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이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미디어를 통해 자주 봤던 고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이 먼저 그려지진 않으시나요. 독거노인은 ‘함께’ 살 수는 없는 걸까요. ‘독거’ 대신 ‘함께 독거’하는 노인이 될 순 없는 걸까요. 조금은 생경한 이 질문을 던진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환갑을 넘은, 독거노인이라 불리고 싶지 않은 ‘혼자 사는 세 여자’의 이야기. EBS 다큐프라임 <60세 미만 출입금지>입니다. 환갑 넘은 세 여성이 ‘같이 독거하는 법’<60세 미만 출입금지>는 2020년 11
※ 주의 : 이 비평 기사에는 영화의 결말을 포함한 영화 전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그 자체로 즐길 독자는 영화 관람 후 기사를 읽으시길 바랍니다. 에베레스트산 크기의 혜성 디비아스키가 지구로 다가온다.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6개월 14일. 대응할 시간이 없다. 천문학자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와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 교수가 세상에 혜성 충돌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그런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 대통령은 선거에만 관심이 있고, 대기업은 혜성 속 광물 욕심에 지구 방어를 방해한다. 언론은 지구에 혜성
지난 2019년, 제주 지역 한 인터넷신문 기자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편집국장과 언론사 대표도 같은 형을 받았다.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의 측근인 정책보좌관실장 A씨의 비리 의혹을 보도한 게 문제였다. A씨가 지난 2016년 정무기획보좌관을 그만둔 8개월 뒤, 조직폭력배이자 여행업체 대표인 B씨를 만나, 지사가 자신을 신뢰해 곧 공직으로 돌아간다며 복직하면 골프장과 호텔 등 각종 인허가사업의 편의를 봐주겠다고 약속했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이 보도가 A보좌관과 여행업체 대표 B씨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제3자의
많은 이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기독교에서 성탄 전 4주간을 ‘대림(待臨)시기’라고 부른다. 예수의 재림(臨)을 기다린다(待)는 뜻이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건 기독교인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11월 말이면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넘쳐난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전구를 달고 붉은색과 초록색을 한 상품을 매대에 올린다. 각자 성탄을 기다리는 이유는 다르지만,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꿈꾼다는 점은 같다.크리스마스 고전 영화 <멋진 인생>은 기다림을 그린다. 1946년 이탈리아 시실리 출신 미국 영화감독 프랭크 카프라가 만들
‘짙은 눈매, 촉촉한 입술, 잘 정돈된 색색의 머리. 언제 어디서 봐도 팬들에게 완벽한 아이돌이 되기 위해 매일 새벽 거울 앞에 앉는다.’ 기사를 클릭했을 때 처음 보이는 것은 검은 화면에 띄운 두 문장. 스크롤을 내리면 열다섯 장의 사진이 잇달아 떠오르며 눈길을 붙든다. 미용실 거울 앞에서 머리와 얼굴 손질을 받고 있는 풋풋한 청년들의 모습. ‘내 주머니 속 아이돌’이라는 기사 제목은 그다음에야 등장한다.케이팝(K-Pop) 아이돌 그룹의 흥망성쇠와 뒷이야기를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한 이 기사는 지난 7월 21일 <동아일
지난 1일, 심혜정 영화감독이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우리 시대의 콘텐츠’ 10강을 비대면으로 강연했다. 심 감독은 미술 작가,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독문학을 전공했고, 주부로 살다 서른아홉 살에 미술대학원을 뒤늦게 들어가 서양화를 전공했다. 미술사를 공부하고, 동시대 작품을 감상하면서 경계를 넘어 소통하는 예술에 관심을 두게 됐다. 심 감독의 주 무대는 ‘실험 영상’이다. 영화 문법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하고, 영화에 직접 출연해 연기하기도 한다. 그는 예술가이자 기록자고, 영화감독이면서 연기자다.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현진건의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에서 아내가 술꾼이 되어버린 남편을 향해 읊조리던 쓸쓸한 절망이었다. 술은 인간에게서 무엇이었고, 무엇이 되었나. 인간의 무리가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사회 속에서 인간은 저마다의 이유로 술을 들이킨다. 슬픔으로, 기쁨으로, 위로로, 연대로, 그렇게 이유를 대며 술상 앞에 마주한 이들은 잔을 짠 부딪친다.이때 건배사를 잊으면 섭섭하다. 팔뚝에 힘을 주고 잔을 들어올리자. 취기로 붉어진 얼굴이지만 눈은 부릅뜨고, 제멋대로 꼬인 혀를 동원해 목젖을 떨어보자. 선창
'우리 시대의 콘텐츠' 9강은 박한순 PD가 맡았다. 2000년에 에 입사하여 방송을 시작한 박 PD는 IPTV, 유튜브, 네이버TV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웹드라마와 웹예능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왔다. 지금은 유튜브 콘텐츠 <영지의 '차린 건 없지만'>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지난 11월 24일 박 PD는 '빠르게 변화하는 웹 콘텐츠, 그 속에 예능 PD'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수용자와 만나는 접점이 중요한 시대박 PD는 콘텐츠 시장과 소비 패턴 변화부터 설명했다. 과거 올드
'프렌치 디스패치'는 20세기 프랑스 도시 앙뉘 쉬르 블라제를 대표하는 주간지다. 잡지는 블라제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과 생활상을 기록하고 정치, 예술, 대중문화 등 여러 분야를 깊이 있게 다룬다. 최고의 저널리스트를 고용해 고품질 기사를 고집한 덕에 프렌치 디스패치의 발행 부수는 50만 부에 이른다. 앙뉘 쉬르 블라제라는 도시와 프렌치 디스패치라는 매체는 모두 영화가 설정한 가상의 존재다. 일하고 놀고 투쟁하는 블라제의 생활상은 현재와 다르지 않지만 시민의 삶 곳곳을 취재해 이야기로 담는 프렌치 디스패치는 현실에서 보기 드문 언론이
“2018년에 <인공지능 콘텐츠 혁명>이라는 책을 썼어요. 당시만 해도 콘텐츠 분야에 인공지능 관련 콘텐츠는 실험 단계였어요. 기술을 활용해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지가 중심이었죠. <인공지능 콘텐츠 혁명>은 그런 실험 사례를 모아놓은 책이었어요.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어요. 실험 단계를 떠나서 시장에서 먹히는지 확인하는 단계예요. 3년 만에요.”고찬수 PD는 “콘텐츠 분야의 인공지능이 실험 단계를 넘어섰다”고 말한다. 제작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시장 활용 가치를 확인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인공지능 기술은
"대한민국 대표 신뢰 언론, 한겨레신문사 발행인 김현대입니다."지난달 26일 오후 충북 제천시 세명대 학술관 201호에서 열린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초청 언론인특강에서 김현대(60) 한겨레신문사 대표가 ‘신뢰’를 강조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현재 <한겨레>를 포함한 한국 언론이 뉴스라는 ‘상품’의 신뢰 하락과 품질 저하에 따른 위기를 겪고 있다며, ‘고품질 저널리즘(Quality Journalism)’이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한겨레의 저널리즘 지향점과 혁신전략’을 주제로 한 이날 특강에는 현장과 줌 화상회의를 통해 30여 명의
정치 드라마를 좋아한다. 뉴스가 전하는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 뒤에 숨겨진 술수와 모략, 권력을 잡기 위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 처절한 전략까지. 매일 접하지만, 속내는 알 수 없었던 정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매번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드라마 속 ‘그들’의 권력 다툼과 전략은 정치와 나와의 연관성이 아니라 그들만의 세상일 뿐이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지?’ 자문하곤 했다. 이 지점을 정공법으로 공략한 드라마가 나왔다. 제목부터 앞으로 내달리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꿨다. 회사의 방향성을 메타버스로 바꾸겠다는 의도였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미국 IT전문매체 와의 인터뷰에서 “5년 뒤에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사회연결망(SNS) 회사가 아닌 메타버스 회사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메타버스를 “모바일 인터넷의 다음 버전(successor)”이라고 평가했다. 메타버스에 관한 그의 기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7일, ‘우리 시대의 콘텐츠’ 8강은 줌으로 진행됐다. 강연자 고찬수 PD는 ‘메타버스・인공지능 시대 콘텐츠 산업
<한국일보>의 2019년 기획시리즈 ‘지옥고 아래 쪽방’은 도시 극빈층의 열악한 주거지에서 고수익을 올리는 건물주들의 ‘빈곤 비즈니스’를 고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진 ‘대학가 신쪽방촌’ 시리즈는 법정 최저 주거면적 미만으로 원룸을 쪼개 임대료 수익을 극대화하는 건물주들의 횡포를 고발했다. 이 기사를 쓴 이혜미(33) 기자는 이듬해 최은희여기자상, 한국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 ‘올해의 데이터기반 탐사보도상’,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등 여러 언론상을 휩쓸었다. 이 취재기를 바탕으로 지난해 <착취도시, 서울>을 출판하기도 했다.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앤더슨 쿠퍼 지음/고려원북스/1만 3000원 앤더슨 쿠퍼의 삶은 평범치 않다. 그는 선택의 순간마다 자신을 위험으로 내몰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종군 기자를 꿈꿨다. 아버지와 형이 예고 없이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 삶은 낭떠러지였다. 그는 살기 위해 자신을 내던졌다. 책의 저자인 앤더슨 쿠퍼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전쟁과 재난 현장을 보도해왔다. 훤칠한 외모에 뛰어난 실력을 겸비한 그는 미국 언론계의 아이돌이라 불린다. 그는 현재 CNN의 <앤더스 쿠퍼 360°>의 앵커로
학부 시절 유일하게 B를 넘기지 못한 과목이 있다. 3학년 1학기 때 수강한 ‘페미니즘과 현대문화’다. 수업을 들었던 2019년 당시 오프라인, 온라인 할 것 없이 페미니즘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페미니즘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여느 학부 수업이 그러하듯, 4개월 만에 페미니즘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성적도 나빴다. C+를 받았다.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시험도 영어로 치르는 ‘국제어 강의’였다는 핑계가 작은 위안거리였을 뿐이다.강의에서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을 만났다. 1995년 네덜란드
‘우리 모두를 위한 문화 만들기’. <뉴욕타임스>는 지난 2월 조직 내 DEI, 즉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에 관한 진단과 발전 방안을 담은 문서를 공개하며 이런 제목을 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이 계획이 ‘우리의 저널리즘, 우리의 비즈니스, 그리고 우리 조직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좋은 저널리즘을 위한 조직문화 혁신은 국내 언론에게도 중요한 과제다. 지난달 2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21 저널리즘 주간’에서 ‘뉴스룸 민주주의’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