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유경희(23·경남대)씨는 고교시절 전교 10등 이내만 특별관리 했던 ‘스카이(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반’을 떠올리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공립고였는데도 소수 학생만을 위해 스카이 캠퍼스 투어부터 단기 외국탐방 프로그램, 외부강사 논술 강의 등 학교 예산을 들여 명문대 진학을 도왔어요. 이런 특혜가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예요. 그런데 주변 친구들 사례를 들어보면 이게 오히려 약과던데요? 좋은 학교에 진학할 친구들에게 유무형의 특권을 제공하는 게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일어나요. 제 친구
제주도는 머리와 꼬리가 있는 섬이다. 서쪽 끝에 있는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頭毛里)가 섬의 머리라면, 동쪽 끝에 있는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終達里)는 꼬리다. ‘마지막으로 다다르는 마을’인 종달리는 가로로 길쭉하게 뻗어 있는 모양이 꼬리처럼 보인다. 이곳 사람들은 ‘땅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제주도의 꼬리 종달리 포구길게 뻗은 종달리 바닷가 쪽 끝머리에는 해발 165m 지미봉(地尾峰)이 있다. 지미봉에 오르면 동쪽으로 종달리 포구가 한눈에 들어 온다. 종달리는 일제강점기에 제주도내 최대 소금 생산지였다. 그래서 소금을 생산하는 이곳
“대학과 회사인턴 생활을 서울에서 하다 보니 항상 (전철)1호선으로 (하루)왕복 3시간 반 정도가 걸렸습니다. 20대 중반까지는 인천보다 서울이 제게 익숙한 생활권이었죠. 그런데 제 삶의 너무 많은 시간이 출퇴근에 허비되고 있더라고요.”9일 오후 1시 인천시 가좌동 복합문화공간 ‘코스모(COSMO)40’ 4층에서 지역문화기획자 이종범(28)씨가 ‘인천크리에이티브마켓 서멀장’의 행사책임자로서 토크쇼를 열었다. ‘서멀장’은 열(thermal)과 장(場)을 합친 ‘따뜻한 시장’이란 말로, ‘서울까지 가지 않고 인천에서 즐길 수 있는 축제
부산은 항구 치고는 높은 산이 많은 도시다.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는 해발 500~600m를 넘는 산들이 둥그렇게 항만을 둘러 싸고 있다. 높은 산자락이 가파르게 바다로 이어져, 해변에 평지가 별로 없었던 곳이다. 그래서 부산역에서 남포동까지 구 중심가는 바다를 메꾼 매립지였다. 평지가 없으니 집들이 산중턱을 거쳐 9부 능선까지 빼곡하게 들어선, 산복(山腹) 도시다.6.25 때 파병된 유엔군 병사들이 밤에 배를 타고 부산항에 도착해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가 있다. 외항으로 들어서면서 불야성을 이룬 고층빌딩군을 보고 “아니 이렇게 발전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바다.’이은상 시, 김동진 곡으로 유명한 ‘가고파’의 고장 마산의 어시장에서 국화축제가 열렸다. ‘어시장에서 국화축제라니?’ 다른 지역에 사는 이들에겐 생경하게 들리겠지만 마산은 국내 최초로 국화를 상업재배한 곳이다. 축제의 연륜도 19살이 됐다.1961년 마산 회원동 일대에서 여섯 농가가 시작한 국화 상업재배가 번창해 1972년부터 일본에 수출까지 하게 된다. 지금도 마산은 전국 국화 재배면적의 13%를 차지하고 연간 40만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다. 국
찬 바람이 단풍을 재촉하는 10월 끝자락, 성수대교 북단 성수대교 사고 희생자 위령비가 있는 곳을 찾아갔다.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인데 성수대교가 보이는 언덕 위 나무들은 아직 가을을 맞을 준비가 안 된 걸까? 조금만 더 푸르름으로 남아 지나간 시간을 기억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어렸던 나무들은 25년의 세월 속에 어른이 돼 희생자 유가족의 현수막을 들고 서있는데, 그때 희생자 중에서도 어린 학생들은 삶과 꿈 모든 것을 멈췄다.‘엄마는 여전히 기억하고… 아직도 사랑해’‘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세상을 떠난 ‘연수’(무학여고 2학년)
“농업에 희망이 있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전쟁에 승산이 있냐고 물으면, 장군은 이길 수 있는 전쟁에서만 싸우냐고 반문합니다. 농업도 희망을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농민을 ‘동지’로 여긴다는 농업연구사가 말했다. 대산농촌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안철근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새로운 씨앗을 만들고 거두며 하루를 연다. 반평생을 파프리카 연구에 매달려 국산 종자 ‘라온’을 키워냈다. 그는 “길고 지루한 연구 길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농민 덕분”이라며 “오늘도 동지와 길을 나선다”고 말했다.
“미술은 모든 문제를 시각적으로 표명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미술 작품은 현실을 어떠한 정책이나 어떠한 문헌보다도 한 방에, 한 번에 이미지로 보여 줍니다.” 16일 제천의병도서관에서 열린 ‘시민교양대학’에서 박영태 경기대 교수는 ‘미술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미술의 포괄적인 개념부터 현대미술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자리잡았는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박 교수는 미술작품이 포착한 이미지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읽어나갔다. 박 교수는 임응식의
‘발레’ 하면 독특한 의상과 <백조의 호수> 정도만 떠오른다. 주변에는 발레 공연을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많다. 많은 이들은 발레를 어렵고, 지루하고, 일부 관심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한다. 제천시립도서관 시민교양대학에서 신혜조 중앙대 교수는 지난 2일 발레 영상을 소개하며 발레를 즐겁게 감상하는 방법을 강연했다. 신 교수는 5살부터 대학입학 전까지 발레를 전공했고 러시아에서 발레를 전문적으로 배웠다. 몸짓 언어로 주고받는 대화 “발레는 두가지로 정의할 수 있어요. 첫째는 추상적인 감정이나 인간 삶의 여러 요소들을 몸짓 언
“부산과 마산 시민들이 자기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화석화 하지 말고 현실 속에서 살리면 좋겠습니다. 부마항쟁의 정신을 되살려 앞으로의 민주주의, 내일의 민주주의에 부산 마산이 중심지가 되어야 합니다. 어떻게 중심지가 됐냐고 하면 ‘과거 부마 민주항쟁 덕분이다’, ‘역사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자연스레 나오지 않을까요? 부마가 다시 일어나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10일 저녁 7시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국무총리 소속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 및 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를 비롯한
“농부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와 소비자들의 취향을 디자인하는 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하고자 합니다."날씨는 흐렸지만 시민들은 주말을 맞아 가족, 친구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와 산책하고 자전거를 타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광장 방향으로 쭉 뻗은 엑스포다리를 건너니 양쪽으로 흰 천막들이 세워져 있다.대전광역시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다리 앞 광장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직거래장터 ‘농부쌀롱’은 13일까지 계속된다. 태풍 영향으로 예정보다 한 주 늦춰 열린 이번 행사는 대전광역시가 주최하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후원하며, 대전시 청년들이 만든 ‘대
‘제주어의 미래’가 된 합창단원들제주시 옛 제주대학병원에 자리잡은 ‘예술공간 이아’ 지하 연습실에는 주말마다 제주 문화를 제주 언어로 노래하는 어린이들이 온다. 4년 전인 2015년 9월에 창단한 ‘어린이 문화외교관’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이다. 만 7~13세로 구성된 이들은 제주어로 해녀문화, 4.3 등 제주 문화를 국내외에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제주어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우리가 알려주면 돼요. 중요하고 사라지면 안 되는 소중한 언어니까요. 친구한테도, 서울에서 놀러 온 어른에게도 제가 노래로 알려줄 거예요.”지난달 28일
경기도 여주시 시청에서 남쪽으로 37번 국도를 따라 9km쯤 가면 오른쪽으로 회색 콘크리트 공장이 보인다. 국도에서 내려 지방도로 들어서면 여주시 점동면 처리(處里) 도봉콘크리트공장 앞길에 나뭇잎에 반쯤 가려진 유적 안내판이 서있다. ‘선사 유적 처리 선돌’. 이름표만 있고 보이지 않는 선돌선돌(立石)이란 이름이 흔치 않은데다 몇 군데 남아 있지 않은 선사유적이라 차를 세우고 공장 담벼락을 한바퀴 돌아 봐도 선돌을 찾을 수 없다. 안내판에는 유적 이름과 화살표 하나만 덩그러니 표시돼 있고 유래나
“제주여성영화제는 제주 영화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영화를 통해 문화다양성을 확보하고 소수자 입장에서 인권 지평을 확장하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했습니다.”제주여성영화제 20주년을 맞아 28일 제주 메가박스에서 열린 집담회에서 김정숙 홍보대사는 제주여성영화제 의의를 이렇게 강조했다. 윤홍경숙 제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발제를 맡고, 강유가람 감독, 김채희 광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정숙 제주여성영화제 홍보대사, 이민경 제주여성영화제 기획팀, 고미 <제민일보> 기자가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회는 ‘제주여성영화제 2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가 26일 오후 대전 유성구 라온컨벤션에서 열렸다. 학계 전문가와 장애인협회 관계자, 장애인 거주시설 직원뿐 아니라 실제 탈시설 자립생활 당사자까지 한 곳에 모여 ‘대전·충청권 장애인 탈시설과 자립지원 정책의 현주소’라는 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탈시설’에 국가적 노력 기울여야발제자로 참여한 박숙경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전반적인 탈시설 정책의 현황과 과제 및 쟁점’에 관해 발표했다. 그는 “지난 23일 인권위가 보건복지부가 아닌 국무총리실에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한국대학학회가 주최하고 학술단체협의회 등이 후원하는 ‘사회 불평등구조와 대학정책 방향’ 심포지엄이 20일 서울 덕성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열렸다. 최근 ‘조국 사태’가 벌어지면서 고등교육 기회의 불평등과 입시 제도의 불공정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나 기성언론 대부분은 조국 법무장관의 가족 관련 보도에 열중하면서 교육 문제의 의제화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사회의 불평등 구조가 교육 불평등과 대학 서열구조와 맞물려 있는 점 등을 주제로 한 토론회인 만큼 언론이 관심을 가질 만했으나 기성언론 기자들은 토론회장에서 눈에 띄지 않았다.
진해는 해군의 고향이다. 벚꽃축제까지 충무공 동상 앞에서 열면서 '군항제(軍港祭)'라 이름 지었듯이, 군항도시는 진해가 열성적으로 내거는 정체성이다. 일제강점기에 군항을 설치하면서 심은 벚나무는 해방후 해군기지 안 말고는 다 베어냈다가, 원산지가 제주도라는 주장이 대두하면서 진해의 자랑이 됐다. 왕벚나무 원산지가 어디든 행정구역이 어떻게 나뉘든 진해는 잘 바뀌지 않는다.시간을 잡아둔 카페 '진해요'진해에서 변화의 흐름이 느리다는 건 시장이나 오래된 주택가를 둘러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구분도 정리도 없이, 골목골목에 한국 근대의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