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88.7MHz에 맞추면, 이 동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라디오 전파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실어 보낸다. 안산 지역의 공동체 라디오, 단원FM을 만드는 시민들이다. <단비뉴스>는 지난달 21일과 24일, 30일 세 차례 안산 지역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단원FM이 정식 개국하기까지 스튜디오 뒤에서 노력해 온 사람들, 그리고 시민 DJ들의 이야기를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김치!”, “치에즈(茄子)!”, “치즈(cheese)!”지난달 30일 오후 5시, 경
경북 영양군 영양읍 대천1리의 한적한 논밭 가운데 현대식 건축물이 우뚝 서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건물을 잇는 통로 아래 출입구가 있다. 생태 통로를 닮은 그곳에 ‘환경부 멸종위기종복원센터’라고 적혀 있다.멸종위기종복원센터(이하 복원센터)는 한반도의 멸종위기종을 지키고 되살리는 핵심 기관이다. 2018년 만들어졌지만, 그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 <단비뉴스>는 환경 보호의 최전선에 있는 복원센터를 널리 소개하고 싶었다. 복원센터의 여러 팀장 가운데 '멸종위기종 방사·이식 모니터링' 과제의 책임연구원을 맡고 있는 김남영(
충북 제천시 의림대로 제천역에서 북쪽으로 1.5km 가다 보면 중앙동행정복지센터와 제천시민회관이 나온다. 다시 500m쯤 올라가면 병의원이 몰려 있는 사거리가 보인다. 이 사거리 모퉁이에 붕어빵을 파는 트럭이 있다. 주황색 천막으로 덮인 하얀 트럭 짐칸에는 왼쪽부터 밤빵, 호두과자, 붕어빵 기계가 차례로 놓여 있다. '붕어빵 2개 1,000원, 호도과자 6개 1,000원, 밤빵 6개 1,000원'이라고 적힌 1.5m 길이의 현수막도 걸렸다.가게 주인 윤희정(61) 씨는 거의 매일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이곳에서 바쁘게 손을 놀리며
지난 6월 1일, <뉴스하다>가 창간됐다. 뉴스하다는 인천·경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비영리 독립언론이다. 광고를 전혀 받지 않고 시민의 후원으로만 운영한다. 창간 주역은 이창호(39), 홍봄(33) 기자다. 둘은 뉴스하다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이들 모두 인천·경기 지역 종합지 <기호일보>에서 일했다. 이창호 기자는 11년, 홍봄 기자는 7년 동안 일했다.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지역 종합지를 그만두고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이 분명한 지역 독립언론을 만든 사연을 <단비뉴스>가 들었다. 지난 8월 22일,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공유
2021년, 군 복무 중 성확정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 조치됐던 변희수 육군 하사가 세상을 떠났다. 극작가 이은용, 음악교사이자 인권활동가 김기홍, 그리고 변희수 하사까지 한 해에 3명의 트랜스젠더가 세상을 떠났다. 2001년 연예인 하리수의 등장으로 ‘트랜스젠더’라는 단어가 많은 사람에게 익숙해졌지만, 한국은 여전히 트렌스젠더가 살아가기 어려운 나라다.변 하사의 사망 이후, 여러 언론은 트랜스젠더에 관한 기사를 보도했다. 그해 2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진행한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 현황 분석을 보면, 2021년 우울증 환자는 93만 3481명이다. 2017년과 비교해 35.1%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긴 시기다.지난해 2월, ‘터치유’는 “여러분의 마음, 안녕하신가요.”라며 첫인사를 건넸다. 많은 사람이 원래의 일상을 잃어버린 지 2년째가 되던 해였다. ‘터치유’는 <한국일보>에서 격주 목요일 발행하는 뉴스레터다. ‘치유하는 터전’이라는 뜻과 독자의 마음을 감동(Touch you)
홍콩에 있던 <뉴욕타임스> 아시아 지부가 지난 2021년 서울로 이전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폭력적으로 진압된 이후 미국 언론사가 홍콩에서 자유롭게 취재·보도할 수 없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시아 지역을 취재하는 <뉴욕타임스> 기자들은 서울에 모이게 되었다. 시각탐사팀(visual investigation)의 헤일리 윌리스(Haley Willis·25) 기자도 마찬가지였다.헤일리 기자는 <단비뉴스>가 지난 5월 ‘새로운 방법과 형식으로 새로운 보도 장르를 열다’를 통해 소개한 피바디 수상작 ‘분노의 날’을 공동으로 취재·
서울 용산구 용산2가동의 어느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연녹색 지붕이 눈에 띈다. 지붕에는 ‘더 스페이스 프랜즈’를 상징하는 아이 얼굴 그림이 그려져 있다. 더 스페이스 프랜즈는 다문화 아이들을 위해 한글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 회사를 운영하는 김현옥 대표(64)는 ‘해방촌’으로 알려진 용산2가동으로 다섯 살 무렵에 이사 와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계속 해방촌에서 지냈다. 젊은 시절의 해방촌 생활은 그리 특별할 것이 없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스물아홉에 결혼했다. 두 자녀를 키우며
비가 내리면, 소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농다리가 물살에 떠내려갔다. 그럴 때마다 윗마을 남학생들은 바지를 걷어 올려 아랫마을 여학생들을 등에 업고 불어난 시냇물을 건넜다. 김태원(64) 씨가 충북 제천 송학중학교를 다니던 무렵엔 그런 우정과 낭만이 있었다. 지역의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려 얼마든지 잘 지낼 수 있었다. 그 시절엔 송학중학교의 학급 당 학생 수가 180명을 넘었다.그것은 옛날 일이다. 2022년 가을, 송학중은 폐교 위기에 처했다. 당시 송학중에 재학 중인 1~2학년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2년간 신입생을 단
직업(職業)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직(職)’과 생계를 유지하는 ‘업(業)’의 두 글자로 이뤄져 있다. 글자 그대로 직업은 생계유지를 위해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 기간 종사하는 일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먹고 살려면 누구든 직업을 가져야 한다. 헌법 제32조에서도 모든 국민의 근로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한국 인구의 5.1%를 차지하고 있는 장애인도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등을 통해 일할 권리를 보장받는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등록 장애인 수는 약 264만 명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
<단비뉴스>가 창간 13주년을 맞았다. <단비뉴스>는 2010년 6월 21일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이하 세저리)에서 창간한 비영리 독립 언론이다. 단비는 ‘꼭 필요한 때 알맞게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단비뉴스>는 창간 이후 기성 언론이 충분히 다루지 않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1만여 건이 넘는 글 기사와 영상 보도를 통해 노동, 환경, 지역, 농촌 등의 주제를 다뤘다.창간 기념일을 앞두고, 최근 1년 동안 차례로 전주 지역 방송국 기자가 된 세 명의 세저리 졸업생을 영상으로 인터뷰했다. 전주를 배경 지역으로 하는 3개
오는 25일, 세명대학교에서 제5회 민송백일장이 열린다. 이 백일장에서 상을 받아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이 있다.제천시 청전동 대제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국어 담당 엄재민 선생님이다. 그가 2018년 민송백일장 장원을 계기로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대제중학교는 글 잘 쓰는 아이들이 몰린 곳으로 소문이 났다. 지난 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단비뉴스>가 취재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매년 2000명 이상의 ‘자립준비 청년’이 홀로서기를 한다. 자립준비 청년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가 만 24세 이후 자립하는 청년이다. 정부는 이들에게 1000만 원의 자립정착금과 최대 5년간 월 40만 원의 자립수당을 지급한다. 하지만 이는 자립의 출발선까지만 데려다주는 셈이다. 보호아동 출신이라는 편견에 맞서 진정한 자립을 이루는 건 온전히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그들을 ‘십시일반’(十匙一飯)하여 돕는 기업이 있다. 십시일반은 밥 열 숟가락이 한 그릇이 된다는 뜻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는 제54회 한국기자상 기획 보도 부문을 수상했다, <경향신문> 젠더 기획 특별취재팀은 보도를 통해 여성 노인들의 생애사를 노동의 관점에서 조명했다. 기사는 2022년 1월 26일 첫 보도를 시작으로 3월 4일까지 지면과 영상 등 다양한 채널로 보도되었다. 기사를 묶은 책의 크라우드 펀딩(인터넷에서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에 후원자 2158명이 참여하는 등 사회에 여러 반향을 일으켰다.지난 3월 10일, <단비뉴스>는 기획의 최초 발제자이자 취재를 이끈 팀장이었던 장은교(45) 프리
사진으로 진실을 전하는 사람이 있다. 사진기자, 다른 말로 ‘포토 저널리스트’(Photo Journalist)다. 사진기자는 세상의 최일선에서 바라본 것을 사진으로 전한다. 독자는 그 사진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여기, 세상에 대한 남다른 호기심으로 뉴스를 전하는 사진기자가 있다. 김혜윤(31) <한겨레> 사진뉴스팀 기자다. <단비뉴스>는 지난 1월 3일 저녁 공덕역 근처 한 카페에서 김 기자를 만났다. 만 3년 차 사진기자가 목격한 세계를 그는 솔직하고 담담하게 들려줬다.세상을 만나는 매개, 사진김 기자는 대학 시절 처음 카메라
영화 <기생충>에는 반지하와 고급주택이 번갈아 교차한다. 영화 속 반지하의 창문에는 햇살 한 줌이 짧게 스친다. 반면 고급주택의 커다란 통유리창에는 풍만한 햇살이 비치고 그 너머에 푸른 정원이 펼쳐져 있다.창문 하나로 인간의 삶이 달라진다. 이는 비유적 표현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 35조 3항은 쾌적한 주거권을 보장하는 국가의 의무를 밝혔다.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이다.현실은 어떨까. <쿠키뉴스> 특별취재팀은 그 질문을 품고 취재를 시작했다. 빈부격차를
상(上) : 내가 겪은 트라우마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다. 그 사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서울시와 유가족은 추모 공간 마련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추모는 왜 중요할까.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던 미리암 에스피몰라(17·Myriam Espimola) 씨는 <단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추모에 관해 이야기했다.“떠난 사람을 잊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평화롭게 떠날 수 있어요. 그렇게 한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서 함께 살 겁니다.”죽음으로