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의 ‘숨은 보물’ 장락사지 답사기고등학교에서 문화유산답사 동아리 활동을 해온 우리 둘이 충북 제천지역에서 첫 답사지로 잡은 곳은 장락사지와 칠층모전석탑이었다. 명성으로 따지면 제천에서 의림지를 덮을 데가 없지만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곳을 소개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장락사지는 제천 시민들조차 다녀온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로 숨겨진 곳이었다. 처음 본 순간 우리는 바로 탑의 자태에 매료돼 지난해 봄부터 올 겨울까지 십수 차례나 장락사를 찾았지만 다른 답사객은 거의 만나지 못했다.문헌을 찾아보다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
‘아이다’를 비롯해 베르디 오페라가 초연되며 음악계를 전율시키던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유럽 남부 최대 고딕양식 성당 두오모(Duomo)가 있으며, 1958년 시작돼 세계 4대 패션쇼의 하나로 자리잡은 패션의 고장…. 어디일까? 축구팬들을 열광시키는 AC밀란과 인터밀란의 도시, 르네상스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프랑스 지배 아래 공학과 해부학에 심취하던 이탈리아 경제 중심지이자 롬바르디아의 주도 밀라노(Milano)다. 연중 전 세계 관광객으로 붐비는 밀라노 중앙 기차역. 볼일 급한 여행객이 화장실 찾기가 어렵다. 간신히 딱 한
“다음 문제입니다. <청춘의 독서>에서 저자는 종의 기원이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 납득할만한 설명을 최초로 제시한 책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처럼 <종의 기원>을 서술해 인간의 유래를 설명한 작가의 이름은 무엇일까요?”“외국 사람이죠. 자, 10초 드리겠습니다.”싸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11월의 첫날, 민송도서관 1층 라운지는 째깍째깍 초침 소리를 배경음 삼아 머리를 싸맨 학생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대부분은 문제를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정답을 적어낸 반면 답이 생각나지 않는 사람들은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지난 10
지난 9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유엔(UN)의 대북 제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력공격 암시 발언 등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며 남북문제를 한국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메아리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서로 ‘미치광이’, ‘늙다리의 망발’ 등 ‘막말 폭탄’을 주고받는 동안 세계 언론은 사태의 향방을 주시하며 외교전문가들의 분석과 조언을 쏟아냈다.‘가장 강력한 대북경제제재’ 실효성에 회의 미국 일간지
10월의 마지막 날 오후, 플루트와 오보에의 청아한 소리가 도서관 라운지를 채웠다. 앙상블 ‘그루’의 <플라워 왈츠> 연주를 시작으로 은희경 작가와 함께하는 북콘서트가 31일 세명대 민송도서관에서 열렸다. 이번 북콘서트는 세명대 인문도시사업단이 개최한 ‘2017 인문주간’ 행사 중 하나다. 인문주간은 일반 시민에게 다양한 인문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전국적인 축제다. 세명대 인문주간은 지난 30일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연출한 장철수 감독의 포럼을 시작으로 31일 ‘은희경 작가 북콘서트’
아테네 시민병사 페이디피데스는 마라톤 평원에서 페르시아 대군을 물리친 뒤, 42.195㎞를 달려 아테네에 승전보를 전하고 숨을 거둔다. 언제였을까? BC 490년이다. 독일의 고전학자 아우구스트 뵈크(August Bockh)는 1855년 다양한 자료를 검토한 끝에 그날이 9월 12일이라고 결론짓는다. 오늘날까지 그대로 인정되는 그날의 감동적인 승리를 전한 장소는 아테네 어디일까? 아테네 모든 시민이 모이는 너른 마당인 광장(廣場), 아고라(Agora)다. 칼로스카가토스 시민들이 모이는 너른 마당
여름 휴가철이나 명절 연휴가 지나면 길에 버려지는 개나 고양이가 부쩍 늘어난다. 18일 유기동물 통계 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포함된 9월22일부터 10월12일까지 약 3주 동안 국내 보호시설에 들어온 유기동물은 4041마리로, 그 직전 3주인 9월1일부터 9월21일까지의 2255마리에 비해 약 2배로 늘었다. 긴 휴가 동안 맡길 곳이 마땅치 않거나, 애견호텔 등의 비용에 부담을 느낀 주인들이 매정한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견·애묘 가정의 휴가철 고민 해결사 이런 상황에서 ‘펫시터(pet-sitter)’, 즉
1988년 경상남도 의창군 동면(현 창원시 의창구 동읍) 다호리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이 대대적인 발굴 작업을 벌였다. BC 1세기~AD 1세기 경 널무덤(목관묘·木棺墓) 12기와 독무덤(옹관묘·甕棺墓) 2기다. 고고학자들의 조심스러운 손길이 흙을 걷어 낼 때마다 수많은 고대 유물이 쏟아졌다. 청동 투겁창(동모·銅矛), 중국 한나라 구리거울(동경·銅鏡), 띠고리(대구·帶鉤) 같은 청동기와 쇠로 만든 투겁창(철모·鐵矛)·꺾창(철과·鐵戈) 등의 무기류는 물론 칠을 한 나무 그릇(목태 칠기·木胎漆器)이 2000여 년 만에 햇빛을 봤다. 이 가
2017 제천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가 22일 개막해 19일간의 축제에 들어갔다. 지난해까지 7차례 박람회 형식으로 치러졌지만 올해는 국제엑스포로 인정받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행사로 마련됐다. 다양한 힐링 체험 행사개막일을 맞아 행사장은 입구에서부터 관람객들로 붐볐다. 엑스포에서 마련한 셔틀버스들에서는 노인 단체관람객부터 유치원생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관람객들이 쏟아져 내렸다. 입구에는 반려동물보호소와 바이어등록대 등이 있어 주최 측의 배려심을 느끼게 했다.
“한식 세계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들어 볼래요?”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20일 제천 세명대학교 민송도서관에서 특강을 시작하며 던진 질문이다. 쭈뼛쭈뼛 손을 든 학생에게 그는 지난 정부의 한식 세계화 정책에 반대하는 자신의 논리도 ‘한번 들어보라’고 말했다.<수요미식회> <알쓸신잡> 등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황교익 칼럼니스트는 기자 출신이다. 12년간 <농민신문> 기자였던 그는 회사를 관둔 뒤 ‘맛 칼럼니스트’라는 낯선 이름의 직함을 달고 먹거리 관련 글을 써 왔다. 이날 황 칼럼니스트는 지금까지 연
2017년 7월 한여름. 톈산(天山)산맥 정상은 밤에 기온이 8도로 떨어져 겨울 추위다.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서 차를 타고 톈산산맥을 넘어 7시간 반을 정신없이 달려 도착한 곳. 끝없는 초원을 지나 카자흐스탄 국경 포크로브카(Pokrovka) 마을이 드넓게 펼쳐진다. 확 트인 평원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물줄기 이름은 탈라스(Talas)강. 중국 사서에 나오는 달라사(달羅斯). 역사 시간에 배운 탈라스강 전투(Battle of Talas)의 탈라스강이다. 톈산산맥의 만년설이 녹으면서 키르기스스탄에서 발원해 카자흐스탄으로 흘러
토마스 사라세노의 작품을 제대로 만나기 위해서는 1층 출입구로 들어가지 않고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작품 전체를 위에서 조망하며 관람을 시작하길 바란 작가의 의도다. 2층 출입구에 두 겹으로 쳐진 검은 장막을 손으로 걷고 들어서자 커다랗고 하얗게 빛나는 구(sphere)가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시장으로 내려가면 거대한 구에 가려졌던 다른 구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노랑, 잿빛, 흰색 등 다양한 색의 구들은 크기와 재료가 다르고 빛의 밝기도 다르다. 구들은 색과 모양이 다른 행성들이 모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IS와의 전쟁’ 뒷얘기를 다룬 지난달 26일 자 기사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년병이었던 모하메드(9·가명)의 사연을 전했다. 신변 보호를 위해 개인정보를 드러내지 않은 이 기사에서 소년은 “누나랑 싸울 때마다 여자들이랑 같이 지내기 싫어져서 아버지를 따라가기로 결심했다”고 ‘IS에 발을 들인 동기’를 밝혔다. 이라크 제2의 도시이자 IS의 주요 근거지인 모술에서 살던 모하메드는 총을 잘 쏴 저격병으로 선발됐다. 현재 IS 세력권 밖인 이라크 아르빌에서 모하메드를 보살피고 있는 그의 삼촌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은 시작된다.” 모차르트의 말처럼 올여름 충북 제천에서 음악의 향연이 시작된다. 오는 10일 '순도 100%' 음악영화로 채운 국내 유일의 음악영화제, ‘제1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막을 올린다. 음악 공연도 풍성하다. 청풍호반과 의림지에서 열리는 ‘원 썸머 나잇’과 ‘의림 썸머 나잇’ 등 음악 프로그램과 신인 뮤지션 지원 프로그램인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 등이 마련됐다. 15일까지 6일간 열리는 제1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메가박스 제천을 중심으로 제천시 문화회관, 청풍호반, 의림지 등 제천시 곳곳에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작열하는 태양 빛이 바다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요즘 문득 배리 매닐로가 떠오른다. 이름보다 더 감미로운 음색으로 197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 팝가수. 어느새 70줄에 들어선 그가 35세 되던 1978년 내놓은 곡 ‘코파카바나(Copacabana)’. 노랫말 속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은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연중 붐빈다. 특히 리우 카니발이 열리는 매년 2월이면 더욱 그렇다. 해변을 수놓는 원색의 수영복, 아니 비키니 물결. 건강함을 내뿜는 비키니 차림 여인들이 해변 모래사장에서 펼치는 비치
1539년 조선을 찾은 명나라 사신 화찰(華察). 그는 압록강과 대동강을 차례로 지나며 빼어난 자연경관에 감탄했다. “조선의 풍경이 여기 다 있구나!” 그 때 화찰의 옆에 있던 조선인 통역관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반드시 한강이어야 합니다.“ 통역관이 말한대로 화찰은 한강의 풍경에 푹 빠졌다. 서울에 도착한 화찰 일행은 배를 타고 한강 유람에 나섰다. 양화도를 지나갈 즈음 바람이 거세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는 배를 멈추게 하고 술을 따라 노래를 부르며 연회를 열었다.“남산이 눈앞에 보이고 북악산이 뒤에 있으며 용산과 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경제논설위원 아디티야 차크라보르티는 지난 3일자 칼럼 ‘권력이 현대 영국에서 작동하는 방법: 명백한 멸시’에서 도시재개발계획으로 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인 샘 레가트(63·여)의 사례를 소개했다.런던시 해링게이구 토트넘의 노섬벌랜드파크 거리에 사는 레가트는 정부 소유의 다세대 임대아파트에서 30년 넘게 거주하고 있다. 그는 사회주택(social housing)으로 분류되는 이 집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이웃을 사귀었다. 월세는 한 번도 늦은 적 없이 꼬박꼬박 냈고 주민회의에도 다 참석했다. 지난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