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말했다/조디 캔터, 메건 투히/책읽는수요일/16000원 2017년 10월 5일 할리우드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의 성추문을 폭로하는 기사가 세상에 나왔다. ‘할리우드 거물의 위계적 성범죄 자취’(Sexual Misconduct Claims Trail a Hollywood Mogul)라는 제목이었다. 그 후 한 달 동안 21편의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둑이 무너지듯 전 세계 수백만 여성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들은 성적 학대 경험을 말했다. 소셜미디어에 ‘#MeToo’가 언급된 게시글 수천
능력주의는 개인의 실력과 업적에 따른 보상을 주장한다. 계급, 권력 등 세습된 요소를 배제하고 자유 경쟁에 따라 보상해야 공정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과 달리 능력주의는 현실에서 공정하지 않게 작동한다. 능력에는 부모의 경제력, 경험의 차이, 행운 같은 다양한 요소가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능력을 유일한 기준으로 절대화하면 현존하는 차별적 구조를 보기 어렵다. 책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가 지적한 현실처럼, 한국은 과도한 능력주의가 낳은 부작용을 겪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능력주의의 각자도생보다 포
미국 플로리다 주 게인즈빌(Gainesville)의 한 정신병원에서 23세 남성, 앤서니 바르소티 3세(Anthony Barsotti Ⅲ)가 죽었다. 그는 숨이 끊어지기 전에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타이레놀을 달라고 했다. 의료진도 그의 상태를 몰랐다. 손가락에 밴드를 붙여주고, 타이레놀을 먹였다. 그는 뇌사 상태에 빠져 죽었다. 잿빛 얼굴에 어슴푸레 뜬 눈으로 허공을 멍하니 응시한 채였다.앤서니는 조현병 환자였다. 타인을 공격하는 이상 행동이 심해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도 이상 행동은 고쳐지지 않았다.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됐다.
퓰리처상은 탐사보도와 지역 보도, 사진 보도 등 저널리즘 15개 분야에 수여된다. 이 가운데 ‘해설 보도’(explanatory report)는 일반시민이 사회 의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장르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실관계 사이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도출하는 ‘해석 저널리즘’(interpretive journalism)과는 구분된다. 해석 저널리즘은 몇몇 사실의 관계로부터 의미를 추론하는 것에 비해, 해설 보도는 오직 방대한 사실을 다루는 것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해설 보도는 복잡한 현안을 명쾌하게 정리해 주고
이번 대선에서 제시된 미디어·언론 관련 공약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공급되고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는 건강한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미디어·언론 공약은 이번 선거 전 과정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지난달 11일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언론자율규제기구와 지역언론 문제가 언급되기는 했지만 언론 현안을 충분히 다루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미 사전투표가 시작된 상태지만 지금까지 나온 미디어 공약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본다. 언론 규제
1977년 9월 9일에 일어난 ‘9·9 투쟁’을 아는 이는 드물다. 청계천 봉제 공장에서 일어난 노동 투쟁의 역사는, 1970년 11월 13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라는 유언을 남기고 평화시장 앞에서 불꽃이 되어 사라진 전태일 열사의 죽음으로만 기억되고 있다. 다큐멘터리 <미싱타는 여자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진 제2의 전태일의 역사인 여성 봉제 노동자 이숙희, 신순애, 임미경의 싸움을 그렸다. ‘9·9 투쟁’은 전태일 열사의 죽음 이후 세워진 청계피복노조가 만든 노동교실
2014년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전염병이 퍼졌다.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2014년 10월 기준 2만 3000여 명이 감염됐으며 그중 40%에 달하는 9500여 명이 사망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만들어 낸 참극이다. 당시 아프리카에 번진 이 참상을 국내 언론은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먼 타지에서 벌어지는 또 하나의 비극으로 취급하며 표피적으로 보도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때도 이곳의 이야기에 집중한 언론이 있다. 2015년 퓰리처상 국제보도 부문 수상작인 <뉴욕타임스>의 에볼라 바이러스 관련 보도다. 여러 사람들의 군상에
죽어서 다시 태어나는 생명이 있다.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신이나 예수의 부활을 말하는 게 아니다. 뇌사판정을 받은 뒤 장기를 기증하고 생을 마감한 이들이 그러하다. 뇌사는 말 그대로 뇌의 모든 부분이 죽은 상태를 말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근육이 스스로 움직이는 심장만 뛸 뿐이다. 한 명의 기증인은 최대 9개, 평균 3.58개의 장기를 다른 이에게 나눈다.우리나라에 장기이식법이 생긴 지는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장기기증을 심층 보도한 기사는 매우 드물었다. 장기기증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고, 이를 다루는 보도에 동의하는 유가족을
코로나로 잠시 주춤하긴 하지만, 전 세계 여행은 대부분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어서 특별한 이유 없이 갈 수 없는 곳이 있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나라 ‘북한’이다. 미지의 세계인 북한은 갈 수도 없고 알 수도 없으니 그곳에 관한 상상력도 자연스레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 상상력에 도전을 한 다큐멘터리가 있다. 북한을 미래의 사업장으로 꿈꾸는 청년들의 이야기, SBS <2021 청년들의 페이스北>이다. 북한을 ‘청년 사업장’으로 바라보다<2021 청년들의 페이스北>은 작년 11월 SBS에
5.4, 48, 19, 6.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숫자들은 ‘교제 살인’이라는 단어에 꿰여 연결된다.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서로 사귀다가 상대를 죽인 사건을 <오마이뉴스> 독립편집팀 ‘이음’은 ‘교제 살인’이라 명명했다.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젠더 폭력의 전모를 ‘데이트 폭력’이라는 단어로는 온전히 포착하지 못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들은 ‘데이트’라는 서정적 단어를 지우고 이 죽음의 사회적 의미를 밝히고자 했다. 연인을 죽도록 때린 이들은 살인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평균 5.4년의 형량을 선고받았다. 위협을 느낀 피해
퓰리처상은 미국 내 언론과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세운 이에게 주어진다. 초기 퓰리처상 언론 분야는 지면 기사만 대상으로 했지만 언론 환경 변화에 맞춰 규정을 바꾸고 시상 부문을 확대했다. 2006년 신문과 잡지의 온라인 기사를 시상 대상으로 포함했고, 2009년부터 지면 매체가 아닌 온라인 매체도 시상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꿨으며, 2011년에는 각 부문의 심사에서 시각 자료, 데이터베이스,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활용 여부를 고려하도록 심사 기준을 강화했다. 이 상이 처음 만들어진 1917년에는 보도와 사설 등 두 개 분야에서
코로나19가 성교육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플랫폼 사용이 사회 전반에 확대 적용됐다. 청소년은 성과 관련된 광고 혹은 콘텐츠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내몰렸다. 아이들의 잘못된 성 가치관을 바로잡고자 최근 학부모들은 성교육도 사교육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소그룹으로 나눠 외부 강사를 초빙해 성별·연령별로 맞춤식 성교육 과외를 시키고 있다. 그 배경에는 ‘학교 성교육을 향한 불신’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교육부 지침상 초·중·고교는 연간 15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성교육(성폭력 예방교육 3시간 포함)을 시행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또 다른 이름은 ‘대침체’(Great Recession)다. 2006년부터 주택 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한 파생금융상품 가격도 폭락했다. 리먼브라더스 등 대규모 투자은행들은 파산했다.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예금, 직장, 집을 잃고 고통받았다. 그러나 모두가 고통받은 것은 아니었다. 월가는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월가 금융인들은 당장 돌아오는 보너스만 신경 썼다. 회사를 위협하는 투자도 서슴지 않았다. 회사는 망했지만, 이들은 보너스를 두둑이 챙겼다.
“그런데 말입니다~.”진행자 김상중은 매번 엄숙한 말투로 수수께끼 같은 살인 등 각종 사건의 핵심 의혹을 짚는다. 지상파 시사교양프로그램에 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시대에도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20~49세 시청자층의 높은 관심과 120만 유튜브 구독자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프로듀서(PD)로서 4년여 동안 이 프로그램을 연출했고 담당부장(CP)도 지낸 박진홍(53) SBS PD가 지난 14일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초청으로 충북 제천시 세명대 문화관에서 ‘콘텐츠 전성시대,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제작방향’을 주제로 특
지난해 12월 6일, <동아일보>가 기획 보도한 기사의 인터뷰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조작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찬반을 다룬 부분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에 찬성하는 사람으로 기사에 등장한 박청담 씨가 “실제 대화나 사실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을 기자가 창작해 보도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박 씨는 다음날 언론중재위원회에 <동아일보>와 <동아닷컴>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틀이 지난 9일 <동아일보>는 온라인에서 기사를 내렸다. 인터뷰가 왜곡됐다는 박 씨의 주장에 어떤 답도 내놓지 않은
지지 않기 위해 쓴다/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부키/1만 8000원아메리칸드림을 꿈꾸던 전 세계 이민자들은 기회의 땅 미국으로 갔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은 세계 최대의 공업국이 됐다. 쏟아지는 이민자들과 해방된 흑인들이 값싼 노동력을 제공했고, 새로 개발된 기계와 표준화된 작업 공정이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끝없는 경쟁 속에서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들이 생겨났고, 동시에 가난한 사람들이 끝도 없이 늘어났다.<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빈곤율은 11.7%로 전년보다 1.4%p 증가했다. 특히 흑인, 어린이, 그리고 고졸 이
지난해 설 연휴, 트로트와 관찰 예능으로 즐비하던 예능 프로그램들 사이에 색다른 파일럿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골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은 ‘2021 SBS 사장배 여자 축구 대회’ 트로피를 걸고 대회를 열었다. 파일럿 프로그램 당시에는 설 특집으로 방송돼 감독 섭외가 대회 3주 전에 진행됐고 훈련 기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골때녀>는 참가한 여성 선수들에게 축구의 매력을 알게 해주었다. 많은 사랑을 받은 <골때녀>는 여름 정규 편성이 됐다. 정규 편성된 <골때녀>는 단판 승부로 우승 팀을 정하는 컵대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