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을 위한 공간은 많지만, 이주민이 직접 만든 공간은 별로 없어요. 누가 (시혜의) 대상자이고 아니고 구분할 필요 없이 이주민이 중심이 되는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했죠. ‘프리포트(Free Port)’는 그 시작입니다.” 영화 <반두비>의 주연으로 잘 알려진 마붑 알엄(34)씨가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부근에 이주민을 위한 대안문화공간 프리포트(www.freeport.or.kr)를 열었다. 이곳은 국적·종교·성을 따지지 않고 ‘모든 지구인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자유항’을 표방한다. 또 이주민 문화예술 활동가를 키우고
인적 없는 길을 힘껏 달려본다. 산 위에 올라 멀리 달리는 차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본다. 송수아(50•여)씨도 한 때는 이런 자유를 만끽했다. 마흔 두 살에 시각장애인이 되기 전까지는.“누구나 예비 장애인 아닐까요. 살면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쾌활한 성격에 아이들을 좋아하던 그녀는 20년을 유치원 교사로 일했다. 딸(당시 16세)을 키우며 평범한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던 송씨의 시력이 급격히 나빠진 것은 8년 전이었다. 병명은 ‘망막 색소 변성증’. 망막의 시세포가 서서히 퇴화하는 희귀병이다. ‘틴틴파이브’로 활
“저를 뽑아주신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오직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지난 5월 30일 회기를 시작한 19대 국회가 원 구성 논란 끝에 2일 지각 개원하면서 사상 처음 청년층 유권자들의 투표로 비례대표의원이 된 민주통합당 김광진(31)의원도 본격적인 ‘여의도 정치’를 개시했다. 김 의원은 개원을 둘러싼 줄다리기로 정치권이 시끄러웠던 지난달 16일 <단비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첫 청년비례대표로서의 각오와 활동계획을 밝혔다. “저도 명색이 국회의원이지만 아직까지 학자금 대출이자를 갚아 나가고 있어요. 정부
지난해 12월 기독교 배경의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가 현행 교과서에서 시조새 등 진화론 관련 일부 내용을 삭제하라고 교육과학기술부에 청원한 후 창조과학계와 진화론학계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창조과학회 교과서위원회와 한국진화론실상연구회를 통합해 2009년 출범한 교진추는 ‘진화론은 과학이 아닌 하나의 가설’이라고 주장하며 교과서의 진화론을 공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화론 학자들의 모임인 ‘다윈 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의 인문학 아카데
엄마 찾아 한국 왔더니, 엄마는 아들 찾아 미국에“7년 전 인카스 문을 열고 들어오던 그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요. 마흔살쯤 됐을까? 손에는 이만큼이나 되는 페이퍼를 들고. 5년 동안 그렇게 혼자 가족을 찾아다녔대요. 수북이 쌓인 페이퍼를 받는 순간 눈물이 났어요. 그 사람의 애절함,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절박함이 그대로 느껴졌어요.”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 인카스(InKAS) 회장 정애리(53)씨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해외입양인과 해외입양가족의 복지와 권리를 위
<완득이>는 여전히 영화 속 얘기 “가난해서 외국에서 시집 온 어머니 있어 봤어요?”“그것 때문에 쪽팔렸다는 게 나중에 더 쪽팔릴 거다.”영화 <완득이> 대사 중 일부다. 킥복싱 선수를 꿈꾸는 완득이는 장애인 아버지와 정신 지체 삼촌과 함께 살아간다. 어느 날 자기 어머니가 외국인이었다는 사실을 담임선생님에게 듣게 된다. 어머니의 존재는 평범했던 삶에 혼란을 가져 온다. 하지만 결말은 다양성을 인정받고 조화를 꿈꾸면서 행복하게 끝난다.그러나 본격적으로 다문화 시대에 접어든 한국사회의 현실은 여전히 영화와 꽤 거리가 있다. 경기도 구
37년 전, 그들은 ‘더 이상은 안 되겠다’며 일어났다. 박정희 정권은 긴급조치 1,2호를 선포하면서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했고, 신문방송은 독재 정권의 참상에 대해 한 줄도 보도할 수 없었다.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의 기자, 피디(PD), 아나운서 등 150여명은 집회를 열고 ‘자유언론실천선언’을 선포했다. ‘보도에 외부간섭을 배제한다’, ‘기관원은 출입하지 마라’, ‘언론인 불법연행을 거부한다’ 등 3개 조항이 핵심이었다.“사실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전에도 언론자유를 지키자는 ‘수호선언
단군 신화에서 곰은 쑥과 마늘만 먹고 100일을 버틴 끝에 인간이 됐다. 같은 기간, 파업을 한 기자는 무엇이 될까? “노동자가 됐습니다.” 31일로 노조 파업 100일을 맞은 <국민일보> 양지선(34․국제부) 기자는 “스스로가 노동자라는 계급적 각성을 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사회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는 파업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관심 받는 일’의 가치를 느끼게 된 점도 기자로서는 정말 소중한 경험”이라고 <단비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털어 놓았다.지난해 12월 23일, 그와 동료 기자 112명은 펜
“만만한 게 만화예요. 학교폭력의 원인을 찾으려는 것 같은데, 문제만 생기면 만화 탓, 게임 탓을 해요. <전설의 주먹>은 정부에서 상까지 받았는데, 유해매체 심의대상에 올라 있어요. 정확한 기준 없이 빨간 딱지를 붙이는 거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웹툰(인터넷 만화) 심의에 만화가들이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지난 2월 방심위에서 청소년 폭력의 원인으로 23개 웹툰을 지목하고, 이들 만화의 폭력성과 관련해 유해매체 심의대상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내용을 작가들에게 통지했기 때문이다. 만화계는 방심위 심의가 만화가
아이팟으로 김정범(37)의 음악을 들으면 영혼의 사운드에 끌려 그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재즈밴드 ‘푸딩’의 보컬로 활동하다가 ‘푸디토리움’이란 이름으로 ‘솔로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그의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9일 밤 8시 홍대앞 에반스라운지를 찾았다. ‘푸디토리움’은 ‘자신만의 공간’이란 뜻. 그의 숨결까지 느끼면서 지켜본 라이브 공연은 그가 왜 그런 예명을 붙였는지 짐작하게 했다. 고정된 재즈밴드의 울타리를 벗어난 덕분인지 그의 개성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자신만의 공간'으로 초대된 100여 명 관객은 노
“지역마다 노인정은 있는데 청년정은 없잖아요. 노인정은 일할 힘이 없고 갈 데 없는 노인들을 위해 공동체가 만들어준 공간입니다. 일자리와 갈 곳이 없는 건 청년들도 마찬가지예요. 청년들이 모여서 놀고 먹고 수다도 떨고, 강연을 듣거나 토론하고 공부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갈 곳 없는 청년들을 위해 카페를 열었다는 김선경(28) 청년이그나이트 대표. 김 대표는 지난 2009년 12월 서울 명륜4가에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 짜리 15평 남짓한 공간을 얻어 카페 이그나이트를 만들었다. 사회체험 연합동아리 ‘대학
종합편성채널(종편) 방송국들이 지난 1일 동시에 개국하면서 ‘보수 신문’으로 꼽히는 <조선> <중앙> <동아> <매경>의 목소리가 방송으로 확장됐다. 각각 <채널A> 으로 간판을 단 종편 방송들은 아직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지만 강한 정파성을 가진 이들 방송이 향후 총선과 대선 과정 등에서 여론왜곡을 주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종편 반대 운동을 펼쳐온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지난달 29일 ‘조중동 종편 공동모니터단’을 만들어 활동에
찰나의 포착과 긴 여운의 직업을 위해2010년 11월 11일은 미얀마 국민에게 역사적인 날이다. 군부정권에 가택연금 당한 민주운동가 아웅산 수지(수치) 여사가 풀려났기 때문이다. 미얀마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은 국부 아웅산의 딸로 태어나 민주화의 상징이 된 이래 15년간 세상과 단절된 뒤였다. 세계적인 통신사와 언론사의 사진기자들은 세상에 다시 얼굴을 내민 그녀의 모습을 찍어 전세계에 알렸다. 하지만 <국민일보>의 미얀마 르포기사(11월18일)에는 한국의 한 대학생이 찍은 사진이 실렸다. ‘프리랜서 기자 김성광’. 사진 아래 조그
“와락 안기는 아이, 너무 가벼웠습니다” “문틀은 있는데 문이 없었어요. 창틀은 있는데 창이 없어요. 문과 창을 끼워 넣으면 되는데, 지원중단 사태를 맞은 거에요. 2년 만에 가보니 자구책으로, 나무문을 달아서 임시로 쓰고 있더라고요.”북한 어린이 지원 민간단체인 어린이어깨동무의 황윤옥(48) 사무총장이 지난 8월 10~13일, 9월 17~20일, 두 차례 북한에 다녀왔다. 7월에 통일부가 대북지원을 승인한 뒤 지원한 물품이 잘 전달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어린이어깨동무(이사장 권근술)가 지원해온 평양, 남포, 장교리 등의 병
종군기자와 추리작가, ‘밀리터리 스릴러’로 만나다한 종군기자와 작가들이 함께 술을 마시던 자리였다. 종군기자는 세계 여러 분쟁지역 경험담을 술자리에 풀어놓았다. 타고 있던 자동차가 원격조종지뢰를 밟은 일부터 앉아서 볼일 보던 화장실 창문에 총알이 날아 들어온 경험까지. 그의 이야기는 헐리우드 영화의 특수효과가 아니라 온몸으로 보고 느낀 실전 속 기록이었다. 숨죽이고 이야기를 듣던 어느 작가가 왜 그런 이야기를 책으로 안 쓰냐고 물었다. 종군기자도 공감했다. 자신의 경험담을 넣되 안보문제와 부딪히지 않을 만큼 상상을 가미하고 싶었다.
"재밌는 책을 읽으면 기가 막힌 맛이 납니다." 인천 동구 금곡동의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서 아벨서점을 운영하는 곽현숙(61·여) 대표의 말이다. 곽 대표는 스물 넷 되던 해인 1973년 이 거리에서 처음 책방을 연 뒤, 사정이 좋지 않았던 2년여를 제외한 36년간 낡은 책들과 함께 했다. ‘알고 싶은 게 너무 많아’ 헌책방을 차렸다는 곽 대표는 지금도 재미있는 책에서 기가 막힌 맛을 느끼며 산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현재 우각로라 불리는 배다리 맨 꼭대기 창영초등학교 앞에 처음 서점을 냈다. 서점을 내고 1년 만에 집주인이 건물을
이글거리는 한여름 태양만큼이나 강렬한 기합소리.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마을 입구의 서울액션스쿨에서는 50여 명의 교육생들이 비 오듯 땀을 흘리며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쪽 벽면에 크게 걸린 힘찬 필치의 ‘무(武)’자 아래 펼쳐 보이는 일사불란한 몸동작은 올해 초 폭발적 인기를 모았던 서울방송(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익숙하게 보던 모습이었다. 한 순간 모든 교육생들이 동작을 멈추더니 일제히 허리를 굽히고 “안녕하십니까”를 외쳤다. 도장에 성큼성큼 들어서던 축구복 차림의 한 남자가 부드러운 미소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