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람들은 서울의 지리를 대개 한강을 경계 삼아 강북과 강남으로 구분한다. ‘강남불패’의 부동산 신화가 지역 구분에도 기여한 듯하다. 서울은 본래 내사산에 둘러싸인 분지에 가까웠다. 김정호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수선전도>를 보면, 한양 도성을 중앙에 두고 사방에 내사산인 북악산∙타락산∙목멱산(남산)∙인왕산을 두르고 있다.태조 이성계가 개성에서 ‘조선 왕조’를 개창한 뒤 계룡산과 무악을 거쳐 마침내 도읍지로 결정한 곳이 한양이다. 왕권의 기틀을 닦고자 태조는 곧장 축성에 나섰다. 태조 5년인 1396년, 1~2월 두 달 동안
충북 제천시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지속적 인구감소로 소멸위험단계로 접어들었으며, 적극적인 인구증가 대책 없이 그대로 두면 30년쯤 뒤에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지난 6일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19와 지역의 기회’란 연구보고서에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이 작년 5월 기준으로 93개(40.8%)였던 것이 1년만에 제천시 등 12곳이 추가돼 모두 105곳(46.7%)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65세 이상 인구 대비 가임여성 비율 0.457‘소멸위험지역’은 한 지역의
4차 산업혁명은 편향적이다.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한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가공 능력 등 새로운 직무를 요구하는데, 이 기술 습득과 적응에 성공한 숙련노동자에게만 과실이 비대칭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개발자는 15명, 페이스북 창업자는 5명이었다. 전성기 때 15만 명 노동자가 있던 필름 제조사 코닥은 파산했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규모가 이점을 차지하기보다는 디지털기술 활용과 적응에 성공한 소수 숙련노동자가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는 저서 <제2의 기
충북 제천 세명대 부동산학과에 재학중인 이세환(23, 경기 성남시 이매동) 씨는 지난 1월, 10개월 치 월세를 한 번에 내는 연세(年貰) 방식으로 학교 근처 원룸을 계약했다. 1년치 방세를 한꺼번에 내는 것이 꺼림칙해 다른 데를 알아봤지만 예외없이 연세계약이라 어쩔 수 없이 480만원을 주고 계약했다. 그는 계약서에 원룸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날인 2월 24일 입주하려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개강이 연기되면서 방을 비워 둔 채 한 달을 보냈다. 짐도 가져다 놓지 않은 상태였다.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면서 학교 강의가 온라인 수업으로
부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소를 꼽으라면 단연 광안리다. 광안리 해수욕장은 꽤 이름이 알려졌지만 가까운 해운대해수욕장의 명성에 가려 외지인보다는 부산시민들이 가족끼리 주로 찾던 곳이었다. 그런데 외지인이 가장 많이 찾는 부산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것은 광안리 앞바다를 가로 지르는 광안대교가 놓인 이후다. .cycle-slideshow, .cycle-slideshow * { -webkit-box-sizing: border-box; -moz-box-sizing: border-box; box-sizing: border-box; }.
지난 5월 28일 오전 ‘학교 방화셔터 끼임 사고’ 피해자인 홍서홍(10) 군의 어머니를 만나러 양산부산대병원으로 가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코로나 탓에 재활병원 안쪽으로 들어갈 수는 없어 연락을 하니 어머니 이길예(38) 씨가 보호자만 드나들 수 있는 재활병원 쪽문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려 나왔다. 이 씨는 사고 이후 9개월째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있는 서홍이 간병과 코로나 사태로 개학이 연기돼 집에 있는 12살, 6살 두 아이 양육까지 감당하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9월 30일 이 씨는 서홍과 형을 학교를
경남 거제시에서 용접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온 강정현(43) 씨는 지금 생업을 팽개치고 천리 먼 곳 이천시에서 47일째 막냇동생과 매제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객지생활을 하고 있다. 우레탄폼 시공을 하는 매제 김모(38) 씨와 매제를 따라 일하러 간 막냇동생 강정영(33) 씨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여 참변을 당한 지난 4월 29일, 강 씨는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 모임에 가서 술을 마신 뒤 귀가해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6시 습관대로 핸드폰을 열어 보니 여동생으로부터 밤새도록 부재중 전화가 10통이나 와 있었다. 전날 저녁 먹으면
지난달 1일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평택대에서 ‘대학의 질적 향상과 평택대 공영형사립대 모델’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유튜브로 중계된 이날 심포지엄에서 사회를 맡은 선재원(공영형사립대추진위 연구대표) 교수는 “공영형 사립대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과잉현상이 심각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고등교육 정책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소개했다. 공영형 사립대는 국가가 교육경비의 50% 이상을 부담하는 대신 이사진의 절반가량을 외부의 공익형 이사로 선임해 대학운영의 공공성을
“한국의 민주주의는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대단히 모욕적이고 불쾌하지만 1951년 영국 <더타임스> 기자가 절망적이던 당시 우리 민주주의의 실상을 압축해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1960년 4.19 혁명을 통해 이승만 독재정권을 끝냈고, 1987년 6월 항쟁으로 박정희 이후 26년간의 군사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다. 경제의 꽃도 활짝 피웠고 이제 쓰레기 더미에서 문화의 꽃도 피우고 있다.경기도 부천시 삼정동에 있는 옛 중동쓰레기 소각장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건물 뒤편 울타리에 장미꽃이
“관내 고등학교 졸업생으로 우수대학에 진학하거나, 수능성적이 일정기준 이상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서울대 1천5백만 원, 고려대‧연세대 1천만 원...” 경남 의령군장학회의 장학사업 안내문이다. 지난 2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의령군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 장학재단들이 ‘스카이(서울‧고려‧연세대)’ 등 상위권대에 진학한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은 ‘학벌에 따라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지방자체단체 장학재단의 학교(학벌)에 따른 장학금 지급 차별에 대한 의견 표
우리나라 철도의 역사는 일본제국주의의 대한제국 침략수탈사와 궤도를 같이 한다. 1899년 9월 18일 개통된 경인선을 비롯, 경부선 경의선 호남선 경원선 등 한반도를 X자로 연결하는 간선 축을 모두 일본이 건설했다.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부관(釜關)연락선으로 현해탄을 건너와 부산에서 서울을 거쳐 신의주까지 연결하는 종단철도를 건설해 한반도와 대륙 침탈로를 구축한 것이다. 대한제국은 처음 서울 노량진과 인천 제물포를 연결하는 경인선 철도 부설권을 미국인 모스에게 주고, 서울 용산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경의선 철도 부설권은 프랑스의 ‘피브
논두렁길 끝에 환한 얼굴이 피어있다. 두 팔을 힘껏 흔드는 게 꼭 바람에 너풀거리는 나무 같다. 동그란 안경과 눈매처럼 마음씨도 둥글둥글한 청년일까? “여까지 오느라 고생하셨니데이.” 농촌에 산다는 건, 어렵고 즐거운 도전“도시에 살 때는 가스가 끊긴다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여기서는 밥해 먹으려면 전화해서 LPG 가스통 배달을 시켜야 해요. 따뜻하게 자려면 기름값도 진짜 장난 아니더라고요.”경북 상주시 이안면 아천1리, 지금은 폐교가 된 은척중학교 아산분교. 이곳에 서른 살 주슬기 씨가
지난 2018년, 이후삼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의원)와 엄태영 미래통합당 후보가 맞붙었다. 당시 제천·단양 선거구 새누리당 권석창 의원이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뒤 치러진 보궐선거였다. 당시 이후삼 후보(47.7%)가 엄태영 후보(44.8%)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 국회에 입성했다. 약 2년이 지난 이번 4월 총선에서 두 후보가 재격돌한다. 단 한 번 공개된 여론조사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초접전 양상이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안갯속 선거를 앞두고,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각 후보의 주
지난 5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 초입에 걸린 대형 현수막에 ‘외출시 마스크 착용’ ‘의료진에게 해외여행력 알리기’ 등 ‘코로나19 예방행동수칙’이 온통 중국어로 쓰여 있다. 안쪽으로 몇 걸음 들어가자 동영상 촬영기처럼 생긴 ‘열감지 카메라’가 거리 한 복판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조준하고 있다. 상점 곳곳에는 ‘마스크 미착용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한 마라탕 가게 문에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반 달 동안 영업을 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350미터(m) 정도 시장거리를 걷는 동안 상인과 손님들 중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크게 세 띠로 둘러싸인 섬이다. 해안선을 따라 섬을 도는 해안일주도로(지방도 1132호), 그 안쪽으로 해발 200~400m 중턱을 도는 중산간도로(지방도 1136호), 섬의 가장 안쪽 한라산을 둘러싸고 도는 지방도(1115, 1139, 1131호)가 세 바퀴 환상일주도로를 형성한다.해안일주도로는 해안선을 따라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를 거쳐 다시 제주시로 돌아오는 177.8km 최외곽도로다. 일제가 식민지화 수단으로 건설해 해방 후 단계적으로 전 구간이 완성됐다. 애초 국도12호선이라 불렸으나 제주도가 특별자
지난 11일 오후 찾아간 강원도 양구군 남면 구암리 2사단 32연대 입구에는 철문이 닫긴 채 굳게 잠겨 있었다. 10분 동안 부대 주변을 한 바퀴 둘러 보아도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근처 민가에서 개 짖는 소리만 들릴 뿐, 부대안은 텅 빈 채 적막감이 감돌았다. 벌써 녹슨 철문 너머로 보이는 생활관 건물에는 경찰 폴리스라인 같은 붉은 끈이 둘러쳐져 출입통제지역임을 표시하고 있었다. 막사 아래로 축구장과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만든 ‘배드민턴’ 장이 보이고 그 옆 텅 빈 주차장에는 ‘독수리 역사관’이라는 푯말이 있는 컨테이너 박스가 있
1973년 10월 6일, 이집트가 이스라엘 공군기지와 탱크부대에 소련제 미사일과 로켓포를 퍼부었다.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이집트군은 수에즈운하를 건너 이스라엘의 바레즈 방벽을 무너뜨리고 진격했다. 골란고원에서는 시리아가 1400여대 전차를 동원해 이스라엘의 제188기갑여단을 격파했다. 이집트와 시리아를 지원하는 중동 산유국들의 강력한 경고에도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나서자, 산유국들은 원유 수출가 70% 인상, 생산 감축, 이스라엘 지원 국가 석유 금수 조처를 내렸다. 제1차 ‘오일쇼크’ 곧 석유위기가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