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송경화 지음/한겨레출판/1만 4천원 '부지런하다'라는 단어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겼다. 생각이 영리한 사람, 행동이 빠른 사람을 가리킬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부지런함은 마음 씀씀이와 관련 있다. 나 자신을 넘어 주변 곳곳에 애정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은 마음이 부지런하다. 내게 ‘기자’란 직업은 그런 마음 씀씀이를 가진 사람이다. 세상의 다방면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 특히 다수가 무관심한 일에 마음을 쓰는 사람. 그것이 내가 꿈꾸는 기자의 삶이다. 그러나 언론인 지망생
“문제는 비명을 지르지만 해법은 속삭입니다. 그래서 간과하기 쉽죠(Because the problems scream, but the solutions whisper, we often overlook them).”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의 최고경영자 데이빗 본스타인이 지난 2015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 말이다. 표면에 보이는 문제는 눈에 잘 띄지만,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동안 대다수의 언론 보도는 권력에 대한 감시, 고발, 문제 제기가 중심이었다. 문제 제기를 앞세우는 보도 관행이 오히려
데이터저널리즘 분야에서 우수한 보도물을 선정해 시상하는 ‘한국 데이터저널리즘 어워드(KDJA)’가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응모작을 받는다. 올해 4회를 맞는 이 행사는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대표 권혜진)와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센터장 황용석)가 공동 주최하고, 구글 뉴스이니셔티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방송기자연합회가 후원한다.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는 23일 ‘올해의 데이터시각화상’ ‘올해의 데이터기반탐사보도상’ ‘올해의 오픈데이터상’ 등 6개 부문에서 응모작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휴먼다큐 사랑’은 2006년부터 만 12년 동안 방영돼 큰 반향을 일으킨 문화방송(MBC)의 대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이모현(54) PD는 이 프로그램에서 약 8년간 ‘진실이 엄마’ ‘안현수, 두 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 등 화제작을 연출했고 국내외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현장에서 뛰는 다큐 PD 중에서 MBC 내 ‘최고참’인 그는 현재 가상현실(VR) 다큐 ‘너를 만났다 시즌3’을 제작 중이기도 하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2021학년도 <저널리즘특강> 첫 강사로 지난 10일 충북 제천시 세명대 학술관 201호 강당에
지난 5월 26일,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 완구를 비롯한 수입제품을 검사한 결과 44만 점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생활용품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기사는 이제 낯설지 않다. 환경호르몬을 다루는 기사가 많아지는 만큼 언론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지난 5월 20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에서 박태균 회장은 환경호르몬이란 무엇이고 언론은 환경호르몬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새로운 과학용어를 언론이 사용하는 것의 의미를 설명했다. 언론이 새 과학용
갓 입사한 신입사원 이야기는 아니다. 2년 이상 보조 업무를 맡으며 '신입' 딱지는 뗐지만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사회초년생 이야기다. 주인공 세 명은 뉴욕의 여성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스칼렛'에서 일한다. 드라마는 제인 슬론이 기자로 승진하고 처음 출근하는 날로 서막을 연다. 제인 슬론은 과거 4년 동안 보조 기자로 일했다. 제인 슬론은 승진했지만 서턴 브레이디는 임시 대체 인력으로 회사에 들어온 후 3년째 상사를 돕는 비서직으로 일하고 있다. 캣 에디슨은 2년 동안 보조 업무를 맡다가 소셜미디어팀 팀
저널리즘과 문학의 경계가 희미한 때가 있었다. 문학은 언론의 이상이었다. 영미 문학을 일군 작가들은 본래 기자였다. 기자로 일하며 경력을 쌓은 뒤 언론을 떠나 소설을 썼다. 헤밍웨이와 스타인벡이 그랬다. 현장을 취재해 기사로 옮기는 일에 사명을 품기보다, 소설을 내기 전에 세상 물정을 살피려고 기자가 됐다. 1960년대까지 문학은 저널리즘의 미래였다.문학과 저널리즘의 역학이 뒤집혔다. 70년대 이른바 ‘뉴저널리즘’ 흐름이 몰아쳤다. 처음부터 문학의 언어로 기사를 쓰자는 구호였다. 게이 탤리즈, 존 허시, 톰 울프 등의 기자들이 ‘소
뉴스는 누구를 위한 걸까? 기사를 쓰는 기자? 에디터? 이도 저도 아니면, 언론사에 돈을 벌어주는 언론사주?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뉴스는 독자를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뉴스는 어떻게 써야 할까? 당연히 읽기 쉽게, 재미있게 써야 한다. 지금껏 한국에서 기자는 '쉽게' 쓰라는 교육만 받았지, '재미있게' 쓰는 건 뒷전이었다. 역피라미드 스트레이트는 읽기 쉽고 정보를 전달하는 데 효율적이지만, 읽는 재미는 거의 없다. 갈수록 독자가 기사를 외면하는 이유다.내러티브는 기사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방법론이다. 역피라미드는 언제든지
24년 전 페미니즘에 관한 논쟁이 일었다. 이문열 소설 <선택>이 중심에 있었다. 당시 이문열은 “천박한 페미니즘”을 비판하고자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오늘날 여성들이 자기성취에 연연하느라 내조와 양육을 경시하는 세태를 지적했다. 여성들이 내조와 양육을 통해 사회에 헌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선택>은 정부인 안동장씨의 목소리로 여성의 미덕을 전달하는 지침서다. 주인공 장씨부인은 대학자 이현일의 어머니로서 자녀를 훌륭하게 키운 조선시대 대표 현모양처로 유명하다. 장씨부인은 하나를 가르쳐
2014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의학 스타트업 기업인 테라노스(Theranos)가 아주 적은 혈액으로도 250여 종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의학 키트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테라노스는 이윽고 미국 최고의 의학 ‘유니콘 기업’, 곧 ‘기업 가치 1억 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이 되고 CEO인 엘리자베스 홈즈는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크게 자수성가한 여성으로 꼽히며 이름을 떨쳤다.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 탐사보도 전문기자 존 캐리루가 테라노스를 정밀 취재한 결과 의학 키트의 성능은 상당 부분 과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홈즈가
자신이 살아온 삶과 다른 삶을 경험하기 전까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처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전부라 생각하는 때가 있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잠시일 뿐, 우리는 곧 현실에서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어린 시절 나의 삶에서 슈퍼맨 같았던 부모는 보통 서민이었고,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던 사람들도 각자 자신의 아픔과 눈물을 감추며 고군분투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사회에서 뜻밖에 일어나는 불행한 일들로 평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고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추적단 불꽃 지음/이봄/1만 7천 원2020년 3월,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하던 조주빈이 검거됐다. 그보다 두 해 앞선 2018년 메신저 앱 텔레그램에는 ‘n번방’, ‘고담방’, ‘박사방’ 등 미성년자를 포함한 일반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대화방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피해 여성들의 신상을 이용해 그들을 협박하고, 지속적으로 성착취 영상을 찍도록 강요했으며, 이를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적단 불꽃’은 이 사건을 처음 취재하고 보도했다. 기자를 꿈꾸던 대
한 선거 유세 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흰색 야구모자를 썼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슬로건은 2015년 7월, 텍사스 주 라레도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라레도는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접경도시다. 유세 현장은 이민자들을 향한 분노로 가득했다. 그를 미국의 대통령으로 만든 가장 매력적인 말 중 하나는 장벽을 짓고 불법 이민자들을 내쫓겠다는 선언이었다. 영국의 언론인 팀 마샬은
김훈의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은 비범한 영웅이 아니다. 휘몰아치는 두려움과 불안에 신음하지만, 죽음을 향해 담담히 한걸음 내딛는다. ‘나는 김덕령처럼 죽을 수도 없었고 곽재우처럼 살 수도 없었다.’ 그는 의병 김덕령처럼 모함으로 죽기도, 곽재우처럼 숨어 살기도 원치 않았다. 끝까지 전쟁터에 나서며 자신이 죽을 곳을 찾아다녔다. 그에게는 그 길이 자연사였다. 왜군이 쏜 화살로 죽음을 맞이할 때, 뒤돌아보지 않고 눈을 감았다. 선조의 질투, 부하들의 자책, 백성의 원성, 가족의 죽음이 평생 그를 휘감았다. 그는 휘몰아치는 파도 속으로
“혹시 군 단위 출신 학생 있나요?”황민호 <옥천신문> 상임이사는 지난 5월 6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사회교양특강’에서 ‘지역농촌 공동체를 살리는 일’에 관한 두 번째 주제 강연을 질문으로 시작했다. 세 학생이 손을 들며 ‘여주’ ‘진안’ ‘서천’ 각 출신지를 밝혔다. 그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누군가 고향을 물으면 서천이라고 이야기합니까?” 학생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대전 옆에 있는 동네라고 말한다”고 답했다. 황 이사는 고향을 묻는 대화 속에 지역의 현실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와 지역 사이 위계가 우리
정시에 퇴근하는 걸 ‘칼퇴’라고 부르며 회사 복지처럼 여기는 한국에서 과로는 딱히 특별하지 않은 일이다. <서울신문> 특별기획팀 유대근, 김헌주, 이범수, 홍인기, 오세진 기자는 2017년,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라는 7회 분의 기획보도에서 과로로 숨진 이들과 유가족 54명의 사례를 발굴하고 심층 인터뷰했다. 1천여 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하고, 관련한 정부 자료를 찾아내어 과로의 심각성을 알렸다. 한국 사회에 너무 만연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과로가 ‘진짜 심각한 문제’라고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매 기사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조지 오웰 지음/이한중 옮김/한겨레출판/1만2000원태양이 지구를 돌던 때가 있었다. 고대 철학이 세계를 정리한 이래 지구는 세상의 중심이었다. 사람들은 땅에 눈을 두고 별의 운행을 헤아렸다. 믿음을 깨뜨리는 자들이 나타났다. 땅에 박은 고개를 들고 별을 좇았다. 그들은 지구를 중심에서 밀어냈다. 실로 움직이는 것은 하늘이 아니라 대지라고 외쳤다. 코페르니쿠스는 세상이 지구를 향해 회전하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는 의심을 퍼뜨렸다. 티코 브라헤는 맨눈으로 행성과 혜성의 궤도를 관측해 기록으로 남겼다. 케플러는 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