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86세 생일을 맞는 현시천(부산시 좌동)씨는 국내 최고령 패러글라이더다. 국내 최대 규모 대회인 춘천국제레저대회 패러글라이딩(낙하산활공)부문의 역대 출전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다. 19년 동안 총 800여 번 바람에 몸을 실었다는 현씨는 패러글라이딩 쓰시마 대회, 서일본 패러글라이딩 선수권 등 국내외 100여개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요즘도 부산의 영남알프스 패러글라이딩스쿨에서 주말마다 연습하고, 16일 전남 여수 마래산 활공장에서 열리는 국민생활체육회장기 전국패러글라이딩대회에도 출전한다.
자립할 수 있는 51%와 도움이 필요한 49%가 서로 의지하며 일궈가는 도심공동체. 노숙인과 빈민들을 마지막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바나바하우스 밥집(바하밥집)을 꾸려가는 김현일(50) 대표의 꿈이다. 그가 지난 2009년 1월 컵라면 5개를 들고 무료 급식에 나선 지 6년이 지난 지금, 서울 보문동에 자리 잡은 바하밥집은 무료급식과 인문학수업을 통한 심리치료, 직업교육을 통한 자활을 이끄는 자원봉사단체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전문적 자활의료지원과 안정적 주거 제공, 일자리 창출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함께 먹고 일하고 사는 생활공동
“우연히 중국 베이징에 ‘우는 방’이란 곳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곳에 어떤 사람들이 방문하며 어떤 이유로 우는 것인가 등에 대해 머릿속에 떠올리기 시작했고, 2013년 봄부터 이걸 영화로 표현하겠다고 결심했죠.”지난 5월 21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3가 피카디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인디포럼 독립영화제2015에서 20분짜리 단편영화 <우는 방>으로 감독 데뷔한 배우 김예나(28)씨의 말이다. 다큐와 극영화 등 75편의 사회성 짙은 작품들이 영화제를 통해 선보인 가운데 ‘슬프다면 충분히 슬퍼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김 감독의 작품도
누군가와 함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날 때는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체력과 취향이 다른 일행이 함께 움직이다 보면 이런저런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행 중에 아주 어린 아이가 있다면?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부닥칠 수 있는 여정에서 무거운 배낭 하나가 늘어나는 것 이상으로 부담스런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작가 오소희(45)씨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 오중빈(14)군이 36개월 됐을 무렵부터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단둘이 여행을 다녔다. 그리고 <그러므로 떠남은 언제나 옳다> 등 5권의 여행기를 썼다. 중
‘뉴미디어 시대’라고 하지만, 텔레비전(TV)은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가진 매체 중 하나다. 그러나 사회적 의제를 제시하고 토론과 대안을 이끌어내는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은 많이 약해졌다. 방송사들이 수익과 직결되는 시청률에 목을 매면서, TV는 공동체의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기보다 더 많은 '오락'을 제공하는 데 정신이 팔려 있다.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 운동은 이처럼 위축되고 있는 TV의 공론 기능을 되살릴 대안으로 눈길을 끈다. 퍼블릭 액세스는 대중매체로부터 소외된 시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직접
“사람이 물속에 있으면 더 커 보이거든요.”올해 초 어느 캄캄한 밤,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칠흑 같은 강물을 수색하던 중이었다. 날씨도 흐려 눈앞 50센티미터(cm)도 구분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참을 헤매다 막 포기하려던 찰나, 강물 속에서 시신이 불쑥 떠올랐다.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불어 터진 망자의 모습은 평소 강심장을 자랑하는 수난구조대원들에게도 충격 그 자체였다.물속 시신은 강심장 대원들에게도 충격서울시 소방방재본부 119특수구조단 반포수난구조대의 정창식(46) 팀장은 구조대원으로 18년간 일하면서 많은 목숨을 구했지만
지난 7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ISD·Investor State Dispute)의 2차 심리가 끝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심리를 주관하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일찌감치 참관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ICSID는 소송의 양 당사자 중 한쪽이라도 재판 공개를 거부하면 참관을 허가하지 않는데, 1차 심리는 우리 정부가, 2차 심리는 양측 모두 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심리에 앞서 지난달 4일 서울 서초동 수륜아시아법률
오는 3일부터 광주광역시에서는 전 세계 145개국 대학생 선수 1만3천여 명이 참가하는 2015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린다. 대한민국 수구 국가대표팀의 안기수(55) 감독은 이 대회를 앞두고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의 진천선수촌에서 15명의 선수와 비지땀을 흘려왔다.석가탄신일이 낀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25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푼 선수들이 수중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훈련장은 국제규격인 길이 30미터(m), 너비 20m의 수영장으로, 양쪽에 그물이 쳐진 골대가 설치돼 있다. 노란색과 파란색이 섞인 수십 개의 공과 선
외국인 강사가 공짜로 그림을 가르쳐준다는 말에, 선배를 따라 간 곳이 ‘653예술상회’였다. 일 년이 365일이니 숫자를 달리 배치해 특별한 의미를 표현한 이름일까. 예술상회 대표 이종현(47) 작가의 답은 간단했다. “번지수입니다.” 충북 청주시 사직동 653번지, 옛 화교학교 자리에서 공공미술작업을 하고 있는 이 작가를 지난달 22일 인터뷰했다. 댐 건설로 고향 잃은 소년, 미술가 되어 돌아오다 까슬까슬한 삭발의 이종현 작가는 충북 단양군에서 태어났지만 충주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면서 초등학
"처음엔 반짝반짝 불도 들어와서 예쁜 건물이라고만 생각했지, 경마장인 줄 몰랐어요. 다 지어지고 나서 알았죠. 학교 앞에 도박장이 말이 되나요?”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임시 개장했다 문을 닫았던 서울 한강로3가 용산장외마권발매소(화상경마장)가 지난달 31일 정식 개장했다. 화상경마장은 실제 경주가 이루어지는 야외경마장보다 도박중독자 비율이 더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건물의 반경 500미터(m) 안에 유치원과 초중고 등 6개 교육시설이 몰려 있어 주민들의 반대가 격렬하다. 지난해 1월부터 경마장 건물 옆에 농성장을 차리고
부서지고 허물어진 집들, 콘크리트 벽에 휘갈겨진 ‘철거’라는 시뻘건 글자, 용달차로 이삿짐을 옮기는 노부부. 지난 7일 찾아간 충북 청주시 오송읍 봉산리에는 소복이 내린 눈도 채 가리지 못한 재개발의 흔적들이 스산하게 펼쳐져 있었다. 보통 11월부터 3월 사이엔 흙이 얼어 옹기 가마를 가동하지 않는데, 휴지기에 들어간 봉산리 가마에서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12호인 박재환(83) 옹기장을 만났다. 최근 건강식품으로 효소가 각광을 받으면서 효소 담그는 데 쓰이는 옹기의 인기도 치솟고 있지만 박옹의 옹기점은 철거 위기에 놓여 내일을 알 수
아이들이 불행한 나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을 꿈꾸는 곳이 있다. 지난 8월 22일 찾아간 충북 충주시 신니면의 이오덕 학교. 비인가 대안학교인 이곳의 이정우(68) 교장은 경쟁위주의 기존 교육을 성토하면서 둥글게 만 신문지를 탁자에 내리쳤다. “대한민국이 교육에 관심이라도 있나요? 하루에도 아이들이 몇 명 씩 죽는 줄 아세요? 또 우리학교가 대안학교라고요? 아니죠, 아이들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 4월 20일, 서울 반포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 해산을 위해 경찰이 뿌린 최루액에 장애인들은 속수무책으로 고통을 당했다. 거친 몸싸움 속에서 장애인들이 다칠까봐 동분서주하는 비장애인 한 명이 유독 눈에 띄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48) 정책실장이었다. 한편으로는 시위를 이끌고 언론사와 인터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장애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지난 6월 3일 서울 혜화역 부근의 노들장애인야간학교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 8월 4일 오전 9시 서울 상도동 중앙하이츠빌 앞길. 유흥희(44) 전국금속노동조합 기륭전자분회장 등 노조원 3명이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비를 입은 채 손팻말을 들고 섰다. ‘8년을 기다려 복직했다. 기륭전자 최동열은 체불임금 지급하고 생산라인 설치하라!’고 쓰인 팻말 앞을 행인들이 무심하게 지나쳤다. 한 시간이 넘는 동안 “이게 효과가 있어요?”라고 묻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을 뿐이다. 지난해 12월 30일 기륭전자 최동열 회장이 회사 짐을 몰래 빼서 ‘도둑 이사’를 한 뒤, 노조원들은 평일 아침마다 이렇게 회장집
슬로우푸드는 빨리 만들어 먹는 패스트푸드에 대항하는 음식이다. 효율을 위해 건강을 희생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선한 식재료를 골라 제대로 조리해 먹자는 정신을 담고 있다. 뉴스산업에서도 분초를 다투는 ‘속보’에 목숨 걸지 않고 다른 시선, 곱씹은 생각을 느리게 전달하겠다는 대안매체가 나왔다. 이름 자체가 <슬로우뉴스>(slownews.kr)다. 자극적인 글과 영상이 없는데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목받고 있다. <슬로유뉴스>에는 편집위원 20여명이 정치·사회·문화·테크·미디어·문화 분야 등의 글을 올린다. 대부분
머리에서 발끝까지 청회색의 포대를 둘러쓰고 허리에는 크고 둥근 대나무 테를 넣어 배불뚝이 형상을 한 ‘장자마리’가 등장했다. 얼굴에 뚫린 구멍으로 두 눈과 입만 드러낸 장자마리는 경쾌한 몸놀림으로 마당 이곳저곳을 휩쓸고 다니며 ‘관노(官奴)가면극’의 시작을 알렸다. 불룩한 몸에 풍성한 수확을 상징하는 미역, 다시마, 곡식 줄기 등을 주렁주렁 매단 장자마리가 한 바탕 놀이를 벌이고 나가니, ‘양반광대’, ‘소매각시’, ‘시시딱딱이’ 등이 등장해 사랑과 훼방의 드라마를 이어간다. 조선시대 관청의 노비들이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는 관노가면
선수생활 경험이 전혀 없던 고3 학생이 썰매종목 중 하나인 스켈레톤에 입문한 지 고작 1년 6개월 만에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16위를 기록했다. 봅슬레이, 루지 등 썰매종목을 통틀어 한국선수들이 역대 올림픽에서 올린 성적 중 최고였다. 5~6년은 훈련해야 제대로 탈 수 있다는 이 종목에서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며 ‘올림픽 메달’의 기대를 한껏 높인 윤성빈(21·스켈레톤국가대표·한국체육대) 선수를 지난 6월 4일 서울 오륜동 한국체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박수 받았지만 아쉬움 남는 ‘소치 올림픽 16위’ “언론에서는 칭찬을 많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