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띠링-’ 적막한 편집국을 깨우는 차임벨 소리가 모니터에서 흘러나왔다. 통신사 속보가 들어오는 소리였다. 종합일간지 문화부에서 속보 받을 일이 뭐가 있나? 사회부는 또 바빠지겠군. 무시하고 읽던 <칼의 노래>나 마저 읽기로 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라니. 언제 봐도 기가 막힌 리드다. ‘꽃이’로 할지 ‘꽃은’으로 할지 몇 달을 고민했다고 하던가? 김훈도 문화부 기자였다고 하던데. 조사 하나에 집착하는 게 꼭 우리 부장 같다.“야! 넌 도대체 뭐 하는 새끼야?”저 양반은 절대 양반은 못 된다. 출근 인사를 저렇게 욕
세계 4위 인구 대국, 세계 최대의 섬나라“자바섬 내에서도 서자바, 중자바, 동자바 사람들의 종족과 성격, 사투리가 다 달라요. 저는 성격이 급한 동자바 마두라족 사람이라 말도 짧고 목소리도 큰 편이지만, 중자바에 사는 순다족 사람들은 배려심도 깊고 말도 곱게 쓰죠.”자바섬 동부 수라바야시에 사는 대학생 비토 헤르마완(20·남) 씨의 고향 소개다. 자바는 인도네시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중심지로 한국의 수도권과 같다. 인도네시아 언론 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인구 2억6280만여 명 중 58%가 자바에 산다. 여
춘호와 아내. 빚쟁이 독촉을 피해 야반도주하지만, 살아갈 방도가 마땅찮다. 춘호는 애꿎은 아내에게 돈을 구해오라며 손찌검해 내쫓는다. 아내는 돈 많은 이 주사와 눈이 맞아 팔자 고친 쇠돌 어멈 집으로 향한다. 마침 소낙비가 한줄금 쏟아지고. 이 주사를 따라 쇠돌 어멈 집으로 들어간 아내는 2원에 몸을 맡긴다. 남편이란 권력 앞에 자기학대로 무너지는 아내…. 다음 날 춘호는 아내를 꽃단장시켜 이 주사에게 돈 받아 오라고 보낸다. 향토색 짙은 소설 ‘봄봄’ ‘동백꽃’의 김유정이 1935년 모 일간지 신춘문예에 써 1등 작에 뽑힌 ‘소낙
‘인간을 움직인 열정’으로 가득 찼던 평창 패럴림픽이 18일 막을 내렸다.이번 평창 패럴림픽은 패럴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입장권이 팔렸고, 가장 많은 나라와 선수들이 참가했던 대회였다. 우리나라는 신의현 선수가 남자 크로스컨트리 7.5km 좌식 경기에서 금메달 1개, 같은 종목 15km 좌식 경기에서 동메달 1개를 따냈고, 장애인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동메달을 얻어 종합 16위를 기록했다. 이렇게 끝난 열흘 동안의 패럴림픽 기간 중 단 하루도 빠짐없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곳이 있다. 올림픽에는 없
우리 모두 ‘담 넘어 남의 일’처럼 잊어 가고 있는 평창 패럴림픽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invisible barrier)이 또 하나 있다.평창 패럴림픽에 참가한 우리 선수단에는 여자선수가 네 명뿐이다. 전체 선수단 36명 중 겨우 10분의 1을 넘는다. 4년 전 소치 동계패럴림픽 때도 여자 선수는 네 명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비장애인 선수단 122명 중 여자선수가 46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여자 선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이번 평창 패럴림픽에 참가한 네 명의 여자선수는 다섯 종목에 출전했다. 좌식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
어느 올림픽보다 감동적인 성화 점화그가 성화대를 향해 돌아서자 관람석을 밝히던 불빛이 꺼졌다. 성화대로 올라가는 하얗고 긴 경사로만 밝게 빛났다. 촘촘한 계단은 사라지고, 45도 경사의 남은 언덕이 유난히 가파르다. 비장애인도 오르기 쉽지 않은 10m 남짓 되는 마지막 봉송로.그는 로프를 만지작거리며 ‘등반’ 채비를 했다. 계단까지 걸어 올라온 앞 주자가 전해준 성화를 등짐처럼 짊어지고 관중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순간 경기장에 그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한민수!” 패럴림픽 한국 대표선수단 아이스하키팀 주장. 올해 마흔여덟. 서른
로마 시내 바티칸 교황청은 르네상스 미술의 성지이기도 하다. 집념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1508년부터 4년간 시스티나 예배당(Cappella Sistine)에 그린 ‘아담의 창조’ 등 천장화와 1533년부터 8년간 그린 ‘최후의 심판’은 탐방객을 무아지경으로 이끈다.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나와 관람객 인파를 따라가면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서명의 방(Stanza Della Segnatura)에 이른다. 벽면에 라파엘로가 1509∼1510년 그린 ‘아테네 학당(School of Athens)’이 또 하나의 감동을 안긴다. 한가운데 르네상스
“세모(歲暮). 이웃집 방아 소리에 아내는 곡식이 없음을 탄식한다. 선생은 ‘부귀가 하늘에 달렸는데 어찌 상심하느냐’며 금(琴)을 타 방아 소리를 들려주며 위로하니 이를 ‘대악(대樂)’이라 불렀다.”(<삼국사기(三國史記)> '열전(列傳)'). 세모는 해(歲)가 저무는(暮) 음력 12월 30일(섣달그믐)이다. 대악은 방아(대) 노래(樂), 즉 ‘방아타령’이다. 명절을 맞아 텅 빈 쌀독 앞에서 수심 가득한 ‘빈처(貧妻)’에게 역사에 길이 남을 명곡을 선사한 이 낭만파(?) 음악가, 가난을 예술로 승화시킨 고대 사회 ‘현진건’은 누구일까
8일 오전 일찍부터 서울시청 신청사 1층 로비가 구직자들로 붐볐다. 서울시가 개최한 ‘2018 뉴딜일자리 박람회’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서울시의 대표적 공공일자리 사업인 ‘뉴딜 일자리’에 대한 정보 제공과 구직 상담에 이은 일자리 참가접수까지 한 자리에서 이뤄졌다.8일 오전 11시부터 열린 특강은 특히 인기를 끌었다. ‘좋은 일 컴퍼니’에서 진로&취업 강의를 맡고 있는 차지웅 강사가 진행한 ‘스펙을 이기는 직무분석 자소서 특강’이었다. 핵심만 알려주는 자소서 특강열띤 호응 덕에 11시 50분 끝
사람들이 쌍둥이를 보며 신기해하는 건 단지 희귀해서만은 아니다. 쌍둥이는 세계 인구 중 2% 정도다. 쌍둥이는 ‘76억 인간 중에는 나와 거의 똑같은 사람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누구나 한번쯤 해봄직한 상상을 현실에서 구현한 존재들이다. 남들에게 상상에 그치는 일이 쌍둥이에게는 현실이다 보니, 자연스레 질문이 쏟아진다. “진짜 둘이 똑같아?”흔치 않은 남매 쌍둥이, 처음에는 ‘사귀냐’는 오해도제천시 신백동에 사는 장용하(14·제천중1)·정원(14·제천여중1) 남매 역시 이런 질문을 수없이 받아왔다. 둘은 이란성 쌍둥이다. 한 어
BC 720년. 제15회 올림픽이 열린 올림피아(olympia) 경기장. 스파르타 출신 아칸토스가 장거리 달리기(오늘날 5000m) 돌리코스(dolichos)에 참가해 발가벗고 달려 1등을 거머쥐었다. 이후 올림픽 선수들이 페리조마(perizoma)라고 불리는 샅바 비슷한 허리옷(loincloth)이나 팬츠를 벗는 나체 경기 풍속이 생겼다고 BC 1세기 로마 시대 그리스 역사가 디오니시오스는 적는다. 200년 뒤 2세기에 활약했던 그리스 지리학자 파우사니아스는 BC 720년 올림픽 경기 나체 달리기의 주역이 단거리 달리기(오늘날 2
“내가 정말 기자가 될 수 있을까?”첫날 강의실에 들어선 학생들의 표정엔 어색함이 가득했다. 처음 보는 학생과 선생님, 현수막에 큼지막하게 쓰인 ‘기자’라는 단어는 학생들을 설레면서도 떨리게 했다. 하지만 수료식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어느덧 ‘진짜 기자’가 되어 있었다.지난 10월 28일 개강식을 한 제1기 청소년행복기자학교가 8주간 여정을 마치고 12월 23일 수료식을 했다. 청소년행복기자학교는 제천교육지원청·지속가능발전협의회·행복교육추진단·생태누리연구소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운영했다. 학생들이 미디어와 사회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앵커>‘어덜키즈’라는 말 들어보셨는지요? 어른을 뜻하는 ‘어덜트’와, 아이를 뜻하는 ‘키즈’를 합친 단업니다. 색조화장 등 어른을 따라하는 청소년들을 뜻하는 말인데요. 화장하는 10대가 많아지면서 청소년 뷰티 프로그램까지 생겨날 정돕니다. 그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데요. 청소년 화장을 바라보는 세대 간 엇갈린 시각을 김레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리포트>#1. 교실에서 화장하는 청소년들충북 제천시의 한 고등학교. 한 학생이 교실에서 손거울을 보며 공들여 눈썹을 올립니다. 파우치에는 각종 화장품이 빼곡합니다.인터뷰> 중학교 3학년
5일 소한 추위가 어김없이 제천을 덮쳤지만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만은 1박2일간 열기 속에 휩싸였다. 과정이 빡빡하기로 ‘악명’ 높은 ‘언론인을 꿈꾸는 예비언론인 캠프’가 16번째로 개설됐기 때문이다. 전국 대학에서 선발된 56명 참가자들은 밤늦도록 거의 쉴새 없이 짜인 일정에도 흐트러짐 없이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부산에서 온 김민수(24·인제대 신문방송)씨는 “진로를 고민하고 있어서 캠프에 참여하게 됐다”며 “언론인 출신 교수님들의 짜임새 있는 강의를 듣고 오랫동안 간직해온 기자의 꿈을 현실로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캠프
“…성황당에 돌을 던져서 제발 남편이 신발과 댕기를 사오기를 축수하면서 짜장 댕기와 고무신을 사오지 않으면 사생결단으로 싸워보리라 마음먹었다… 순이는 이 세상 모든 재앙과 영광은 성황님이 주시는 걸루 믿는다. 순이는 지금 고무신을 산 것도 성황님의 은덕이라 믿는다…순이는 성황님! 성황님! 하고 부르짖었다. 모든 것이 성황님 덕택 같았다. 집 앞까지 다다랐을 때 문득 에헴 하는 귀에 익은 현보의 기침소리가 들렸다. 아! 성황님! 성황님! 순이는 다시 한 번 그렇게 부르짖으며 느티나무 아래로 달려왔다….” 1937년 조선일보에 발표한
“이동휘? 어 박보검 ㅇㄱㄹㅇ 빼박캔트 반박불가 인정하는 각이고요~ 오지고요~ 지리고요~ 앙 기모띠.”10대들 사이에서 급식체가 일대유행이다. 예상되는 상황을 설명할 때 ‘~하는 각이다’라고 표현하거나, 놀라거나 감탄할 때 ‘오지다’, ‘지리다’고 말하는 식이다. 동의를 구하거나 답할 때는 ‘인정’ 이라는 단어의 초성만 사용해 ‘ㅇㅈ’이라 쓰고, ‘진짜’라는 뜻의 ‘이거레알’도 초성 ‘ㅇㄱㄹㅇ’만 사용한다. ‘동의? 어, 보감’처럼 재미를 위해 여러 단어를 이어 말하는 경우도 있다.모양이 비슷한 모음과 자음을 바꿔 새로운 단어를 만
도시에서 들리는 차 소리 대신 맑은 새소리가 들리고 매캐한 매연 대신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제천시 수산면이다. 수산면은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와 달리 자연과 함께 느림의 철학을 실천하는 마을 ‘슬로시티’다. 수산면은 2012년 충청북도 최초로 슬로시티에 선정됐다. 청풍호를 바라보며 자리 잡은 수산은 제천 10경으로 꼽히는 옥순봉과 금수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은 마을이다. 제천은 청풍(淸風)·덕산(德山)·한수(寒水)·백운(白雲)·송학(松鶴)이라는 면 이름들에서 보듯이 경치가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수산(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