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철학 공부하는 야쿠르트 언니그는 오전 10시에 출근한다.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전자우편함을 열어 메일을 확인한다. 며칠 전 경북 경산시 보건소에 보낸 메일에 대한 답변이 왔다. “귀 기관에서 제시한 의견에 동의하는바, 내부 의논을 거쳐 ‘맘 편한 임신 원스톱 서비스’에서 ‘맘 편한 임신 통합 서비스’로 사업명을 변경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뒤이어 다른 공공기관의 답변도 확인한다. 메일을 모두 확인하고 나면 47개 중앙행정기관과 17개 지방 자치단체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보도자료를 살펴본다. 거기에서 잘못 쓰인 우리말을
<지난이야기>정진야학은 1986년 충북 제천 대명상호신용금고 지하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제천 유일의 검정고시 야간학교인 정진야학은 지난 37년 동안 오롯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봉사로 운영됐다. 지난 3회에서는 정진야학 개교 이래 유일한 원어민 교사 매튜 위더스푼의 이야기를 담았다. 세명대학교에서 강사로 일했던 그는 겨울 방학 기간을 이용해 정진야학에서 제천 시민들을 열성적으로 가르쳤다. 이번에는 정진야학이 태동한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야학을 지켜온 이상곤 교사의 이야기를 싣는다. 1986년 개교한 충청북도 제천 정진야학에
서울 용산구 용산2가동의 어느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연녹색 지붕이 눈에 띈다. 지붕에는 ‘더 스페이스 프랜즈’를 상징하는 아이 얼굴 그림이 그려져 있다. 더 스페이스 프랜즈는 다문화 아이들을 위해 한글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 회사를 운영하는 김현옥 대표(64)는 ‘해방촌’으로 알려진 용산2가동으로 다섯 살 무렵에 이사 와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계속 해방촌에서 지냈다. 젊은 시절의 해방촌 생활은 그리 특별할 것이 없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스물아홉에 결혼했다. 두 자녀를 키우며
[앵커]충북 제천시의 도시재생 사업은 전국 지자체에서 시찰을 다녀가기도 하는 등 일종의 ‘모범사례’로 꼽혀왔습니다.하지만 사업들 가운데 일부는 사라지거나, 주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김창용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리포트]지난 2021년, 방치됐던 철도관사를 철거하고 새로 지은 게스트하우스 ‘칙칙폭폭999’입니다.작년에는 경기도 여주시장이나 부산 연제구의회 의장단이 시내에 설치한 달빛정원, 도심형 수로와 함께 시찰을 다녀가기도 했습니다.이외에도 여러 사업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제천시의 도시재생사업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편집국장을 지낸 앨런 러스브리저는 몇 년 전 트위터에서 끔찍한 소식을 접했다. 스웨덴 말뫼에서 무슬림 이민자가 10대 여성을 성폭행했는데, 여성의 중요 부위에 라이터 기름을 뿌리고 불까지 질렀다는 얘기였다. 트위터에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난민을 받아들이면 이렇게 된다’는 ‘경고’가 퍼져나갔다. 은퇴 뒤 대학에서 강의하던 러스브리저는 팩트체크에 나섰다. 그런데 스웨덴 언론을 검색하다 벽에 부닥쳤다. 월 구독료 1만 5천 원가량을 결제해야 기사를 볼 수 있는 ‘유료화의 벽’이었다. 러스브리저는 저서 <브레이킹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낯선 풍경을 접하는 일입니다. 때로는 두렵고, 설레기도 하던 그 느낌은 어른이 될수록 무뎌지기 쉽습니다.단비뉴스의 심층 인터뷰 코너인 <단터뷰>는 글 없는 그림책으로, 기분 좋은 낯섦과 상상력을 일깨우는 동화작가 이기훈 씨를 만났습니다.이기훈 씨는 세 아이의 아빠인 동시에 2010년에는 세계적인 어린이들의 도서전인 볼로냐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2013년에는 BIB(브라티슬라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에서 어린이 심사위원상 수상자로 선정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인기 그림책 작가입니다.자연과
사진 한 장에는 인간의 서사와 메시지가 담겨있다. 인간이 세상을 대하는 시선과 해석이 사진기의 뷰파인더를 통해 담기기 때문이다. 때론 정지한 한 순간이 수십 분의 영상보다 세상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AI가 묘사하는 세상에는 없는 것, 바로 사진에 담긴 인간의 마음이다.<단비뉴스>의 사진기자 박시몬, 편집국장 박동주 두 사람에게 포토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물었다. ‘저널리즘 네컷’은 앞으로 박시몬 기자가 작성한 사진기사 3편을 선정해 기사에 실린 사진들을 보며 이야기 나눌 예정이다. 그리고 첫 번째 사진기사는 바로 ‘저널리즘
2021년 4월 30일 밤 12시쯤 경남 고성군 하이면의 삼천포화력발전소 1호기와 2호기가 공식 폐쇄됐습니다. 두 발전소가 문을 닫으면서 국내 석탄발전소 수는 일단 56개로 줄었습니다. 각각 560메가와트(MW) 발전용량을 가진 삼천포화력발전소 1·2호기는 1983년 8월과 1984년 2월에 준공돼, 약 38년간 전기를 생산했습니다. 가동연한은 30년이었습니다. 문을 닫은 두 발전소 바로 맞은편에는 고성하이석탄화력발전소 1호기와 2호기가 들어섰습니다. 새 발전소 2기의 합계 발전용량은 2080MW로, 폐쇄된 2기의 2배 규모입니다.
비가 내리면, 소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농다리가 물살에 떠내려갔다. 그럴 때마다 윗마을 남학생들은 바지를 걷어 올려 아랫마을 여학생들을 등에 업고 불어난 시냇물을 건넜다. 김태원(64) 씨가 충북 제천 송학중학교를 다니던 무렵엔 그런 우정과 낭만이 있었다. 지역의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려 얼마든지 잘 지낼 수 있었다. 그 시절엔 송학중학교의 학급 당 학생 수가 180명을 넘었다.그것은 옛날 일이다. 2022년 가을, 송학중은 폐교 위기에 처했다. 당시 송학중에 재학 중인 1~2학년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2년간 신입생을 단
“입을 옷이 없어. 옷은 사도 사도 없어요. 진짜 희한한 일입니다요.”옷걸이에 옷이 잔뜩 걸려있고, 바닥에도 수북이 쌓였는데 여인은 “입고 나갈 옷이 없다”고 불평한다. 그녀는 옷을 마구 던지다 옷더미 아래 깔리더니, “차라리 다 같이 발가벗고 다니면 좋겠다”고 외친다. 대구시 동구 봉무동 시립 대구섬유박물관 ‘최소한의 전시’에서 영상으로 보여주는 연극 <옷옷옷옷옷>의 한 장면이다. 국내 유일의 종합섬유박물관인 대구섬유박물관에서 지난 5월 9일부터 열리고 있는 전시는 우리의 의생활이 기후위기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보여주고, 대안을 고
상(上) : 전 세계 사실 추적꾼들이 서울에 모인 이유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글로벌 팩트 10’(Global Fact 10)이 열렸다. ‘글로벌 팩트’는 전 세계 ‘팩트체커’(fact checker·사실 확인자)가 모여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컨퍼런스다. 올해로 열 번째를 맞은 ‘글로벌 팩트 10’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와 국제팩트체킹연맹(IFCN) 공동 주최로 열렸다. 미국의 비영리 언론 연구소인 포인터연구소 산하에 있는 국제팩트체킹연맹은 전 세계 팩트체커를 연결하
‘글로벌 팩트’는 세계 최대 팩트체크 컨퍼런스다. 미국 포인터 재단에 근거를 둔 IFCN이 매년 개최국을 바꾸어 진행했다. 지난해 개최된 ‘글로벌 팩트 9’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렸다. 올해는 서울에서 열렸는데 아시아에서 개최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 ‘글로벌 팩트 10’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와 IFCN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직업(職業)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직(職)’과 생계를 유지하는 ‘업(業)’의 두 글자로 이뤄져 있다. 글자 그대로 직업은 생계유지를 위해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 기간 종사하는 일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먹고 살려면 누구든 직업을 가져야 한다. 헌법 제32조에서도 모든 국민의 근로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한국 인구의 5.1%를 차지하고 있는 장애인도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등을 통해 일할 권리를 보장받는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등록 장애인 수는 약 264만 명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
지난달 12일, 일본 도쿄전력이 원전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류하기 위한 시설 시운전을 시작했습니다.바닷물과 오염수가 아닌 일반 물을 섞어서 흘려보내며 시설이 정상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겁니다.일본은 지난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생긴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발전소 부지 안에 수백 개의 탱크에 보관하고 있는데, 더 이상 보관할 장소가 없다는 이유로 희석해서 바다로 흘려보내려 하고 있습니다.이 방사능 오염수 안에는 다양한 방사능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일본은 이것을 제거하는 장비인 다핵종제거설비, 알프스(ALP
“하나, 우리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나온 133만 톤(t) 오염수의 태평양 투기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둘, 우리는 삼중수소 추정량 이외 방사성 물질의 종류와 총량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 셋, 우리는 해양 투기 계획을 취소하고 오염수의 육지 저장을 지속할 것을 요구한다. 넷, 우리는 태평양에 방사성 폐기물 및 기타 방사성 물질의 투기를 금지하는 국제 조약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한국과 일본의 녹색당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국 녹색당은 지난달 30일
1969년 6월 28일 새벽, 뉴욕의 크리스토퍼 가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한다. 성소수자들과 경찰의 대치였다. 성소수자들이 주로 이용하던 술집 스톤월인(Stonewall Inn)을 급습한 경찰이 주류 판매를 문제 삼으며 과잉 단속을 하고 이에 어느 레즈비언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상황이 점점 심각해졌다. 경찰은 끝내 무력을 동원해 사태를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성소수자들이 다쳤다. 사태는 점차 항쟁의 성격을 띠며 7월 3일까지 계속되었다. 이후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모습이 달라졌다. 억압을 견디고, 참는 방식 대신, 하나둘 모여 목소리
지난 5월 25일, 충북 제천에 있는 세명대학교에서 민송백일장이 열렸습니다.코로나19로 중단된 지 4년 만에 다시 열린 행사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찾아온 학생과 시민 54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참가자들은 야외 곳곳에 자리를 잡고 열심히 글을 써내려 갔습니다.펜을 쥐고 원고지에 글 쓰는 일이 낯설면서도 재밌다고 어느 참가자가 말했습니다.나태주 작가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시인의 이야기에 흠뻑 젖어드는 시간도 가졌습니다.어느 봄날에 펼쳐진 문학 하는 하루를 영상에 담아봤습니다.(촬영: 양진국 PD, 이선재 조재호 기자 / 편집: 이선재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