름 많은 관광객이 지게골을 찾았다.
춤 동작 하나하나에 관중들이 열광했다. 긴 분홍색 가발, 가슴과 엉덩이만 가린 의상, 무릎 위까지 올라온 분홍색 부츠. 무대를 휘어잡은 쿠씨아 디아멍(27‧활동명)씨는 ‘게이 남성’이다. 무대에서 내려온 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부산에서 공연을 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가까이서 보니 눈에는 마스카라를 짙게 바르고, 입술에는 붉은 립스틱을 발랐다. 턱 아래에는 거뭇한 수염 자국이 있었고, 목울대가 솟아있었다. 귀에 걸린 금빛 귀걸이가 흔들릴 때마다 반짝였다.국내 성소수자들의 잔치인 퀴어문화축제가 23일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열렸다.
하루 한 끼가 간절하던 시절, 벼농사 풍년은 농민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간절한 소망이었다. 추수가 끝나 추석이 오면 햅쌀로 떡을 만들고 온 가족이 모여 조상에게 감사의 의례를 올렸다. 지금은 정반대다. 이제 농민에게 풍년은 골칫거리다. 농업기술 발달로 쌀 생산력은 늘었지만, 식습관 변화로 쌀 소비가 줄어 재고가 넘친다.2017년 현재 쌀 재고량은 351만톤으로 보관료만 매년 2천억원이 소요된다. 쌀 개방을 미루기 위해 매년 떠맡아야 하는 의무수입물량은 40만8700톤이다. 남아도는 쌀에 내려가는 가격은 농민의 쌀 주권을 위협
“여자가 농사지어서 뭐하게”전북 김제시 진봉면에는 ‘바람난 농부’가 산다. 유지혜 ‘바람난 농부’ 대표(32)는 “처음 농사를 짓기 시작할 무렵 교육기관을 많이 찾아 다녔는데 주위에서 젊은 농부가 바람났다며 별명을 붙여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농업도 네이밍이 중요하다고 배웠는데 김제는 1년 중 350일 바람 부는 곳이라서 내 브랜드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2년간 평범한 도시 직장인으로 생활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들은 평생교육원의 ‘농식품 마케팅’이라는 강의를 듣고 귀향해 가업을 잇는 전문 농업인의 길을 걷게 됐다.
제천은 시장의 도시다. 인구 13만의 도시가 7개 전통시장을 품고 있다. 같은 충북의 청주시가 인구 83만에 전통시장 15곳이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제천 전통시장 중 규모가 제일 작은 박달재시장은 상설시장이 아닌데도 전성기에는 800평 규모로 장이 섰다.그러나 제천의 시장도 도시의 부침에 따라 영고성쇠를 함께한다. 제천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시장은 노천장이 열릴 때부터 강원도 원주나 영월에서도 장꾼들이 몰려왔다. 1989년 노천장 자리에 아케이드를 세우고 828개 점포를 품었던 중앙시장은 현재 350개 점포만이 남았다.‘도시의 섬’이
주식이 '쌀'이라는 말은 오래된 얘기다.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약 169.5g. 한 공기를 200g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하루에 밥 한 그릇도 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농촌연구원(KREI) ‘2016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1인이 먹는 쌀은 연간 61.9kg에 불과하다.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256만9천 명으로 이 중 40대 미만 청년 농가 인구는 약 1만호밖에 안 된다. 65세 이상이 40%에 가깝다는 통계는 고령화해가는 우리 농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젊은 농가 인구가 적은 이유는 농업이 그
경상북도 안동 내앞(川前)마을 초입의 반변천이 굽이쳐 흐르는 곳. 임하댐의 보조댐이 있는 곳에 작은 섬이 하나 있다. 섬 안에는 노송들이 늘어서 있다. 이름하여 개호송(開湖松). 내앞마을 의성김씨 후손들이 문중 이름을 걸고 보존해온 숲이다. 조선 성종 때 입향조(入鄕祖)인 김만근이 소나무 종자를 심어 조성했다. 임진왜란 직후 홍수로 숲이 유실된 적은 있지만, 세금을 내기 위해 나무를 베어 팔아야 하는 처지에 몰렸을 때도 문중 결의를 통해 지켜왔다. ‘이 소나무가 없으면 내앞마을도 없음이 분명하다(無此松卽無川前必矣). 내앞마을은 우리
‘70인과의 동행’은 70인의 명사가 이끄는 여행 프로그램이다. <경향신문>이 창간 70주년을 맞아 시작한 것으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 유적지 답사를 하는가 하면 문학기행을 하고 때로는 그냥 산수 유람을 하기도 한다. 지난 5월 20일 동행은 윤희철 대진대 교수(56•건축학)와 함께 떠나는 군산 근대건축기행이었다. 건축가이자 펜화가이며 음악가인 윤 교수는 군산으로 떠나기에 앞서 경복궁, 인사동 등 서울의 명소를 세밀하게 표현한 펜화를 선물로 주었다. 건축을 공부하고 명소를 그리는 그에게 건축물은
’높은 다락에서 술잔 들고 한번 웃어 보는데수많은 푸른 봉우리 뾰족뾰족 무더기를 이루었고십년 세월 하는 일 없이 귀거래시만 지었는데백발이 다정하여 자꾸만 재촉하누나’세종 때 문장가인 서거정이 도봉산 만장봉 아래에서 읊은 시 구절이다. 산 전체가 큰 바위로 이루어진 도봉산의 웅장한 경관에 감탄해서 지은 시다. 줄지어 늘어선 바위봉우리의 다양한 기복과 굴곡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절경으로 손꼽힌다.지난 4월 15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 둘이 ‘경향 70년, 70인과의 동행’에 참여했다. 전철 1호선 망월사역 3번 출구 앞, 사람
‘두 신이 있었다. 서라벌에 찾아온 신들은 경치를 둘러보았다. 그중 남신이 외쳤다. “우리가 살 곳은 이곳이구나!” 빨래하던 처녀가 남신의 목소리에 놀라 바라보니 산처럼 거대한 두 남녀가 자기 쪽으로 오고 있었다. 처녀가 깜짝 놀라 “산 봐라, 사람 살려”라고 외치며 정신을 잃었다. 처녀의 비명에 두 신은 그 자리에서 산이 되어버렸다.’경주 ‘망산’과 ‘남산’의 유래다. ‘산이 된 신이 있는 곳’이니 산 자체가 신성할 수밖에. 신라인들의 천 년 보금자리 남산에는 다양한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대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신비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