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난곡동 우림시장에서 주택가 오르막길을 따라 십 분쯤 걸어가면 장애아들을 거두기 위해 이종락(60) 목사가 설립한 주사랑공동체교회가 나온다. 교회 왼편으로 난 골목길을 몇 걸음 들어가면 교회건물 안으로 통하는 담벼락에 가로 70, 높이 60센티미터(cm) 크기의 ‘베이비박스’가 보인다. 손잡이를 비틀어 잡아당기면 아기를 담을 수 있는 깊이 50cm가량의 바구니가 나타난다. 박스 위쪽 유리창에는 “불가피하게 키울 수 없는 장애로 태어난 아기와 미혼모 아기를 유기하지 말고 아래 손잡이를 열고 놓아주세요”라는 안내문이 쓰여 있다. “
그는 지난 29년간 영남대의 역사를 지켜봤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때 눈치 보지 않고 목소리를 냈다. 그 대가는 정년퇴임한 교수들이 대부분 문제없이 추대되는 명예교수직 배제. 지난 2월 퇴임 후에도 학교 측과 각을 세우고 있는 영남대 정지창(65·독어독문학) 전 교수를 지난달 22일 대구에서 만났다. 이날 ‘영남대재단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정지창 명예교수 추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영남대가 학교의 명예를 스스로 훼손하는 자해행위를 하고 있다”며 “학교와 재단 측은 더 늦기 전에 명예교수 배제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
우리나라에서 가장 돈 잘 버는 기업, 삼성전자. 이 회사의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줄줄이 백혈병과 암에 걸렸다. 작업과정에 쓰인 독성물질 탓으로 의심됐지만 회사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잡아뗐고, 노동부도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맥없이 딸을 저세상으로 보낸 아버지는 너무 억울해서 택시운전도 내팽개치고 진상규명을 위해 나섰다. 하나 둘씩 드러나는 증거에도 회사는 꿈쩍 않는다. 힘없는 아버지는 가슴을 친다.“산재라는 것을 근로자 보고 입증하라고 하는데, 정보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이런 일이 우리나라
# 1.평택시에 있는 한국국립복지대학교 강의실. 강의중인 교수의 목소리만 들려온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가 저조한가 싶지만, 수업에 몰두하는 이들의 반짝이는 눈빛은 경건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열의에 부응하듯 함께 바빠지는 이가 있다. 교수 곁에서 빠르게 손을 움직이며 강의내용을 수화로 통역하는 수화통역사 이한나(25)씨다. 학생 대부분이 농인인 수업에서 그의 '손짓'은 각자의 세상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다.# 2.작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두 후보의 대결만큼이나 관심받았던 TV찬조연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공유되며 선거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미래. 평균 기온이 올라간 지구는 반복되는 자연재해로 인해 온통 사막이 됐다.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라면 ‘그래도 희망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을 보여주겠지만 인터넷포털 다음의 ‘만화속 세상’에 연재된 <노루>는 달랐다. 주인공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죽었고, 지구는 변함없이 뜨겁고, 인류에겐 아무 희망도 남지 않았다. 외부 행성 ‘델타’에서 온 화자(내레이터)는 묵묵히 영상만 촬영하다 자기 별로 돌아갔다.“딱 하나, ‘희망이 없게 그려 달라’고 부탁했어요. 기후변화는 (일단 선을 넘으면)
“'이른 열대야' 공연의 특징 1. 다섯시 반부터 열두시 반까지 진행. 2. 간편한 옷차림과 신발을 추천. 3. 멘트에 많은 노력을 기울임. 4. 앵콜은 요청 금지.”(@iamJANDI)청중의 환호와 박수를 먹고 사는 음악밴드가 감히 팬들에게 트위터로 ‘앵콜 금지’를 요구한다. 분위기가 범상치 않다. 이력을 살펴보니 더욱 그렇다. 2집 앨범의 타이틀곡 ‘졸업’이 한국방송(KBS)로부터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 ‘청년들이 쫓기듯 어학연수를 떠나고’, '짝짓기에나 몰두하는', ‘미친 세상’을 노래했다는 이유다.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
청년 시절의 그는 질곡의 현대사를 기록했다. 펜이 아닌 붓과 물감으로. 곳곳에서 최루탄이 터졌고 학생들은 ‘민주화’를 외치며 분신까지 감행했다. 그는 그 처절한 현장을 기록하고 알려야 했다. 1980년 5.18 광주항쟁을 계기로 그가 민중미술 운동에 뛰어든 것도, 1988년 5월 국민주로 탄생한 <한겨레>의 첫 만평가가 된 것도 민주화의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청년 박재동, 망치 대신 붓을 들다 “연일 최루탄이 터지고 학생들은 분신하고 민주화 투쟁 열기는 날로 높아져 갔어. 이때 일부 예술가들은 사회와 예술이 무
“사법연수원에 강의를 가서 이런 요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변호사가 돈 버는 것만 포기해 버리면 할 수 있는 좋은 일은 엄청나게 있다. 법률전문가를 친구로 두지 못한 사람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하고 나오는데 어떤 꺼벙하게 생긴 사법연수원생 하나가 나를 따라 나왔습니다. 자신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좋은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막상 이런 사법연수생을 정확히 어디다 어떻게 배치할지 아무 계획이 없어 당황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름다운재단의 상임이사로 활동하던 2009년 5년 자신의 블로그인
지난 2010년 4대강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경남 창원시 봉곡중학교에서 일반사회를 가르치던 이인식(58)씨의 고민도 깊어졌다. 낙동강 공사가 주변 하천에 영향을 끼치면서 경남 창녕군 유어면의 토평천에 있는 우리나라 최대 내륙습지 우포늪이 위험해졌기 때문이다. 우포늪은 화왕산에서 내려온 토평천이 낙동강으로 빠져나가는 중간 지점에 있다. 이곳은 지대가 낮고 배수가 원활치 않은 곳이라 비가 많이 오면 낙동강 물이 역류해 들어와 늪에 고인다. 그런데 4대강 공사 후 토평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우포늪 끝자락에선 흐르는 물에 토사가 씻겨
“한국 언론은 망신창이가 됐어요. 하지만 그게 다 이명박 대통령 때문만은 아니죠.” 캐나다에서 온 프랭크 스미스(48) 기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2008년부터 이란 국영 뉴스채널 <프레스(Press) TV>의 한국특파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코리아 헤럴드>에서 일했으니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취재한 셈이다. 그는 지난 5년 여 동안 방송사 파업과 해고 사태 등 ‘한국 언론의 수난기’를 지켜봤다. 지난 9일과 지난 해 5월 등 두 차례에 걸쳐 <단비뉴스>와 인터뷰한 스미스 기자는 특정 정권의 압력에 앞서 한
지난달 13일 대전시 유성구 컨벤션센터 컨퍼런스홀에서는 ‘테드엑스 시티(TEDx city) 2.0’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미국의 새크라멘토, 영국의 코벤트리, 케냐의 키수무 등 전 세계 67개 도시에서 같은 주제로 동시에 열린 테드엑스 중 유일한 국내 행사로, 조웅래 선양 회장 등 10명의 연사가 ‘시민참여 도시발전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청중 150여 명 앞에서 생각을 풀어놓았다.기술(Technology), 오락(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약자인 테드(TED)는 ‘아이디어를 널리 퍼뜨린다’는 취지에서 열리는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반, 충북 제천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201호 강의실은 유쾌한 활기로 가득 찬다. “What did you do last week?"(지난주에 뭐 했나요?)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질문을 던지는 매튜 위더스푼(Matthew Witherspoonㆍ46) 교수에게 학생들은 ‘재밌는 책을 읽었다’ ‘서울에 다녀왔다’ 등 가벼운 답으로 말문을 연다. 위더스푼 교수는 ‘영어인터뷰 실습’을 가르치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과묵한’ 학생들이 많은 학부 수업에 비해 활발한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옆집 아저씨’같
일이라지만 힘든 건 사실이다. 물론 작품을 새로 소개하는 데 있어서 필수 코스라지만 하루에 8시간씩 일주일을 서로 다른 인터뷰를 한다는 건 대단한 내공이 아니면 견디기 어려운 일임엔 틀림없다.연기 인생 21년의 이병헌은 그런 면에서 프로였다. 지난 주말(9일)까지 이어졌던 강행군에 지친 기색이었지만 눈빛만큼은 생동감 있었다. 그의 눈빛과 불뚝불뚝 화가 나 있는 팔뚝을 보니 당장 톰 하디나, 맷 데이먼과 팔씨름을 붙여도 손색없을 것만 같았다. 그전에 내가 먼저 도전해보고 싶었다. 도전! (1000곡)...가을남자 아닌 장마 남자 이병
“아휴, 늦어서 죄송합니다.”잔뜩 헝클어진 ‘아줌마 파마’에 후줄근한 옷차림. 개성 있는 예술인들이 모여드는 대학로 거리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행색이다. 누가 봐도 배우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인기 연극 <라이어(Liar) 1탄>에서 주인공 ‘존 스미스’의 둘도 없는 친구 ‘스탠리’ 역할을 맡아 관객의 배꼽을 빼고 있는 구도균(33)씨와 지난 6월 11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 마주 앉았다.수많은 작품들이 새로 무대에 오르고, 한편으로 소리 소문 없이 막을 내릴 만큼 경쟁적인 대학로 연극시장에서 <라이어 1탄>은 독보적인 기록을 세
이빨을 드러내며 맹렬한 기세로 짖던 개가 일순간 순한 양으로 변한다. ‘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나운 개라도 단번에 복종시키는 카리스마의 소유자는 이삭애견훈련소 이웅종(43) 소장. 에스비에스(SBS) 에서 ‘문제 강아지들’의 원인을 귀신같이 찾아내 행동을 바로잡아 주는 그를 사람들은 ‘애견 훈련의 달인’으로 꼽는다. 한국방송(KBS)의 <1박 2일>에 출연한 스타견 ‘상근이’의 주인으로도 유명한 이 소장을 지난 5월 26일 경기도 하남의 (주)동물과 사람에서 만났다. “어렸을 때 소, 돼지, 닭을 키우는
이 땅의 직장인은 괴롭다. 불쑥불쑥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조직 내의 치열한 경쟁과 불투명한 미래가 숨통을 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무리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에스원(S1), 정밴드 등 넥타이를 맨 직장인밴드가 그들이다. 그런데 회사일 하랴 밴드 활동하랴 뛰어다니다 보면 쉴 시간이 없어 더 피곤해지는 건 아닐까? “쉬는 게 따로 있나요 뭐. 노래하는 것 자체가 쉬는 거죠. 오늘도 주말이지만 공연하러 왔어요. 이게 재미고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쉰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전태일에 관한 영화와 다큐멘터리는 많이 만들어졌죠. 그런데 사실 전태일이라는 인물이 노동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온갖 탄압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버텨준 그녀의 강인한 모습과 그 이면의 소소한 일상을 꼭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수많은 현장을 누비며 노동자들의 모습을 다큐멘터리에 담아 온 태준식(41)감독. 지난 4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이야기로 다큐 <어머니>를 만들어 대중 앞에 내놓았다. 5월 말 서울 충무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태 감독은 지난해 7월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