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①14살, 한국에 처음 발 디뎠다지난 8월 9일 오전 8시,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진은광(14) 군이 나왔다. 방학이지만 검정고시 보충 수업이 있어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호텔에서 룸메이드(호텔에서 손님들의 객실을 정리·정돈하는 일)를 하는 부모님은 이날 은광 군보다 한 시간 일찍 집을 나섰다.은광 군은 탈북민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를 둔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이다.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태어나 살다가 7살에 한국에 들어왔다. 지난 2년 동안 은광 군이 다니고 있는 학교는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남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들이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북한이탈주민은 북에 남아 있는 가족이 있거나, 탈북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겪었기 때문에 신분을 드러내는 것을 매우 꺼린다. 그들의 자녀의 신분을 노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약 한 달 동안의 설득 끝에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 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중 11명을 심층 인터뷰했다.설문조사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 동안 탈북민 대안학교, 탈북민 교회(담임 목사가 탈북민이거나
박진희(24) 씨는 한국대중음악 팬으로 구성된 기후행동단체 ‘케이팝포플래닛’(K-pop for Planet)의 캠페이너(활동가)다. 아이돌그룹 엔시티드림(NCT Dream)을 5년째 응원하는 열혈 팬이기도 하다. 2021년 결성된 케이팝포플래닛은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포르투갈 등 4개국 활동가 11명이 주축이 된 단체로, 콘서트나 실물 음반 판매과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줄이는 활동 등 환경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케이팝 가수들을 광고모델로 쓰는 기업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고발하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기후위기가 심
2019년부터 4년여간 논의돼 온 충북 제천시 일반계 고등학교의 입시 평준화 시도가 무산됐다. 평준화 실시를 놓고 지난달 14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 주민투표가 부결됐기 때문이다. 충청북도 조례는 고등학교 입학전형 방식을 변경하려면 해당 지역에 사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해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번에 실시한 주민투표에는 조사 대상 6981명 가운데 94.6%인 6603명이 참여했는데, 최종 결과는 찬성 56.3%, 반대 43.7%로 집계됐다. 찬성이 훨씬 많았지만, 조례의 가결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학생들과 (정규 수업 외에) 이런저런 공부 동아리 활동을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저책이책’이다. ‘저널리즘 책을 읽는 이들의 책방’을 줄인 말이다. 국내외 기자가 쓴 책을 학생들이 골라 오면, 게으른 나도 책을 읽는다. 최근엔 미국 기자 폴 로버츠(Paul Roberts)가 2008년 펴낸 <식량의 종말>을 읽었다. 언론 관련 도서가 병풍을 이룬, 학교의 책방 ‘단비 서재’에서 작은 토론이 열렸다. 어느 학생이 말했다. “기자라서 쓸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이 책의 한글 번역본은
지난 8월 제주도에서 ‘생태법인’ 제도화에 관한 회의가 열렸습니다.‘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해 멸종위기종인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지키려는 회의가 지난 3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생태법인’은 자연과 동식물에 법인격을 부여해 법적 주체로 인정하는 제도로, 뉴질랜드에서 실제로 도입한 사례가 있습니다.현재 국내에서는 자연은 인간의 소유물로 취급되어 법적 주체로 인정받지 못합니다.국내에서 도룡뇽, 산양 등이 서식지 보호를 위해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으나 ‘당사자 능력이 없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동식물이 생태법인으로 인정되면 재판의 당사자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려는 욕구가 있다. 이때 정치는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모두의 목소리를 골고루 반영해야 비로소 공평하다. 민의를 공정하게 반영하는 의사결정 제도를 탐색하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나마 합의된 것이 대의민주주의다. 대의민주주의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선거로 뽑아 이들이 정치를 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베트남의 사회적기업 맹그러브(MangLub)는 수도 하노이시 남쪽 짜빈시에서 새우 양식으로 파괴되는 맹그로브숲을 복원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등 글로벌 기업의 후원을 받는다. 지난 26일 <단비뉴스>와 화상으로 만난 맹그러브 최고운영책임자(COO) 티 팜(38) 씨는 “(업자들이 인근 꼬찌엔강에) 새우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맹그로브숲을 개간하면서 토양 침식이 늘었다”며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맹그로브는 단단한 뿌리로 토양
2021년 말 한국에서 꿀벌 집단실종 현상이 처음 발생한 후,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2022년 1~2월에 걸쳐 농림축산검역본부, 한국양봉협회와 함께 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99곳의 양봉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2022년 3월 농진청은 꿀벌 실종의 원인이 "꿀벌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농진청이 발표한 원인 가운데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이하 네오닉 농약)은 포함되지 않았다.농진청은 꿀벌 집단실종 현상에 대한 네오
“50년의 역사를 헤아리는 공영방송에서 정말 극단적인 갈등의 양상이 나옵니다. 어떤 분은 이걸 복수혈전(復讐血戰)이라고 해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복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게 그냥 공영방송 한 부분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비극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거죠. ‘이게 우리 한국 민주주의의 아주 적실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고요.”지난 14일 충북 제천시 세명대 학생회관 세미나실에서 조항제(62)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의 2023년 저널리즘특강 첫 순서로 ‘민주주의와 공
충북 제천과 충남 홍성, 경기 구리를 비롯한 전국의 공공도서관에서 성교육·인권 관련 도서를 폐기해달라는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제천시에서 민원이 처음 발생한 7월 6일 이후 두 달이 지난 지난 4일에도 제천시립도서관 서가에서는 민원이 들어온 몇몇 도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제천시립도서관 어린이자료실 사서는 “민원이 들어온 책들은 아직 검토 중이라 관내 열람이 불가능하다. 언제 대출이 가능할지 정확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단체가 제천시 공공도서관에 열람 제한, 대출 중지, 폐기를 요구한 도서는 모두 117종이다.
<지난이야기>정진야학은 1986년 충북 제천 대명상호신용금고 지하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제천 유일의 검정고시 야간학교인 정진야학은 지난 37년 동안 오롯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봉사로 운영됐다. 지난 5회에서는 정진야학의 큰언니, 78세 김동금 학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40년 넘게 충북 제천과 단양, 강원도 원주에서 야학을 만들고, 가꾸고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시민이 가꾼 정진야학’ 마지막 편에서는 정진야학 졸업생이자 현 교사 정종근 씨의 이야기를 싣는다. 저녁 6시 30분, 충북 제천 남현동 주민자치센터에 위치한 정진야학 고
지난 6일, 유럽연합이 디지털시장법(DMA)으로 특별 규제를 받게 되는 기업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DMA는 거대 IT기업이 플랫폼을 이용해 시장을 독점하지 않도록 막기 위한 법입니다. 이 법을 어기면 연 매출의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하는 등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됩니다. 모두 7개 기업이 심사를 받았는데, 삼성만 빠지고 최종 명단에는 애플과 메타, 아마존을 비롯한 6개 기업이 포함됐습니다. 처음에는 삼성을 플랫폼 기업으로 보고 심사 대상에 포함했지만, 심사 과정에서 스마트폰 제조사로 보고 특별규제 대상에서 뺐습니다. 삼성도 ‘삼성 인터넷’처럼 플랫폼 역할을 하는 앱들을 갖고 있지만, 타사 플랫폼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낮고 개방적이라고 본 겁니다. 세차게 내리는 시사용어 소나기, 이번에는 빅테크기업을 규제하는 법 ‘DMA’입니다.
“기후위기가 일자리와 거주 공간을 위협하고 생명의 위기로 닥쳐오는 동안 정부는 스스로의 역할을 포기했습니다...윤석열 대통령은 온실가스 뿜어대며 미국까지 날아가서는 유엔(UN)기후정상회의에 참석도 안 했습니다. 당치도 않은 부산엑스포 구걸을 했다고 합니다. (이에 앞서) 문재인 정권은 그 엑스포 핑계로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추진해,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파괴의 문을 열었지요.”지난 23일 오후 2시 서울 시청역과 숭례문 일대에서 ‘923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지난해와 비슷한 3만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지난 21일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집행위원장 장해랑, 이하 DMZ영화제)가 CGV 고양백석 7관에서 폐막식을 진행하고 8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DMZ영화제에서는 총 54개국에서 제작한 147편의 작품을 상영했으며 DMZ에 인접한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 일대에서 진행되었다.장해랑 집행위원장은 단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다큐멘터리의 시대정신과 본질에 더 천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물으며 영화제를 기획해나갔다고 말했다. 또한 ‘다큐멘터리, 오늘을 감각하다’라는 슬로건에서 엿볼 수 있듯이 다큐멘터리는 현실 속 모든
한국의 병원은 문턱이 낮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을 보면, 한국의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5.7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 비중도 2011년 34.9%에서 2021년 29.1%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의료 장비와 병원의 병상수 역시 OECD 평균보다 많다. 이 정도면 겉으로 드러나는 한국은 의료 선진국임이 틀림없다.하지만 겉보기에 번듯한 의료 선진국 한국은 안으로는 곪아가고 있었다. 지난 3월, 대한소아청소년의사
[사라진 꿀벌] ① '꿀벌 킬러' 농약, 4대강과 지하수에서 검출꿀벌이 사라졌다. 이 벌통도, 다른 벌통도 마찬가지였다. 취재팀은 지난 4월 27일 충북 제천시에 있는 홍공진(70) 씨의 양봉장을 찾았다. 홍 씨는 지난 겨울 벌통 300군 가운데 약 270군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 5월 4일 방문한 충북 청주시에 있는 김 모씨의 양봉장도 비슷했다. 전체 330군 중 260군의 벌통에서 꿀벌이 겨우내 사라졌다.이와 같은 꿀벌 집단 실종 현상은 2021년부터 전국적으로 발생했다. 한국양봉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