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UN은 세계인권선언에서 인간 기본권 중 하나로 ‘음식주권’(right to food)을 언급했다. 음식주권은 곧 식량권으로, 누구나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하며 무엇이 좋은 음식인지 알아야 함을 뜻한다. 과연 우리는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알고, 제대로 먹고 있을까?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대산농촌재단 연수단은 첫날 서울시 안국동에 있는 ‘상생상회’를 방문했다. 상생상회는 음식이 주는 진정한 ‘즐거움’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슬로푸드 운동을 벌이며, 지역의 좋고 깨끗한 농축산물과 음식을 도시 소비자와 매개하는
“아, 저 카페 가보고 싶다!” 요즘 2030세대는 사진 올리기에 특화된 SNS인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이쁜 카페를 선호한다. 제천 카페 파릴리는 그런 점에서 최적의 장소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가볼 만한 제천 카페 8선’을 검색하면 첫 번째 카페로 등장한다. 파릴리는 ‘앤티크(antique)한 분위기가 특징인 작은 다방’으로 소개된다. ‘이게 언제적 거야’라는 반응이 절로 나오는, 오래된 커피잔부터 복고풍의 책과 장식품이 파릴리에 가득하다. 카페 주인 권지연(35) 씨의 취향이 100% 반영된 결과다.
거북아 거북아(龜何龜何) 머리를 내어라(首其現也)내놓지 않으면(若不現也) 구워서 먹으리(燔灼而喫也)가야국 시조인 김수로왕 탄생 신화에 등장하는 ‘구지가(龜旨歌)’다. <삼국유사>에는 하늘의 소리에 따라 아홉 부족장이 땅을 파헤치며 이 노래를 부르자, 하늘에서 여섯 개 알이 내려와 수로왕과 5가야의 임금이 되었다고 전해진다.수로왕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경남 김해시 구산동 구지봉(龜旨峰)이 최근 ‘가야사 복원사업’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김해시가 구지봉 일대에 ‘가야사 복원 2단계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부지 안에 있는 학교의 이전을
최근 도시재생 붐이 일면서 낡은 집과 담벼락이 많은 마을들이 벽화로 마을을 꾸미는 데 재미를 붙였다. 골목길 담벼락에 그림 몇 점 그려 넣었을 뿐인데, 삭막했던 분위기가 포근한 느낌으로 변했다. 서울시 동대문 인근 이화벽화마을과 경남 통영시 동피랑마을이 대표적이다. 이 마을들은 한때 평범한 산동네에 불과했지만, 벽화마을이 된 뒤로 외국인과 내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로봇이요? 사람이 그린 줄만 알았어요”지금까지 벽화골목은 장애인, 예술인, 자원봉사단체, 어린이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그의 이름은 ‘윤정례’도 아닌 ‘승혜 엄마’도 아닌 ‘남구로 언니’다. 윤정례(74·여·가명)씨는 새벽 4시 15분 남구로역에서 6411번을 탄다. 기점에서 열두 번째 정류장. 그는 ‘운 좋게’ 뒤에서 세 번째 줄에 앉는다. 좌석 앞이 비어 있어 차가 급정거라도 하면 굴러 떨어지기 딱 좋은 자리다. 여기서 타면 버스는 거의 만원이 돼 창가 쪽 자리는 없고 안쪽 자리도 거의 만석이다. 오늘은 마침 한자리가 비어 있어 앉아 간다. 옆에는 버스 출발지인 ‘거리공원에서 탄 언니’가 앉는다.“오늘따라 보따리가 많네.”“으응. 이불보따리, (
“이 동네에서 애기 웃음소리 들어본 지가 30년만입니다. 솔티홉수확축제 덕분에 농촌에 젊은이들도 다시 오고. 오랜만에 마을의 경사가 아닌가 싶습니다.”솔티마을 윤재환(67) 반장은 행사가 시작되자 마을을 찾은 이들의 발걸음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까무잡잡하고 주름진 얼굴에 연신 웃음꽃이 피었다. 지난 1일 제천시 봉양읍 솔티마을에서 ‘솔티 홉 수확 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3회를 맞는 이 행사는 수제맥주 양조장인 뱅크크릭 브루잉(홍성태 대표)과 솔티맥주를 유통하고 홉 농사를 담당하는 농업회사법인 ‘맥주 만드는 농부’(장동희 대표)
지역에서 순환하는 농업“일본의 지산지소 운동 아세요?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운동이죠. 더 친숙한 용어로는 ‘로컬푸드’, 우리말로는 ‘제터먹이’라는 좋은 표현이 있습니다. 아산의 지역농업은 지역 내에서 물질이 순환되는 농업을 추구합니다. 생산, 가공, 유통, 소비 모든 과정이 지역에서 순환하도록 한다는 것이죠.”첫날 만난 충남 아산시 푸른들영농조합법인 김봉수(40) 부장은 교육을 받으러 온 대산농촌재단 연수생들에게 “푸른들은 조합원이 출자한 이득금을 바탕으로, 지역조합원이 생산하는 친환경 농산물과 축산물의 가공과 유통을
허난설헌 기념공원은 여느 민속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기와집이 몇 채 있을 뿐이다. 반면 신사임당의 오죽헌은 입구부터 웅장하고 드넓다. 신사임당은 조선시대의 지배적 이념을 상징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 이념과 정파성은 일제 강점기를 넘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주류사회로 이어졌다. 오만원권에 신사임당의 초상이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허난설헌은 철저히 비주류의 삶을 살았다.조선의 두 여인을 다루는 서사에서 드러나는 역사적 온도차는 그들의 흔적이 담긴 장소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지역
참사 재발 가능성 높은 다중이용시설제천 참사 6개월이 다 되어 가던 지난 18일 오후, 제천 시내 다중이용시설물 중 큰 편에 속하는 ㄱ빌딩을 찾아갔다. 8층 건물 안에는 병⋅의원 등 의료시설이 몰려 있어 환자와 가족 등 많은 사람이 드나들고 있었다. 일부 병원에는 입원 환자도 있어 야간 상주인구도 적지 않아 보였다.대형참사가 발생했던 하소동 스포츠센터와 같은 대형 다중이용시설이라 참사 후 소방 점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제천시청 건축과에 전화를 걸었다. 건축과 담당자는 “하소동 참사 이후 제천 시내 다중이용시설물들을 점검해 문제가
”대단한 각오 아니면 농촌에 들어와서 농사짓기 힘들어요. 귀농인이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강선리에 자리 잡은 로뎀농원은 중앙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을 가르치던 윤석원(65) 교수가 3년 전 귀농한 곳이다. 28년간 강단에 섰던 윤 교수는 정년을 2년 앞둔 2016년 2월 이른 퇴직을 했다. 고령화와 청년 인구 이탈로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의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고 평소 농업 관련 일로 먹고 살았으니 몇 년이라도 일찍 농촌으로 들어가 지방과 농민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해
길은 자연을 본받는다노자는 <도덕경>에서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길을 본받는데, 길은 스스로 그러함(自然)을 본받는다’고 했다. 한반도의 척추, 백두대간의 중간 즈음을 가로지르는 대관령(大關嶺). 그 고갯길 구비구비를 따라 두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대관령 옛길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지역∙농촌문제세미나] 답사팀이 만나러 간다.대관령은 넓게는 강원도 영서와 영동, 좁게는 평창과 강릉을 잇는 고갯길이다. 수많은 선비가 과거를 보러 한양에 가려고 대관령을 넘었고, 강릉에서 생산되는 해산물과 농산
지난 5월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농정의 두 축인 농림축산식품부장관과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이 사임한 지 두 달이 넘었는데도 인선이 안 되고 있다’며 ’한시바삐 농정공백을 해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김영록 장관은 지난 3월 농정을 이끌어온 지 8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남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날 청와대 신정훈 농어업비서관도 사표를 던지고 전남도지사에 출마했다. 신 비서관을 보좌하던 이재수 선임행정관마저 춘천시장 선거에 뛰어들었다.‘농정 수장’ 셋이
“오늘날 농업이라고 하는 것을 과거의 방식, 규모, 관점에서 보니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업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기 위해 농업을 재정의하고 그 역할을 설명하려고 합니다.”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농업농촌문제세미나]에서 농업의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농업은 전문화, 산업화, 분업화하면서 농업 자체보다도 전방∙후방 산업의 규모가 커졌다. 과거와 달리 규모화한 농업을 어떻게 재정의해야 할까? 현재 비농업계와 예산 당국은 농업에 더 많은 지원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다. 외부와 아파트단지를 막아서는 건 까마득히 높은 콘크리트 옹벽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서울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 아파트는 일반도로와 아파트단지를 잇는 입구에 주차 차단기 5개를 설치하고 통행료 2천원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아파트 입주민과 인근 지역주민이 갈등을 빚었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차단기를 둘러싼 주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한신-한진 아파트는 4천여 가구가 사는 거대 단지로 최고 21층 아파트 31개 동이 들어서 있
‘세명대 반딧불’의 소원은 “원룸 가격 인하” 세명대 후문 근처 원룸에 사는 이창희(26·세명대 법학과 4)씨는 10개월 계약으로 방값 410만원을 한 번에 냈다. 이씨는 “겨울방학 때 살려면 2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난방비 명목이다. 그러면서 “연세가 아닌 보증금과 월세로 방값을 내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세명대 인근 원룸 가격을 내리기 위해 총학생회가 나섰다. ‘반딧불 시위’는 그 일환이다. 총학생회는 지난달 29일 ‘제1차 반딧불 시위’를 시작으로 시위를 이어오
지난 3월 25일 일요일 오후 4시. 강원도 양구군 중앙로 센트럴 모텔. 카운터 안쪽에서 TV를 보고 있던 주인 안명순(66·여)씨는 ‘위수지역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고 하자 취재진을 객실로 안내했다. 방으로 들어서자 맵싸한 담배 냄새가 풍겨 왔다. 객실은 다소 좁고 낡긴 했지만 깨끗이 청소된 상태였다. 침대 위에 걸터앉은 안 씨는 “우리 시설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접경지역은 군인 외에는 부가가치 없는 도시“대도시 숙박업소는 보통 저녁부터 손님을 받아요. 그런데 여기
외출⋅외박구역 제한으로 2⋅3중 희생 강요강원도 양구군 전방부대에 복무중인 ㄴ상병은 외출 외박을 나올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들뜬 마음으로 신고를 하고 부대 정문을 나서지만, 양구읍 바깥으로 나갈 수가 없다. 군 장병 외출⋅외박 제한구역인 위수지역이 양구읍까지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양구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한 시간이면 춘천 시내로 나갈 수 있지만 그럴 수가 없다. 친구나 부모가 승용차를 몰고 오면 두 시간 남짓 거리인 서울도 갈 수 있지만, 그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그나마 군 소재지인 양구읍까지 나갈 수 있는 ㄴ상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