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할 것으로 알려진 8월이 오고야 말았다. 이 글은 그런데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한 찬반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언론이 재난이나 갈등을 다루는 방식, 자세에 관한 얘기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는 논란의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지난 6월부터 수산업계가 침체에 빠졌다는 기사들이 나왔다. 오염수에 불안을 느껴 수산시장을 찾는 발길이 줄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수산시장 상인은 “원전 물을 틀었어야 원전이고 말고 하지”라며 시기적으로 장사가 안될 때라는데 기사는 원전 오염수 영향이라고 했다
홍콩에 있던 <뉴욕타임스> 아시아 지부가 지난 2021년 서울로 이전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폭력적으로 진압된 이후 미국 언론사가 홍콩에서 자유롭게 취재·보도할 수 없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시아 지역을 취재하는 <뉴욕타임스> 기자들은 서울에 모이게 되었다. 시각탐사팀(visual investigation)의 헤일리 윌리스(Haley Willis·25) 기자도 마찬가지였다.헤일리 기자는 <단비뉴스>가 지난 5월 ‘새로운 방법과 형식으로 새로운 보도 장르를 열다’를 통해 소개한 피바디 수상작 ‘분노의 날’을 공동으로 취재·
“기후위기로 인해 ‘2050 탄소중립’이 시대적 화두가 되자, 이런 조류에 편승해 국내 원자력계 인사들이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대안으로 핵융합발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핵융합계조차 핵융합발전의 상용화가 2050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입니다. 아직 기술개발이 되지 않은 핵융합은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없습니다.”2021년 7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공동대표 우원식·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핵융합 기술의 현주소: 핵융합, 과연 미래에너지인가’ 세미나에서 강정민 전
최근 경기와 충청 일부 지역에서 성교육이나 페미니즘, 인권 관련 도서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면서 충북 제천의 일부 공공도서관이 사실상 해당 도서 열람을 제한하는 등 도서관 운영이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달 초 전국학부모연합회 소속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개인과 충북 청주에 있는 시민단체 ‘행동하는학부모연합회’ 대표가 제천시의 공공도서관들에 일부 도서에 대한 ‘열람 제한, 대출 금지, 폐기’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이 유해도서라며 목록을 제시한 도서는 모두 117종에 달한다.
산복도로란 ‘산 중턱을 지나는 도로’라는 뜻이다. 주 도로의 교통난을 해소하거나 산마을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어느 지역에나 산복도로가 있지만, 부산 산복도로의 형태는 독특하다. 부산진구, 동구 등 다섯 개의 구를 지나는 22킬로미터(km)의 도로가 부산의 골격을 이루는 금정 산맥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산복도로를 따라가면, 부산의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 평지에는 일본인들이 살았다. 일자리를 찾아온 외지인들은 산에 올라가 판잣집을 짓고 살았다. 한국전쟁 시절 부산에 내려온 피란민들은 더 높은 산으로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등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헤밍웨이는 소설가이면서 저널리스트였습니다. 그는 종군 기자로서 스페인 내전, 제2차 세계대전 등 전쟁 현장을 보도했습니다. 기자로서도 뛰어난 활동을 보여 노벨문학상을 받기 한 해 전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상인 퓰리처상을 받았죠. 이른바 픽션과 논픽션 모두에서 대단한 능력을 보여준 헤밍웨이가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바로 ‘독자’였습니다. 작가는 독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써야 한다며 헤밍웨이는 세 가지 비법을 제시합니다. 그는 글을 잘 쓰기 위
사진 한 장에는 인간의 서사와 메시지가 담겨있다. 인간이 세상을 대하는 시선과 해석이 사진기의 뷰파인더를 통해 담기기 때문이다. 때론 정지한 한 순간이 수십 분의 영상보다 세상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AI가 묘사하는 세상에는 없는 것, 바로 사진에 담긴 인간의 마음이다.<단비뉴스>의 사진기자 박시몬, 편집국장 박동주 두 사람에게 포토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물었다. ‘저널리즘 네컷’에서 마지막으로로 다룰 사진기사는 바로 ‘평화롭고 안전한 미래를 꿈꾸며’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기획한 시리즈 기사, ‘나는 왜 난민이
“여기는 탄소중립을 어떻게 하고 있나요?”지난 27일 오전 10시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 에이(A)홀의 제1회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박람회 행사장. 전체 공간의 중간쯤에 있는 ‘도시농사꾼’의 전시관을 둘러보던 흰색 티셔츠 차림의 20대 남성이 직원에게 물었다. 스마트팜(정보기술을 이용한 농업)의 하나인 ‘큐브팜’을 조성한 공간에서 안내하던 30대 여성 직원은 잠시 머뭇거리다 웃으며 “탄소중립은 앞으로의 목표”라고 답했다. 그는 “지금은 버섯을 재배할 때 배지(배양토)로 친환경적인 참나무를 써서 생분해가 될 수 있도록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전전하는 상황을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라고 부른다. 구급차가 환자를 태우고 응급실 앞까지 갔지만 받아주지 않아 돌아선 사례를 집계한 소방청의 통계를 보면, 2021년에만 해도 ‘응급실 재이송’ 사례는 7634건이었다. 그러나 이 수치는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겪은 ‘표류’의 극히 일부만 보여준다. 직접 응급실로 가기 전에 전화 문의를 했으나 거절당한 경우, 응급실에 도착한 후에도 수술 의사를 찾지 못해 병원을 옮긴 경우 등은 이 수치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조건희 <동아
“기존 원자력발전소를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쓸 수는 있겠지만, 새롭게 원전을 만드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원자력은 현재 절대적으로 가장 비싼 에너지원입니다. 그리고 핵확산의 위험, 방사능 오염 사고의 위험 등 추가적인 위험이 큽니다. 아직 기술 개발 단계인 소형원자로(SMR) 역시 재생에너지원과 비교해 경제성이 없습니다. 빌 게이츠가 소형원자로 활용을 주장하며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경시하는데, 그는 소형원자로 개발 회사에 투자하고 있어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러는 거죠.”2021년 6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재작년부터 희한하게 벌이 없어지는 거예요. 벌통 350개 중 30개만 남았어요. 7000만 원은 손해 봤을 거예요”충청북도 제천시 청풍면에 있는 한 양봉장에서 양봉업자 홍공진(68) 씨의 말이다. 월남전에 파병됐던 홍 씨는 한국에 돌아온 후 같은 자리에서 35년째 양봉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꿀벌을 90% 넘게 잃었다. 지난 3월 월동기가 끝난 뒤 확인해 보니, 꿀벌은 밖에서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거나 벌통 안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베테랑 양봉업자인 홍 씨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홍 씨는 죽은 꿀벌을 가지고 제천시에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권일용, 고나무/알마/15,500원마주하고 싶지 않아도 맞닥뜨려야 하는 세계가 있다. 기자들에게는 범죄의 세계가 특히 그렇다. 잔혹한 범죄자들의 마음과 행동을 들여다보는 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힘들어하는 일이다. 사회의 병리적 징후인 범죄를 제대로 보도하려면 범죄를 직접 들여다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한겨레> 기자 출신인 고나무 ‘팩트스토리’ 공동대표와 권일용 전 경정이 함께 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그런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에는 김해선,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실제 범죄자들
지난 11일, 수도권 지역에서 처음으로 ‘극한 호우’가 관측돼 첫 재난문자가 발송됐습니다.극한호우는 1시간 누적 강수량 50mm 이상이면서 동시에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mm 이상인 경우를 일컫습니다.1시간 강수량이 72mm를 넘게 되는 경우도 극한 호우로 판단합니다.점점 갑자기 내리는 폭우 피해가 잦아지면서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해 전달하던 집중 호우 경보를 아예 재난문자로 통합했는데, 지난 11일 처음 발송이 된 겁니다.이전부터 ‘극한호우’에 해당하는 비는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더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전문가들은 이러한
2023년 5월 3일 단양에서 '작은 학교들의 큰 운동회'가 열렸다. 전교생 수가 50명이 되지 않는 작은 학교의 학생들이 모여 함께 운동회를 한 것이다.아이들의 신나는 마음이 모인 그곳에서 6년 전 '나홀로 입학'을 하고 '나홀로 졸업'을 앞두고 있는 이욱 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2023년, 욱이처럼 나홀로 입학한 초등학생은 125명이다.동급생 없이 혼자서 초등학교를 잘 다닐 수 있을까?6년전 나홀로 입학한 욱이에게 학교생활 이야기를 들어보고 인구 절벽을 마주한 우리 농촌의 마음 아픈 현실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기획, 연출: 조
2021년 5월 30일 공식 개막한 서울 녹색미래(P4G) 정상회의를 둘러싸고 시민·환경단체들이 정부에 ‘말이 아닌 행동’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주최한 ‘P4G 멈춰! 우리가 바로 녹색이다!’ 집회가 열렸습니다. 섭씨 30도에 가까운 뜨거운 날씨에도 환경·노동·인권·종교 등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해 나온 150여 명의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한 채 초록색 깃발과 크고 작은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습니다.환경·노동·인권·종교단체 150여 명 청계천 광장에
지난 5월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테크노파크의 세종인터내셔널 사무실. 검은색 태양광 패널과 건물 모형, 스리디(3D) 프린터가 곳곳에 놓인 공간에서 사원 6명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조현수(31) 팀장은 책상 위 컴퓨터 화면에 서울 성동구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외벽 도면을 띄워놓고 수정 작업에 한창이었다. 지식산업센터는 내년에 시공할 건물이다. 사무실 바닥에 놓인 직육각형 상자 모양의 3D 프린터에서는 흰색과 회색 필라멘트(실 모양의 자재)로 이뤄진 건물 외벽 자재 모형이 ‘슥슥’ 소리를 내며 출력되고 있었다. 이곳은 지붕재,
초등학교와 중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 심지어는 초·중·고를 통합해서 운영하는 학교들이 있다. 이른바 ‘통합운영학교’다. 통합운영학교 중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통합한 초·중학교는 전국에 60개교가 있다. 그런데 중·고등학교와 달리 초·중학교는 학교급에 따라 교원자격제도가 다르다. 현행법상 교원자격이 다른 교원은 교차지도가 불가능하고, 교육과정도 달라 통합교육이 어렵다. 초·중 통합운영학교의 교육과정 통합을 위한 정책 마련은 답보 상태다. 학교를 통합할 수 있는 근거는 만들어 놓고 통합 운영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는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