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드라마를 좋아한다. 뉴스가 전하는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 뒤에 숨겨진 술수와 모략, 권력을 잡기 위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 처절한 전략까지. 매일 접하지만, 속내는 알 수 없었던 정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매번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드라마 속 ‘그들’의 권력 다툼과 전략은 정치와 나와의 연관성이 아니라 그들만의 세상일 뿐이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지?’ 자문하곤 했다. 이 지점을 정공법으로 공략한 드라마가 나왔다. 제목부터 앞으로 내달리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학부 시절 유일하게 B를 넘기지 못한 과목이 있다. 3학년 1학기 때 수강한 ‘페미니즘과 현대문화’다. 수업을 들었던 2019년 당시 오프라인, 온라인 할 것 없이 페미니즘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페미니즘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여느 학부 수업이 그러하듯, 4개월 만에 페미니즘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성적도 나빴다. C+를 받았다.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시험도 영어로 치르는 ‘국제어 강의’였다는 핑계가 작은 위안거리였을 뿐이다.강의에서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을 만났다. 1995년 네덜란드
‘우리 모두를 위한 문화 만들기’. <뉴욕타임스>는 지난 2월 조직 내 DEI, 즉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에 관한 진단과 발전 방안을 담은 문서를 공개하며 이런 제목을 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이 계획이 ‘우리의 저널리즘, 우리의 비즈니스, 그리고 우리 조직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좋은 저널리즘을 위한 조직문화 혁신은 국내 언론에게도 중요한 과제다. 지난달 2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21 저널리즘 주간’에서 ‘뉴스룸 민주주의’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열었
11월 10일, 윤성호 감독은 ‘숏폼 서사, 언더독의 생존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이 시대에 필요한 콘텐츠와 제작자를 만나는 ‘우리 시대의 콘텐츠’ 여섯 번째 시간이었다. 영화/드라마 감독이자 작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도 한 그는 데뷔작인 <은하해방전선>(2000)으로 ‘올해의 신인감독상’을 수상했고, 한국 웹드라마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2010)를 공개한 웹 분야 선도자다. 국내 최초 유튜브 오리지널 드라마 <탑 매니지먼트>(2018)의 각본과 연출ㆍ지휘를 맡기도 했다. 강의는 화상회의
닷페이스(Dotface)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달라야 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변화를 이끄는 미디어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다. 영상, 기사, 뉴스레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뉴스를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주로 MZ세대(대략 20~30대)가 주목하는 사회문제 중 변화가 필요한 지점(dot)을 찾아 대면하는(face) 것이 목표다. 이 회사는 2018 온라인 저널리즘어워드 비디오 저널리즘 부문 수상, 2019 아태지역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NI) 혁신 챌린지 우승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닷페이스를 이끌고 있는 조소담(32) 대표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책 제목에서 그동안 전쟁이 남성 중심으로 기록됐다는 문제의식이 드러난다. 지난달 13일 <경향신문>은 노벨상 수상자 중 여성 수상자 비율이 매우 낮다는 기사를 지면에 실었다. 지면 편집 담당 유수빈 기자는 해당 기사 제목을 “올해도 노벨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고 달았다. 그동안 노벨상 수상자가 남성에 편중됐고 올해도 그렇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편집 기자는 취재 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은 지양하려 한다. 음악에 더 집중된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프로듀스 시리즈 조작사태로 인해 2019년 12월 28일에 열린 제 78차 방송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에서 강지훈 운영전략팀장이 한 말이다.2019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의 파이널 경연 방송 이후,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프로듀스 X는 조작된 오디션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파이널 경연에 참여한 연습생 20명이 얻은 표에 일정한 규칙성을 찾을 수 있다는 의혹이었다. 연습생들의 득표율에다 적당한 상수를
지난달 28일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저널리즘 주간’은 ‘뉴스를 대화로 바꾸는 전략’이라는 주제로 첫 세션을 열었다. 강연자로 나선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저널리즘의 대화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뉴스레터 확산의 함의를 들여다봤다. 이성규 대표는 “뉴스레터가 기존 저널리즘의 문법에서 탈피한 새로운 형식으로 독자들과 대화를 이어간다”고 말했다. 이성규 대표는 말하듯이 쓰고 구조를 통해 기억력을 끌어당기며, 독자의 반응을 살펴 관심사에 맞춤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뉴스레터의 대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기성 언론의 일반적 뉴스를 읽
시민이 기자에게 물었다. 시민 양유라 씨는 대학에서 심리학과 국제통상학을 공부한다. 시민 이진우 씨는 경기도 포천에서 독서토론논술 교습소를 운영한다. 시민 김봉규 씨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세 시민은 독자다. 신상호 <오마이뉴스> 경제부 기자가 참여한 프로젝트 ‘고시촌에 갇힌 중년 보고서’를 읽었다. 기자에게 소감을 전하고 취재 뒷이야기를 물었다.지난달 30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21 저널리즘 주간’ 행사에서 마지막 참여 프로그램으로 ‘시민·기자 정담회’를 마련했다. 강지영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았다. 기
소소한 이야기 전성시대다. 자극적이지 않은 스토리, 개인의 일상을 담아내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유미의 세포들>은 그런 이야기의 전형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즌1의 성공에 힘입어 시즌2 1화부터 10%의 높은 시청률로 시작했다. 마지막 12화는 14%를 기록했다. <유미의 세포들>은 전국 시청률이 2%대로 낮았지만, 화제성 지수는 드라마 분야 3위에 올랐다. 유튜브 클립은 (11월 2일 기준) 업로드 1주일 만에 100만 조회수를 달성했다. 우리는 왜 자극적이지 않은, 소소한 이야기에 빠져들고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째 경제협력기구(OECD) 40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통계는 시민은 기자를 불신하고, 기자는 시민들의 불신에 억울해하는 세태를 보여준다. 언론의 위기를 극복하고 시민과 기자의 간극을 좁힐 방법이 있을까? 이 질문에 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달 2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21 저널리즘 주간’의 행사 가운데 하나로 ‘저널리즘 위기 탈출, 시민과 기자의 동상이몽’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서울시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개최됐다.
“영화 <말아톤>을 나는 다시 못 볼 것 같다. 왜냐하면 <말아톤>에 나오는 주인공 같은 친구다, 우리 첫째 아들이. 아무 생각 없이 볼 때랑, 내가 자폐증 아이를 키우는 상황은 다르다. 가슴이 찢어진다. 그냥 봐도 가슴이 찢어지지 않나”웹툰 작가 주호민이 영화 <말아톤>을 다시 관람한 후 남긴 말이다. <말아톤> 주인공 초원은 자폐증 환자고, 주호민 작가의 첫째 아이는 초원과 같은 질환을 앓고 있다. 영화가 영화만이 아닐 때관객이 영화를 감상할 때 ‘거리 두기’가 작동한다. ‘영화는 영화로만
국내외 언론계의 데이터저널리즘 성과를 돌아보는 ‘2021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컨퍼런스’가 지난 27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렸다.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대표 권혜진)와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센터장 황용석)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 등이 후원한 이날 행사에서는 데이터저널리즘을 활용한 선거보도, 데이터저널리즘 기술 적용방법, 구체적인 보도사례 등에 관한 강연이 이어졌다.언론 경영자도 데이터저널리즘 수용방법 고민이규연 대표는 ‘데이터저널리즘의 계보와 그 미래에 관한 소고’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
남극에서 스위스를 거친 후 헤엄쳐 한국으로 온 ‘펭귄’이 있다. 그의 목표는 ‘ 연습생’. ‘펭-하(펭수가 하는 인사말로, ’펭수 하이‘의 준말이다)’를 외치며 짧은 날개를 흔들어대는 욕망 그득한 펭귄은 유튜브 <자이언트 펭TV>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를 보고 많은 사람은 같은 말을 내뱉었다. “ 미친 거 아니야?” 그 ‘미친’ 콘텐츠로 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변화시킨 ‘퍼스트 펭귄’이 있다. 이슬예나 PD( 펭TV&브랜드스튜디오 책임PD)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5일 줌 화상화면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표완수)은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2021 저널리즘 주간’ 행사를 연다. 언론과 시민의 소통 공간을 지향하는 저널리즘 축제다. 기존 국제 행사였던 ‘KPF 저널리즘 콘퍼런스’에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추가해 지난해부터 저널리즘 주간으로 확대·개편했다. 올해 저널리즘 주간은 ‘다시, 저널리즘'(Re; journalism)을 주제로 진행된다. 재단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언론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저널리즘의 본질로 돌아가고픈 바람을 담았다”라고 밝
2016년 5월 서울 홍익대학교 정문에 높이 3미터(m)인 하얀색 손 조각상이 설치됐다. 조각상 손가락은 ‘ㅇ’과 ‘ㅂ’을 그리고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상징하는 손 모양이었다. 당시 홍익대학교 4학년 홍기하 씨가 만든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라는 조형물이었다. 조형물은 설치하자마자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홍 씨는 입장문에서 “사회에 만연하게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일베”에 실체를 부여하고, 논란과 논쟁의 발생을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각상은 설치 이틀 만에 시민 세 사람에 의해 파괴
2019년 말과 2020년 초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은 온라인에서 이뤄지던 성착취 범죄의 실상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최근 10년간 국내에서는 불법 촬영물 거래사이트 소라넷 폐쇄, 웹하드 카르텔(성범죄 영상 제공자와 파일 업로드 업체의 유착) 적발, 아동 성범죄물 거래소 웰컴투비디오의 주범 손정우 검거 등이 이어졌는데, n번방 사건은 더 심각한 ‘독버섯’의 실상을 보여주었다. 충격적인 성착취의 실태를 드러내고 징벌과 제도적 대응이 이뤄지도록 하는데 언론의 역할이 컸다. 대학생 기자로 구성된 ‘추적단 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