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가 26일 오후 대전 유성구 라온컨벤션에서 열렸다. 학계 전문가와 장애인협회 관계자, 장애인 거주시설 직원뿐 아니라 실제 탈시설 자립생활 당사자까지 한 곳에 모여 ‘대전·충청권 장애인 탈시설과 자립지원 정책의 현주소’라는 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탈시설’에 국가적 노력 기울여야발제자로 참여한 박숙경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전반적인 탈시설 정책의 현황과 과제 및 쟁점’에 관해 발표했다. 그는 “지난 23일 인권위가 보건복지부가 아닌 국무총리실에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img { cursor:hand;}경북 구미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박혜은(23·성균관대 글로벌경영)씨는 학교 수업 틈틈이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긴다. ‘그냥 재밌어 보여서’ 무용학원에서 ‘걸스 힙합 댄스’를 배우고, 카페에서 여는 일일 요리강좌에도 가본다. 고향 친구들이 서울로 놀러오면 관광 안내원을 자처해 ‘요즘 뜨고 있는’ 맛집과 카페 순례에 앞장선다. 박씨는 “서울에는 다양한 콘텐츠의 소극장 연극이 많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화제가 되는 맛집이나 카페들을 쉽게 찾아갈 수 있어서 고향 친구들이 부러워한
한국 최초 화력발전소인 서울화력발전소 근처에는 폐공장이 있다. 폐공장 안에서는 큰 음악 소리가 흘러나온다. 브라질의 유명 작곡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과 음악가 조앙 질베르트가 발전시킨 ‘신경향 음악’ 보사노바 재즈곡이다. 음악 소리에 빨려들 듯 안으로 들어서면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향이 귀를 때리고 진한 커피 향이 코를 스친다. 눈앞에 들어오는 풍경은 어두운 카페다. 카페에서 내놓은 커피는 ‘윌리엄 블레이크’, ‘나쓰메 소세키’ 등으로 이름이 붙어있다. “‘나쓰메 소세키’와 ‘윌리엄 블레이크’를
img { cursor:hand;}충북의 한 사립대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미디어 관련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영재(35•가명)씨는 지난해 같은 업계 회사에서 이직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최종 단계에서 지방대 출신이라는 ‘학벌’에 걸려 성사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 회사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들었다. 이씨는 3년 전에도 이직을 위한 면접 자리에서 “나는 지방대생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회사 대표를 만난 일이 있다. 그 대표는 이씨 면전에서 “경험상 지방대 출신들은 대체로 성실하지 않더라”고 덧붙였다.“그 말을 듣고 할 말이 없었어요. 그 사
“새 신발을 신으면 뒤꿈치가 아프기도 하지만 잘 적응하면 또 멀리 나아갈 수 있잖아요.”신품종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육종가의 말이다. 농촌에서 다양한 가치를 실현해가는 이들이 있다. 주민을 즐겁게 만드는 마을리더도, 국산 품종의 수출 길을 개척한 연구자도, 자신만의 영농방식을 고집하는 농민도 그렇다. 대산농촌재단 연수단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농촌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만났다.농촌에는 쉬면서 할 일이 없다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30년 내에 84개 시∙군, 1383개 읍∙면∙동이 소멸된다. 전체 마을 40%에 이르고
양극화 사회는 지역격차를 넘어 지역소멸 문제로 연결될 정도로 농촌지역에 특히 타격이 크다. 이에 따라 농민도 취약계층으로 보고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올 6월부터 해남에서는 농민기본소득제가 시작됐다. 전체 농가에 지급하는 건 최초다. 조건 없이 월 5만원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한다.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관한 사회적 보상의 물꼬가 소액이나마 처음 열린 것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기본소득 논의가 뜨거워진 배경에는 한국의 극심한 양극화 사회가 있다. 제한된 지역과 특정 계층을 대상
어머니는 팔구십년대에 메리놀 병원에서 5년을 일했는데도 근처에 있는 ‘그곳’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한다. 그럴 만도 했다. 그곳은 시끌벅적한 부산역 앞 대로 건너편 골목안에 있다. 외관으로만 보면 특징 없는 오래된 건물로만 보여 사연 있는 곳이라 생각하기 힘들다.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병원그곳은 처음에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병원이었다. 일본 오카야마현에 있는 오카야마 의학전문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온 30대 젊은 의사 최용해가 5층 건물을 세우고 백제병원을 개업했다. 일본인∙독일인 의사에 간호
부산지역 사립대에서 국제무역경제학을 전공한 진혜정(25‧가명)씨는 한국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권 공기업에 취업하길 희망한다. 입사경쟁이 심하지만 민간 대기업에 비해 지방대 차별이 조금은 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서다. 진씨의 동기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교수님들도 ‘기분 나빠할 일이 아니라 이게 현실’이라며 ‘민간 대기업은 너희 같은 애들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대기업은 서류에서 면접단계까지 학교별로 레벨을 나눠서 점수를 준다는 말도 주변에서 들었어요. 공기업은 블라인드 채용을 많이 한다고 하니 사기업보다는
서울 종로구의 간판에는 알파벳보다 한글이 많다. 'Starbucks' 대신 '스타벅스', 'Innisfree' 대신 '이니스프리'라고 적혀 있다. 그대로 옮겨 적은 것뿐인데도 괜히 예뻐 보인다. 사실 윤동주와 종로는 인연이 길지 않다. 연희전문 4학년 시절, 종로구 누상동의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넉 달 가량 산 것이 전부다. 하지만 식민지 본국 일본에서 모국어로 시를 쓰다 요절한 청년 시인 윤동주의 문학관이 한글이 넘치는 이곳, 종로에 있는 것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언덕을 오르면 기다리는 담백한 문학관
이번엔 다를까? 1년 전, 기대에 부풀어 전주를 찾았다. SNS에는 전주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고 길거리 음식을 즐기는 ‘인증샷’이 넘쳐났다. 여행 관련 TV 프로그램과 여행사 상품 소개 글에도 전주는 ‘맛집’이 즐비한 관광 1번지였다. 그런 유혹보다 단연 마음을 사로잡은 한마디는 ‘슬로시티 전주’였다. 특히 곡선미를 이루는 까만 기와 지붕과, 나무 결이며 색깔이 살아있는 한옥들을 보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질 것 같았다.전주한옥마을은 700여채 한옥과 전통 체험 등 한국 고유 문화를 보존하고 있어 2010년 ‘국제 슬로시티’(Slow
충북의 한 대학 경찰행정학과에 다니던 이정수(27‧가명)씨는 1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뒤, 대형마트 임시직 등으로 모은 돈으로 9급 경찰 공무원 시험준비를 시작했다. 2016년에는 서울 신림동의 한 고시원에 들어가기도 했다. 당시 학원비까지 월 110만원 이상 나가는 돈이 너무 부담스러웠다.“경제적 부담을 이렇게 지면서까지 서울에서 공부해야 할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어요.”경제적 부담 커도 신림동·노량진 찾는 공시생 이씨는 당시 필기시험에 떨어진 후 고향인 충북 제천에서 가까운 경북 안동의 한 기숙학원에 들어갔다. 월비용은 서울 신림동
“지방대 학생들은 입시 전쟁에서 밀려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취업뿐만 아니라 평생 동안 편견과 차별과 소외를 겪고,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지방의 불균형 발전으로 인해 취업이나 문화생활 등 여러 가지 불평등을 겪습니다. 이런 가운데서 과연 시험이나 채용 절차 과정의 공정만 가지고 우리 지방대 학생들이 잠재력을 발휘하고 꿈을 실현하게 할 수 있을까, 좀 더 구조적이고 넓은 범위에서 우리가 공정과 정의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지방대 문제를 통해 우리 한국 사회와 교육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보자는 뜻에서 ‘지방대 위기와 혁신
지난 4월 24일 점심 무렵, 고시학원들이 몰려 있는 서울 노량진 거리에 오전 수업을 마쳤거나 독서실 ‘아침 열공’을 끝낸 수험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노량진역 3번 출구에서 300미터(m) 가량 떨어진 ‘컵밥’ 거리.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하려는 공시족(공무원·공기업 취업준비생)들이 약 100m 길이로 늘어선 1~2평짜리 가게 매대 앞으로 속속 다가섰다.김치불고기, 참치마요 등 3000원 내외의 덮밥 종류와 분식, 토스트 등을 파는 컵밥집에서 공시족 상당수는 이어폰을 낀 채 서서 밥을 먹고는 금방 자리를 떴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량진
‘대교’(大橋). 지금은 ‘영도대교’라 부르지만 예전에는 그냥 ‘대교’였다. 광안대교나 거가대교 등 부산에 큰 다리가 하나둘 들어서기 이전 이야기다. 영도대교는 중앙동에서 영도로 건너 가는 통로다. ‘대교창고’는 그 다리가 뭍에서 시작하는 지점 근처에 있다. 대교가 대교이던 시절에는 중앙동이 말 그대로 부산의 중앙이었으나 지금은 중요한 거점들 사이에 끼어있는 애매한 동네다. 부산 지하철 1호선,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초량역, 기차가 사람들을 쏟아내는 부산역을 지나면 중앙역이다. 그 다음 역은 구
물기운이 감도는 강변길. 산자락을 휘감은 물안개를 느껴보려고 차창을 내리자 축축한 공기가 메마른 가슴속을 적신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지역·농업문제세미나’ 탐방단(단장: 이봉수 교수)이 지난 이틀간 지리산 노고단과 피아골, 뱀사골에서 느낀 장엄하고 비장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빨치산의 역사를 품은 지리산은 험준하지만 넉넉한 산자락과 골짜기마다 사람이 정착할 터를 내주었다. 탁 트인 섬진강은 곳곳에 물굽이와 모래밭을 펼쳐 삶의 터전이 돼주었다. 섬진강은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팔공산 자락의
입구로 들어서면 옥빛인 듯 녹빛인 듯 파란 강물이 눈부시다. 몇 걸음 들어가니 시원한 강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낭떠러지에 매달린 다리 위를 걸으면 강물 위를 거니는 듯 걸음이 가뿐하다. 흐르는 듯 멈춰선 듯 잔잔한 강물 속에는 진초록 산자락이 거꾸로 박혀있다. 강물 위에 온갖 시름 내던지고 어느덧 ‘묵언(默言) 명상’의 길로 빠져 든다.옥빛 강물 따라 걷는 낭떠러지 산책길자연을 맛보기 위해 인공을 가미하는 방법이 있다. 깎아지른 절벽을 멀리서 바라 보는 것도 좋지만 벼랑 위를 직접 걸어보는 것은 색다른 체험이다. 충북 단양군 적성면
산악인들은 산을 돌이냐 흙이냐에 따라 남성산과 여성산으로 나눈다. 지리산은 여성산이다. 대부분 흙으로 덮인 지리산은 ‘어머니 산’이라고 불린다. 태백산, 설악산 등 한반도의 많은 산이 화강암을 비롯한 바위와 돌로 이뤄진 골산(骨山)인 것과 비교된다. 일찍이 이중환은 <택리지>에 지리산을 두고 ‘지역이 남해에 가까워 기후가 따뜻하여 산중에는 대나무가 많고 감과 밤이 매우 많아 저절로 열렸다가 저절로 떨어진다’며 ‘기장이나 조를 높은 산봉우리 위에 뿌려 두어도 무성하게 자란다’고 적었다. 생명을 품어주는 산, 지리산이 ‘어머니’라고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