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위험사회다. 성장과 발전이 거듭될수록 그에 따른 위험부담도 늘어난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은 미리 파악해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위험사회 개념을 제안한 율리히 벡의 진단이었다. 위험 예방 시스템을 잘 갖추고 따르면 목숨 여럿을 앗아가는 비극을 목격하지 않을 수 있다. 위험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특히 재난이 일어났을 때, 급박한 상황을 차분하게 전달하는 기사 뿐만 아니라, 재난의 원인을 추적하여 밝히는 ‘재난 이후 보도’까지 내놓는 것이 언론의 본령이다.미국 <시애틀타임스>(The
<인디애나폴리스스타>(인디스타)의 기자 토니 쿡은 인디애나주의 공공요양 시설에서 유독 죽음이 자주 발생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탐사보도 전문 기자 팀 에반스, 데이터 전문 기자 에밀리 홉킨스 등과 팀을 꾸려 2019년부터 취재를 시작했다. 그들은 인디애나주 간호 인력의 총 근무시간이 50개 주 가운데 최하위권인 48등이지만, 어떤 주보다도 많은 ‘메디케이드’(Medicaid) 추가 지원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메디케이드는 요양이 필요한 저소득층에게 미국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공동으로 재정을 보조하는 제도다. 가장 많은 지
온 사회가 Z세대를 주목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청소년기를 보낸 Z세대는 미래를 주도할 세대로 여겨진다. 기업은 Z세대의 특성을 분석해 그들을 공략할 상품과 광고를 만들고, 기성세대는 Z세대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러나 그들의 삶과 미래를 고민하는 이는 드물다. CBS 뉴미디어 <씨리얼>은 '용돈 없는 청소년' 시리즈를 통해 Z세대를 선택적으로 이해하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지난해 6월부터 넉 달 동안 보도된 '용돈 없는 청소년' 시리즈는 청소년기 빈곤과 양극화 문제를 다루며 Z세대의 가려진 삶을 조명했다
‘독거노인’. 이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미디어를 통해 자주 봤던 고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이 먼저 그려지진 않으시나요. 독거노인은 ‘함께’ 살 수는 없는 걸까요. ‘독거’ 대신 ‘함께 독거’하는 노인이 될 순 없는 걸까요. 조금은 생경한 이 질문을 던진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환갑을 넘은, 독거노인이라 불리고 싶지 않은 ‘혼자 사는 세 여자’의 이야기. EBS 다큐프라임 <60세 미만 출입금지>입니다. 환갑 넘은 세 여성이 ‘같이 독거하는 법’<60세 미만 출입금지>는 2020년 11
불안 사회. 지난해를 한마디로 정의한다. 2021년은 혐오와 불안이 가득한 한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악화하고, ‘세 모녀 살해’ 김태현 사건,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스토킹 살인사건 등 흉악범죄가 잦았다. N번방 사건, 불법 카메라, 딥페이크 등 기술의 발달로 인해 디지털 성범죄들도 늘어났다. 사람들은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놓였다. 범죄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었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커졌다.범죄자에 관한 인식도 변했다. 범죄사건이 벌어지면 언론은 단순히 가해자를 악마화해서 특이한 한 사람의
명약관화(明若觀火). 밝기가 불을 보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의심할 여지 없이 매우 분명함을 강조할 때 쓰는 말이다. 현재 기준(지난 6일)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총 5887명이다. 49명이 하루 새 또 사망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죽음은 실시간으로 집계된다. 매일 몇 명이 죽었는지 텔레비전에, 인터넷에 뜬다. 죽음이 분명하게 집계되는 세상이 된 지 3년째, 2022년 새해에도 여전히 죽음은 숫자화돼 떠돈다. 49명의 죽음 위에서 사람들은 또다시 아침 해를 맞이해야 한다. 아침 해를 바라보며 죽음을 밟고 선 삶을 생각한다.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2021년 <단비뉴스>는 1천여 건의 기사, 다큐멘터리, 칼럼을 보도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안팎의 좋은 평가를 받았거나, 독자들께 다시 한번 추천할 만한 기사를 소개합니다. 언론계가 인정한 단비, 대외 수상·공모 선정만 8차례먼저, 한국 언론계가 공식적으로 칭찬하고 격려한 기사를 소개합니다. 지난 1월, <단비뉴스>의 ‘불안정 노동자 두 번 울리는 산재보험’(김정민·윤상은·이나경 기자, 윤재영 PD) 기사가 뉴스통신진흥회가 주최한 제3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
※ 주의 : 이 비평 기사에는 영화의 결말을 포함한 영화 전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그 자체로 즐길 독자는 영화 관람 후 기사를 읽으시길 바랍니다. 에베레스트산 크기의 혜성 디비아스키가 지구로 다가온다.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6개월 14일. 대응할 시간이 없다. 천문학자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와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 교수가 세상에 혜성 충돌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그런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 대통령은 선거에만 관심이 있고, 대기업은 혜성 속 광물 욕심에 지구 방어를 방해한다. 언론은 지구에 혜성
지난 2019년, 제주 지역 한 인터넷신문 기자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편집국장과 언론사 대표도 같은 형을 받았다.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의 측근인 정책보좌관실장 A씨의 비리 의혹을 보도한 게 문제였다. A씨가 지난 2016년 정무기획보좌관을 그만둔 8개월 뒤, 조직폭력배이자 여행업체 대표인 B씨를 만나, 지사가 자신을 신뢰해 곧 공직으로 돌아간다며 복직하면 골프장과 호텔 등 각종 인허가사업의 편의를 봐주겠다고 약속했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이 보도가 A보좌관과 여행업체 대표 B씨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제3자의
많은 이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기독교에서 성탄 전 4주간을 ‘대림(待臨)시기’라고 부른다. 예수의 재림(臨)을 기다린다(待)는 뜻이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건 기독교인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11월 말이면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넘쳐난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전구를 달고 붉은색과 초록색을 한 상품을 매대에 올린다. 각자 성탄을 기다리는 이유는 다르지만,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꿈꾼다는 점은 같다.크리스마스 고전 영화 <멋진 인생>은 기다림을 그린다. 1946년 이탈리아 시실리 출신 미국 영화감독 프랭크 카프라가 만들
‘짙은 눈매, 촉촉한 입술, 잘 정돈된 색색의 머리. 언제 어디서 봐도 팬들에게 완벽한 아이돌이 되기 위해 매일 새벽 거울 앞에 앉는다.’ 기사를 클릭했을 때 처음 보이는 것은 검은 화면에 띄운 두 문장. 스크롤을 내리면 열다섯 장의 사진이 잇달아 떠오르며 눈길을 붙든다. 미용실 거울 앞에서 머리와 얼굴 손질을 받고 있는 풋풋한 청년들의 모습. ‘내 주머니 속 아이돌’이라는 기사 제목은 그다음에야 등장한다.케이팝(K-Pop) 아이돌 그룹의 흥망성쇠와 뒷이야기를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한 이 기사는 지난 7월 21일 <동아일
지난 1일, 심혜정 영화감독이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우리 시대의 콘텐츠’ 10강을 비대면으로 강연했다. 심 감독은 미술 작가,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독문학을 전공했고, 주부로 살다 서른아홉 살에 미술대학원을 뒤늦게 들어가 서양화를 전공했다. 미술사를 공부하고, 동시대 작품을 감상하면서 경계를 넘어 소통하는 예술에 관심을 두게 됐다. 심 감독의 주 무대는 ‘실험 영상’이다. 영화 문법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하고, 영화에 직접 출연해 연기하기도 한다. 그는 예술가이자 기록자고, 영화감독이면서 연기자다.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현진건의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에서 아내가 술꾼이 되어버린 남편을 향해 읊조리던 쓸쓸한 절망이었다. 술은 인간에게서 무엇이었고, 무엇이 되었나. 인간의 무리가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사회 속에서 인간은 저마다의 이유로 술을 들이킨다. 슬픔으로, 기쁨으로, 위로로, 연대로, 그렇게 이유를 대며 술상 앞에 마주한 이들은 잔을 짠 부딪친다.이때 건배사를 잊으면 섭섭하다. 팔뚝에 힘을 주고 잔을 들어올리자. 취기로 붉어진 얼굴이지만 눈은 부릅뜨고, 제멋대로 꼬인 혀를 동원해 목젖을 떨어보자. 선창
'우리 시대의 콘텐츠' 9강은 박한순 PD가 맡았다. 2000년에 에 입사하여 방송을 시작한 박 PD는 IPTV, 유튜브, 네이버TV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웹드라마와 웹예능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왔다. 지금은 유튜브 콘텐츠 <영지의 '차린 건 없지만'>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지난 11월 24일 박 PD는 '빠르게 변화하는 웹 콘텐츠, 그 속에 예능 PD'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수용자와 만나는 접점이 중요한 시대박 PD는 콘텐츠 시장과 소비 패턴 변화부터 설명했다. 과거 올드
'프렌치 디스패치'는 20세기 프랑스 도시 앙뉘 쉬르 블라제를 대표하는 주간지다. 잡지는 블라제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과 생활상을 기록하고 정치, 예술, 대중문화 등 여러 분야를 깊이 있게 다룬다. 최고의 저널리스트를 고용해 고품질 기사를 고집한 덕에 프렌치 디스패치의 발행 부수는 50만 부에 이른다. 앙뉘 쉬르 블라제라는 도시와 프렌치 디스패치라는 매체는 모두 영화가 설정한 가상의 존재다. 일하고 놀고 투쟁하는 블라제의 생활상은 현재와 다르지 않지만 시민의 삶 곳곳을 취재해 이야기로 담는 프렌치 디스패치는 현실에서 보기 드문 언론이
“2018년에 <인공지능 콘텐츠 혁명>이라는 책을 썼어요. 당시만 해도 콘텐츠 분야에 인공지능 관련 콘텐츠는 실험 단계였어요. 기술을 활용해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지가 중심이었죠. <인공지능 콘텐츠 혁명>은 그런 실험 사례를 모아놓은 책이었어요.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어요. 실험 단계를 떠나서 시장에서 먹히는지 확인하는 단계예요. 3년 만에요.”고찬수 PD는 “콘텐츠 분야의 인공지능이 실험 단계를 넘어섰다”고 말한다. 제작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시장 활용 가치를 확인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인공지능 기술은
"대한민국 대표 신뢰 언론, 한겨레신문사 발행인 김현대입니다."지난달 26일 오후 충북 제천시 세명대 학술관 201호에서 열린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초청 언론인특강에서 김현대(60) 한겨레신문사 대표가 ‘신뢰’를 강조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현재 <한겨레>를 포함한 한국 언론이 뉴스라는 ‘상품’의 신뢰 하락과 품질 저하에 따른 위기를 겪고 있다며, ‘고품질 저널리즘(Quality Journalism)’이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한겨레의 저널리즘 지향점과 혁신전략’을 주제로 한 이날 특강에는 현장과 줌 화상회의를 통해 30여 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