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①14살, 한국에 처음 발 디뎠다전편: ②원치 않는 이별을 경험한 가족, 한국에서 모이다 “‘순수’ 한국인이요?”한국인 친구가 있냐는 취재팀의 질문에 지민호(20) 씨는 중국어로 되물었다. “없어요. 여기서는 불가능하죠. 여기에 선생님을 제외하고 한국인이 아무도 없잖아요. 건너 건너 아는 한국인은 딱 한 명 있어요. 친구의 친구. 그 애는 일반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민호 씨는 막대사탕을 문 채 말했다. 작년 여름 한국에 들어온 민호 씨는 현재 ‘남북사랑학교’ 고등부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남북사랑학교’는 탈북 배
2004년 3월12일 아침, 전화기에 대고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 전화 연결된 날이었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던 나에게 진행자는 대본에 없는 질문을 계속 던졌다. 정치부 막내 기자는 더듬거렸다. 명성 높은 진행자가 물었다. 오늘 한나라당이 대통령 탄핵안을 상정할 것으로 보는가.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명민한 진행자는 다시 물었다. 탄핵 가능성이 정말 없다고 보는가. 다시 답했다. “그럴 리 없다.”몇 시간 뒤, 의사당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날치기로 통과됐다. 생방송으로
평소에는 눈에 띄지도 않던 쓰레기였습니다. 막상 주워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달리니 사방에 쓰레기가 보였습니다. 한 번에 열 걸음을 가기가 힘들었습니다. 쉴 새 없이 무릎을 굽혀가며 쓰레기를 주워 비닐봉지에 넣었습니다. 따가운 볕을 등지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니 땀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평소였다면 오르막길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3킬로미터(km) 거리는 15분이면 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21년 8월 29일, 오전 11시부터 충북 제천시 신월동 세명공원에서 쓰레기를 줍고 분리배출까지 하다 보니 정오가 넘어서야 3km 달리
‘김만배 녹취록’ 보도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와 <뉴스타파>를 인용 보도했던 방송사들에 대한 무더기 중징계까지, 당국의 대응은 무척 거칠다. 등록 취소 운운하는 정부와 여권 인사들의 언사도 마찬가지다. 보도에 문제가 있으면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지금 보고 있는 것들은 상궤를 한참 벗어난다.
마음 있는 데에 돈이 간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곧잘 ‘네가 필요하다면 뭐든 다 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된다. 부모는 구멍 난 양말을 신으면서도,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는 목돈을 쏟아붓기도 한다.나라 살림도 마찬가지다.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하면 그 사업에 돈을 몰아준다. 그래서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을 살펴보면 정부가 무엇을 중히 여기며, 어떤 나라를 만들려는지 알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 불평등 완화, 저출생 개선, 지역소멸 대응, 기술혁신 지원 등 시대적 과제에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진심인지는 2024년 예산안을 보면
전편: ①14살, 한국에 처음 발 디뎠다지난 8월 9일 오전 8시,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진은광(14) 군이 나왔다. 방학이지만 검정고시 보충 수업이 있어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호텔에서 룸메이드(호텔에서 손님들의 객실을 정리·정돈하는 일)를 하는 부모님은 이날 은광 군보다 한 시간 일찍 집을 나섰다.은광 군은 탈북민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를 둔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이다.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태어나 살다가 7살에 한국에 들어왔다. 지난 2년 동안 은광 군이 다니고 있는 학교는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남
세계 1위 신문 시장 미국 덮친 ‘뉴스 사막화’‘뉴스 사막(News Desert)’이란 말이 있다. 언론 매체가 존재하지 않아 ‘언론 없는 사막’이 된 지역이란 뜻이다. 뉴스 사막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곳은 세계 1위 신문시장, 미국이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 내 수백 개의 일간지와 주간지가 폐간되면서, 지역 내 언론 매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현저히 줄어든 곳을 ‘뉴스 사막’이라 이름 붙이기 시작했다.지난해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이 발표한 “미국지역언론보고서(The state of Local News 2022)”를
음악이 삶에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전공하기 위해서만 음악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 제천청소년오케스트라가 있다. 음악을 통해 지역에 기부하고 공생하는 법을 아이들은 오케스트라로 배운다. 타인과 같이 살아가는 법을 오케스트라는 지역 안에서 가르쳐준다. 오케스트라 다녀오겠습니다! 아이들은 오늘도 이렇게 외치며 음악 안에서 삶을 배우러 떠난다.(기획·촬영·편집: 심미영 나종인 PD / 촬영: 박시몬 안재훈 기자 / 내레이션: 유지인 기자)* 이 영상은 KBS 1TV '열린채널'에 방송됐습니다.
정환봉(44) <한겨레> 기자는 지난달 21일 충북 제천시 세명대 학술관에서 열린 저널리즘특강에서 좋은 탐사보도를 끌어내는 방법으로 ‘플러스알파 고민하기’를 꼽았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초청으로 ‘한국기자상 정상급 수상자가 말하는 기획탐사보도’ 강의에 나선 정 기자는 ‘다른 루트(길) 찾기’ ‘외부와 결합하기’ ‘의제 종합하기’ ‘새롭게 패키징(분류·포장)하기’ 등을 자신이 활용한 플러스알파로 소개했다.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들이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북한이탈주민은 북에 남아 있는 가족이 있거나, 탈북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겪었기 때문에 신분을 드러내는 것을 매우 꺼린다. 그들의 자녀의 신분을 노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약 한 달 동안의 설득 끝에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 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중 11명을 심층 인터뷰했다.설문조사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 동안 탈북민 대안학교, 탈북민 교회(담임 목사가 탈북민이거나
박진희(24) 씨는 한국대중음악 팬으로 구성된 기후행동단체 ‘케이팝포플래닛’(K-pop for Planet)의 캠페이너(활동가)다. 아이돌그룹 엔시티드림(NCT Dream)을 5년째 응원하는 열혈 팬이기도 하다. 2021년 결성된 케이팝포플래닛은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포르투갈 등 4개국 활동가 11명이 주축이 된 단체로, 콘서트나 실물 음반 판매과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줄이는 활동 등 환경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케이팝 가수들을 광고모델로 쓰는 기업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고발하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기후위기가 심
2019년부터 4년여간 논의돼 온 충북 제천시 일반계 고등학교의 입시 평준화 시도가 무산됐다. 평준화 실시를 놓고 지난달 14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 주민투표가 부결됐기 때문이다. 충청북도 조례는 고등학교 입학전형 방식을 변경하려면 해당 지역에 사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해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번에 실시한 주민투표에는 조사 대상 6981명 가운데 94.6%인 6603명이 참여했는데, 최종 결과는 찬성 56.3%, 반대 43.7%로 집계됐다. 찬성이 훨씬 많았지만, 조례의 가결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학생들과 (정규 수업 외에) 이런저런 공부 동아리 활동을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저책이책’이다. ‘저널리즘 책을 읽는 이들의 책방’을 줄인 말이다. 국내외 기자가 쓴 책을 학생들이 골라 오면, 게으른 나도 책을 읽는다. 최근엔 미국 기자 폴 로버츠(Paul Roberts)가 2008년 펴낸 <식량의 종말>을 읽었다. 언론 관련 도서가 병풍을 이룬, 학교의 책방 ‘단비 서재’에서 작은 토론이 열렸다. 어느 학생이 말했다. “기자라서 쓸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이 책의 한글 번역본은
지난 8월 제주도에서 ‘생태법인’ 제도화에 관한 회의가 열렸습니다.‘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해 멸종위기종인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지키려는 회의가 지난 3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생태법인’은 자연과 동식물에 법인격을 부여해 법적 주체로 인정하는 제도로, 뉴질랜드에서 실제로 도입한 사례가 있습니다.현재 국내에서는 자연은 인간의 소유물로 취급되어 법적 주체로 인정받지 못합니다.국내에서 도룡뇽, 산양 등이 서식지 보호를 위해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으나 ‘당사자 능력이 없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동식물이 생태법인으로 인정되면 재판의 당사자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려는 욕구가 있다. 이때 정치는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모두의 목소리를 골고루 반영해야 비로소 공평하다. 민의를 공정하게 반영하는 의사결정 제도를 탐색하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나마 합의된 것이 대의민주주의다. 대의민주주의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선거로 뽑아 이들이 정치를 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베트남의 사회적기업 맹그러브(MangLub)는 수도 하노이시 남쪽 짜빈시에서 새우 양식으로 파괴되는 맹그로브숲을 복원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등 글로벌 기업의 후원을 받는다. 지난 26일 <단비뉴스>와 화상으로 만난 맹그러브 최고운영책임자(COO) 티 팜(38) 씨는 “(업자들이 인근 꼬찌엔강에) 새우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맹그로브숲을 개간하면서 토양 침식이 늘었다”며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맹그로브는 단단한 뿌리로 토양
2021년 말 한국에서 꿀벌 집단실종 현상이 처음 발생한 후,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2022년 1~2월에 걸쳐 농림축산검역본부, 한국양봉협회와 함께 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99곳의 양봉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2022년 3월 농진청은 꿀벌 실종의 원인이 "꿀벌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농진청이 발표한 원인 가운데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이하 네오닉 농약)은 포함되지 않았다.농진청은 꿀벌 집단실종 현상에 대한 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